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서 시장에 가는 게 즐겁다. 시장에 가면 집에서 코로나로 사람과의 만남이 줄어 답답하고 적적했던 마음도 사라지고 활력이 생긴다. 모두가 힘든 삶 속에서도 역동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모습이 활기차다. 시장 입구 길거리에서도 할머니들은 들에서 캐 가지고 나온 봄나물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그 나물 속에는 조롱조롱 할머니의 마음이 담겨있다. 할머니들은 아마도 손주 줄 용돈벌이를 하려는 마음일 것이다.
예전 우리 어머니들은 온통 삶이 자식을 위한 삶이었다. 나이가 들어도 본인들 인생보다 자식들이 우선이다. 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분들 삶에 공감하게 된다. 그 마음이 시려 내 발길을 붙잡는다. 결국 돌나물과 달래 을 사고 만다. 몇 푼의 지폐를 받고 환하게 웃는 할머니 모습이 정겹다.
돌나물
시장 안 가계마다 각가지 봄나물이 잔뜩 쌓여 주인을 기다리며 저마다 모습으로 자신을 뽐내고 있다. 나는 싱싱하고 생소한 모양을 가진 나물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성해지며 기쁘다. 겨우내 땅속에 숨어 있던 나물들을 세상 밖으로 나와 우리를 반긴다. 심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계절을 알고 땅 위로 올라올까?
자연의 이치는 신기롭기만 하고 삶은 돌고 돌아 계절이 인 봄은 어김없이 온다. 봄, 봄이다. 봄이란 말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요즘 봄이 가져다주는 먹거리들은 날마다 식탁을 풍성하게 해 준다. 자칫 마음을 놓으면 흘러가 버릴 봄을 즐기기 위해 부지런을 떤다. 나는 날마다 봄나물들을 사다가 두 부부의 식탁에 봄맞이를 한다.
신은 계절마다 알아서 사람에게 자연과 먹거리를 내어 주는지 신기하고 경이롭다. 봄이면 만나는 나물은 각기 다른 맛과 효능을 가지고 있다. 봄나물을 바라보면 없던 입맛도 살아나고 풍성해질 밥상에 마음부터 들뜨고 설렌다. 봄은 모든 풍경이 달라진다. 그중에 제일 몸으로 체감하는 것이 밥상 풍경이다. 겨울 동안 춥고 움츠렸던 마음도 활짝 깨어난다.
나는 자주 시장엘 나간다. 따뜻한 햇살을 친구 하며 시장 곳곳에서 봄나물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싱싱한 봄나물들은 가계 곳곳에 수북이 쌓여있다. 그중에서도 노지에서 자란 나물을 골라야 맛이 있다. 요즈음은 비닐하우스에서 키워낸 나물도 있다. 겨울 동안 눈과 바람을 견디고 땅의 기운을 받고서 싹으로 나온 나물들이 맛도 있고 우리 몸에도 좋다.
시장에는 냉이, 쑥, 돌미나리, 머위, 달래, 돌나물, 방풍나물 봄에 만나는 나물들이 반갑다. 오늘을 무슨 나물을 먹을까 생각하며 나물을 고른다. 봄에 나오는 나물은 각기 지닌 맛을 가지고 맛이 있지만 그중에 나는 머위나물을 좋아한다. 머위 나물을 씻어 데쳐 된장과 고추장에 무치면 쌉쌀하고 상큼한 맛은 추억과 그리움이 담긴 나물이다.
머위 나물
나는 봄에 결혼식을 했다. 갓 결혼한 새댁인 나는 남편 식성도 잘 모르고 모든 게 낯설기만 했었다. 신랑 될 사람과 몇 번 만나지도 않고, 같이 밥을 먹을 시간도 없이 결혼을 했으니 신랑 식성을 알리가 없었다. 사람 사는 일은 가정마다 식 문화가 다르다. 결혼하고 처음 신랑의 밥상을 어떻게 차려야 할지 두렵기만 했었다.
시댁은 시골이었다. 앞마당 옆 둔덕 감나무 밑에는 봄이 오면 항상 머위가 자라났다. 머위는 씨를 뿌리지 않아도 뿌리가 남아있어 해마다 나고 자라서 사람에게 먹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그 머위를 어린 순이 나기 시작하면 시어머님은 비닐로 된 포대로 하나 가득 잘라 시장 나오는 조카나 가족에게 부탁해서 보내 주셨다.
봄이 오면 시골에는 나물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시댁 집 옆 밭에서 캐기도 하고, 밭에서 준비한 나물들과 먹거리를 몸이 약한 아들 입맛을 돋우려 시어머님은 늘 신경을 써 주셨다. 그때는 몰랐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머니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나이 들면 철이 든다는 말이 맞다. 새로 살림을 시작한 아들 사는 게 늘 걱정이 되셨을 것이다.
시어머님이 안 계신 지금 생각하면 마음이 아릿하고 그리운 추억이다. 어머니는 언제나 자식들을 위한 삶을 살다 가신다. 나는 봄이 오면 예전 시어머님이 시골집에서 보내 주셨던 머위 나물 돌나물로 부지런히 봄 밥상을 차린다. 머위대가 나오면 새우살을 넣거나 돼지고기를 갈아서 넣고 들깨를 갈아 넣어 만든 탕은 별미다.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봄에 만나는 머위는 예전 시골 생활을 생각하는 추억의 음식이다.
고추장 된장으로 들기름 넣어 무친 돌나물과 머위 나물
봄은 봄에만 먹을 수 있는 먹거리들이 있다. 계절에 맞는 음식이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 주고 삶이 충만 해진다. 오늘도 나는 머위 나물과 돌나물을 양푼에 넣고 달래도 넣고 들기름 듬뿍, 비빔밥을 비며 남편과 봄을 즐기며 소박한 봄 밥상 앞에 행복하다. 봄은 우리에게 축제처럼 많은 걸 선물해 준다. 살아간다는 것은 축복이고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