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를 맞으며, 걷는 산책 길

벚꽃 이 꽃비가 되어 흩날린다

by 이숙자


군산의 봄은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절정을 이룬다. 겨울 동안 죽은 듯 침묵하던 나무들은 봄이 오면 환호성을 지르며 팝콘을 터트리 듯 꽃을 피운다. 또 온갖 꽃들이 피어나고, 산과 들은 가는 곳마다 마치 꽃 대궐 같은 풍경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봄꽃들이 피어나는 4월은 꽃들의 축제다. 자연은 사람이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멋지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만들어 우리에게 선물을 해준다.

월명 공원 벚꽃

나의 하루 일과는 특별한 날만 빼고 매일 산책을 한다. 산책을 하는 코스는 집과 그다지 멀지 않은 차로 10분의 거리에 위치한 은파호수와 월명공원이 남편과 나의 산책코스다. 월명 공원은 이 고장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을 받는 장소다. 많은 사람들은 날마다 출근하 듯 월명공원 산책을 하고, 운동도 하면서 공원 사람들에게 삶의 기운을 얻고 행복을 느끼며 시간을 보낸다.

명 공원 산책길 암자 월명 공원 벚꽃


또한 외지 사람들이 손님으로 오면 빼놓지 않고 구경하 곳이다. 벚꽃이 피면 군산 사람들은 외지에 있는 그리운 사람을 불러온다. 벚꽃구경도 하고 바다가 바라보이는 횟집에 가서 회를 먹으면, 사는 행복이 이렇구나 하고 기뻐하며 군산을 떠난다. 사람들은 마치 월명 공원과 은파 호수가 내 것 인양 자랑을 하고 사람들을 군산으로 불러 모은다. 군산에 사는 게 특권처럼. 이곳에 살면 멀리 여행을 갈 필요를 느끼지 않을 정도로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명소가 많 아름답다. 벚꽃 피어나면 그 화려 함에 도취되어 한 달은 훌쩍 빨리 지나간다. 봄이면 벚꽃 축제도 한다. 그러나 지금은 코로나로 모두 멈춰 버린 상태다.


산 속에 피어 있는 산 벚쫓 군산시를 상징하는 수시탑


특히 나이 든 세대들은 월명 공원은 마치 직장처럼 출근을 하면서 서로 일상을 함께하고 공원의 사계절을 즐기며 살아간다. 이곳에서 사는 우리에게는 월명공원은 보물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차가 많고 교통이 편리해서 멀리 여행을 가지만, 예전 사람들은 먹고살기도 어려워 날마다 삶의 현장에서 살아내느라 가까이 있는 공원도 마음 놓고 올라 올 기회가 없었다. 산책도 사치라고 생각하고 일만 하고 살아오던 때가 있었다.

월명공원 산책길에서 보이는 바다


그러나 특별한 어린이 날이나, 어버이 날이면 도시락을 싸서 공원으로 소풍을 나오는 날은 엄마들의 소풍이기도 했다. 선생님 도시락을 엄마들 몫이었다. 마치 엄마들끼리 단합대회처럼 즐거웠다. 군산의 월명공원은 많은 사람들의 아련한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고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곳이다.


군산 공원은 시의 많은 동네를 아우르고 있는 77만 평의 넓은 땅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도심의 산 위에 위치 월명호 호수가 있어 일교 오차가 클 때는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수련이 몽환적이고 아름답다. 많은 학생들이 소풍을 오고 꼬마 어린이 유치원생도 이곳에 와서 숲 놀이도 하고 꽃과 새 이름도 외우고 공부를 한다.


내가 결혼하고 군산에 살면서 월명공원은 나에게 특별한 곳이다. 아이들과 함께 했던 추억들, 지금은 사 계절의 변화와 함께 일상을 살고 있어 친근한 이웃과 같다. 젊어서는 자주 다닐 수 없이 바쁜 날들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많은 날들을 이곳에서 운동을 하고 계절마다 피고 지는 꽃들과 대화하고 야생화를 보며 삶에 기운을 얻는다. 이곳은 마치 많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면 건강을 위한 거대한 물리치료실이다.


벚꽃은 피어있는 시간은 짧다. 활짝 핀 꽃은, 비바람이 한번 불면 그 화려함이 어디로 갔는지 꽁지 빠진 닭털 마냥 초라해진다. 꽃이 지기 전에 부지런히 꽃을 보고 즐겨야 한다. 지난 주말 이틀 비가 온 뒤라서 혹시 꽃이 져서 어떤 모습일까, 걱정을 하면서 공원을 올라왔으나 아직은 벚꽃이 예쁘게 남아있어 반가웠다. 간간히 불어오는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꽃잎이 비처럼 휘날린다. 나는 꽃비를 맞으며 산책을 하다가 의자에 앉아 꽃비를 바라보면 생각에 젖어본다.


꽃비가 내린다. 내리는 꽃비는 처연하게 옛추억을 불러 오고 마음이 아련해 진다


꽃비를 맞으면 아련히 떠오르는 첫사랑도 그립고, 내게 어느 날 꽃구경 가자고 차에 태워 봄꽃을 실컷 구경시켜 주었던 사람, 지금은 세상에 없는 그 사람도 아프게 그립다. 그리움은 애틋하게 떠올라 마음이 아련해진다. 꽃비가 내리는 건 쓸쓸하고 슬프지만 또 다른 희망을 가져 본다. 지나간 사람은 그리움이고, 살아간다는 것은 새로움이다.


곧바로 봄은 지나간다. 화려했던 꽃도 진다. 그러나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을 손가' 말이 있다 그러나 꽃이 질 때마다 그대를 어찌 잊을 손가. '화무는 십이 홍이요 날도 차면 기운다'라고 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지금 이봄을 즐기며 꽃비를 맞고 있다. 꽃을 보며 봄의 축제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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