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피는 벚꽃은 비바람이 한 번만 불면 속절없이 지고 만다. 올해는 벚꽃을 며칠 보지 못하고 비가 오고 꽃이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벚꽃은 지면서 다른 꽃이 이어서 피어난다. 봄은 가히 꽃의 축제라고 말할 정도로 온 세상은 꽃들이 피어 우리를 반긴다. 지구 온난화로 다른 해 보다 올해는 봄꽃이 일찍 피었다.
계절의 여왕이 5월이라고 한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예쁜 계절인 4월 지금, 나무에는 연둣빛 새순이 올라 와 그야말로 세상은 생명의 기운이 넘쳐 난다. 요즈음 나는 남편과 함께 날마다 월명 호수를 산책을 한다. 매년 보아왔던 곳이었지만 마치 딴 세상에 와 있는 듯 아름답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생동감이 넘치고 새롭다.
월명 호수 산책길
남편과 나는 아침을 먹고 나면 월명공원 호수를 산책을 하기 위해 집에서 나온다. 오늘도 집을 나오면 서 "오늘은 어디로 갈까" 하고 남편은 내 의견을 물어본다. 그냥 마음대로 혼자 정하는 것보다 별일 아니지만 상대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것은 존중받는 듯한 느낌에 싫지 않다. "오늘은 월명 공원으로 가시게요" 은파 호수와 월명공원이 우리 부부의 매일 산책코스다. 우리는 날마다 여행을 하듯 산책을 한다.
날마다 변해 가는 월명 호수의 모습이 아쉬워 사진을 찍고 산책을 한다
어떤 날을 은파 호수가 좋을 듯한 느낌이면 그곳으로 가고, 또 다른 날은 월명공원으로 코스를 정한다. 오랫동안 다니던 길이라서 언제쯤 이면 가장 예쁜 모습 일거란 걸 잘 알고 있다. 봄이 오고 나무들이 새움이 나와서 연둣빛 잎들이 반짝반짝 윤가가 흐르며 너무 예쁘다. 하루가 다르게 나뭇잎들이 자라서 나풀거린다.
새로 나온 나뭇잎은 마치 어린아이가 방긋 웃어 주는 모습이다. 새로이 돋아 나는 새순 나뭇잎을 보면서 생각한다. 사람도 어린애기가 예쁘 듯 나뭇잎도 마찬가지다. 계절이 바뀌고 떨어질 때는 윤기가 없고 바스락 거리며 떨어진다. 사람도 나이가 들면 활기가 없고 쇠락해 가는 모습이 마치 나뭇잎과 닮았다.
월명 호수 산책길
여리고 어린잎이 새로 나오면서 얼마나 예쁜지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가슴이 두근거린다. 새로운 생명의 잉태를 보는 듯 탄성이 절로 나온다. 나는 그냥 그 순간을 놓치기 아쉬워 사진 찍기에 바쁘다. 길을 걸으며서도 각종 야생화며 또 다른 풀잎도 두루 살펴본다. 삶은 순간이다. 사람 사는 일도 별게 아니다. 작은 것, 자연에게서 삶의 질서를 배우게 된다. 모든 사물을 나고, 자라고, 때가 되면 소멸한다.
벚꽃이 지고 난 후의 쓸쓸함을 산 벚꽃이 채워주고, 산에 새로이 피어나는 연초록 잎들과 산벚꽃이 핀 풍경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낯선 곳을 여행 하 듯 기분이 산뜻하다. 새로운 풍경이 허전한 마음을 채워준다. 처음 와 본 곳에 서 있는 듯한 착각 속에 여유롭고 자연이 주는 신비가 느껴져 마음이 그윽해진다.
나이 들면 부부는 마치 친구 같고 둘이서만 많이 논다. 때가 되면 자녀들도 모두가 자기들 삶을 찾아 떠나고, 부부만 남는다. 늙는다는 것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매일 건강을 챙기고 나머지 인생은 가볍게 사는 것이다. 부부와 같이 밥 먹고 같이 놀고 서로 의지 하며 단순하게 살아간다.
월명 호수를 바라보고 멍 때리는 시간
월명 호수가를 한 바퀴 돌면은 쉬어가는 곳이 있다. 물가에 놓인 의자에 앉아 멍 때리기를 하면서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생각한다. 내가 순간순간 살고 있는 오늘이 우리의 삶이 아닐까, 지금 나 답게 살고 있는가, 스스로 점검을 해 본다. 누가 내 인생을 만들어 주는가, 내가 내 인생을 만들어 갈 뿐이다. 날마다 같은 날 같지만 또 다른 오늘을 살아간다.
남편과 나는 이 찬란 한 봄날, 눈이 부시게 빛나는 자연을 보는 것만으로 날마다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