누룽지

누룽지 선물

by 이숙자

어제 누룽지 선물을 받았다. 날씨마저 차갑고 매운 날 누룽지를 집에서 손수 구워 우리 아파트까지 들고 찾아왔다. 누룽지를 가져다주고 돌아서 가는 지인의 뒷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짠하고 안쓰럽다. 그녀는 차도 없어 늘 걸어 다닌다. 어제처럼 추운 날 옷도 얇게 입었다. 요즘 그 흔한 패딩이라도 입었으면 마음이 덜 시렸을 텐데. 돌아서 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어찌나 마음이 짠하고 아픈지, 나에게 왜 그럴까? 도무지 알 수 없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닌 몇 번을, 누룽지를 구워다 주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애정과 배려, 또 시간을 선물하는 것이다. 요즈음은 사람들이 모두 바쁘다. 누가 누구에게 시간을 내어 주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며 자기 삶에 집중하며 살고 있다. 삶의 방식이 예전과 너무 다른 지금이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파는 누룽지는 많고도 많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사다가 먹을 수 있다. 그러나 그녀는 꼭 집에서 손수누룽지 기계에다 만들어 준다. 나도 누룽지를 만들어 보았지만 여간 손이 가고 귀찮은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룽지를 만들어 주는 마음이 한없이 따뜻해서 그 마음을 헤아려 본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는 그 사람에 대한 애정과 함께 존중이 아닐는지...


우리는 원래 조상 대대로 밥을 먹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밥과 연관된 누룽지는 자연스럽게 우리 입맛과 친근할 수뿐이 없다. 전기밥솥이 없을 때는 날마다 솥에 밥을 해 먹고 누룽지를 만들어 먹고 숭늉을 해서 먹었다. 밥을 먹고 난 후에도 누룽지와 숭늉을 마시면 속이 따뜻하고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이 든 어르신들에게 간식은 누룽지가 인기가 있다.


우리 부부도 누룽지를 좋아한다. 그래서 누룽지를 만들거나 사다가 먹기도 한다. 단 것이 입맛에 맞지 않은 우리 부부에게는 누룽지가 즐겨 먹는 간식이다. 누룽지에는 잊지 못할 추억도 담겨있다. 예전 시어머님이 살아계실 때 큰집에서 나무로 불을 때서 밥을 지으면 가마솥의 누룽지는 어느 간식보다 맛있었고 즐겨 먹었다. 가마솥에서 금방 긇은 누룽지는 촉촉하고 맛도 좋다.


가마솥 누룽지를 남편은 제일 좋아했었다. 그래서 큰집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면 항상 누룽지를 챙겨 가져오곤 했었다. 누룽지는 과자가 없던 시절 아이들의 주요 간식거리였으며 나이 든 연령층엔 추억의 상징이다. 누룽지를 뻥튀기 장수에 맡기면 뻥튀기 과자가 된다. 이가 부실한 어른들이나 과자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즐기는 과자지만 우리는 누룽지라는 말만 들어도 왠지 친근한 건 사실이다.


세상에 모든 것이 발전하고 수많은 먹거리가 나오고 과자 종류도 많지만 우리처럼 나이 든 세대는 그래도 누룽지가 최고의 간식거리인 것은 분명하다. 누룽지는 이가 부실한 노인세대들이 먹기에는 조금 부담이 되지만 입맛 없을 때 푹푹 끓여 잘 익은 김치하고 먹고 나면 한 끼 맛있는 음식을 먹은 것처럼 충만하다.


세상이 자꾸 변해 간다. 자연스럽게 우리의 먹거리도 변해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 나이 든 세대는 언제나 추억의 먹거리, 간식 누룽지를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지인이 주고 간 누룽지를 봉투를 열었다. 하얀 종이로 두 번을 감싸고 있어 놀랐다. 어쩌면 이리 정성을 다해 가지런히 열 맞추어 예쁘게 쌓았는지 작은 것 하나에도 그 사람의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어 마음이 흐뭇하다. 정성 가득한 누룽지 선물은 사람 정을 마음 안에 담아 놓는 일이다.


살다가 때론 바닷물이 파도를 치듯 마음이 요란할 때면 누룽지를 주고 간 그 지인의 마음을 꺼내여 바라볼 것이다. 그러면 다가와 손짓하며 왜? 무슨 일 있으신가요? 하고 물어 줄 것만 같은 마음, 사람이 선물을 준다는 것은 커다랗고 비싼 선물이 큰 게 아님을 잘 안다. 작은 것이라도 진정성이 담긴 따뜻한 마음, 그게 더 소중함을 살면서 가끔 느낀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산다는 것은 사랑을 주고 마음을 주고 사는 것, 내 마음이 그럴 때 그 복잡하고 무심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될 것이다. 설령 고통이 내 앞을 가로막는 일이 있을지라도 나는 사랑의 힘으로 잘 견뎌내며 살아 낼 것이다.


누룽지 선물이 내게는 희망과 용기와 사랑의 선물이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 볼까.

누룽지 선물을 받고 나는 오늘 마음이 숙연해지는 날이다. 작은 것이라도 주변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사랑을 전하고 살고 싶다. 사는 것이 너도 나도 힘겹다 한다. 가족도 내 이웃도 사랑하나 마음 안에 담고 산다면 이 겨울 추위를 잊고 잘 견뎌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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