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공녀 강주룡의 삶, 여성 최초로 노동자 을밀대 고공 투쟁기
체공녀 강주룡 박서련 장편소설
이 소설의 주인공 강주룡의 일대기다. 강 주룡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의 압박을 피해 부모와 간도땅으로 건너가 살다가 독립운동하는 전 빈과 결혼을 하게 된다. 결혼생활 1년 독립군 생활 반년, 주룡이 남편과 보낸 1년 6개월의 시간은 주룡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부모님의 권유로 20세 나이에 5살 어린 신랑과 결혼을 하게 되고, 신랑이 왜 어린 나이에 5살이나 많은 처녀와 결혼을 할까? 의문을 가졌는데, 결혼 첫날밤 신랑의 고백으로 알게 된다. 야학을 다니면서 함께 꿈꾸고 약속했던 독립운동에 가담하기로 했다고, 신랑이 어린 나이지만 누구라도 결혼을 시켜 아들 안위를 지켜 려 했던 시댁 사정을 알게 된다.
신랑의 고백을 듣고 주룡은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보세요, 나 공부 배운 것 없고 뾰쪽이 타고난 지혜도 없는 보통 간나임메. 그래도 내 서방이 큰일 하고자 하난 뜻을 막을 만치 무식하지는 않습네다. 내 손으로 직접 키워 더 큰일 하게 만들고자 하면은 하였지"라는 말을 하여 신랑의 하고자 하는 일에 응원을 하면서 씩씩한 기계를 보이는 여장부이었다.
그동안 몰랐던 걸 알아 가면서 어린 신랑이 곱고 인물도 좋아 내내 흐뭇해하는 주룡이는 신랑을 보호해 주고 싶은 모성을 갖는다.
"혼인이란 것은, 부부가 된다는 것은, 동무를 갖는 일이구나, 죽어도 날 따 돌리지 않을 동무 하나가 내게 생긴 것이구나, 주룡은 문득 그런 생각으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어린 신랑이 "내가 어서 자라서 우리 임자를 지켜 줄 거예요"라는 말은 어린 부부의 애틋함이 느껴지는 가슴이 뭉클 해지는 모습들이었다.
시댁 최가네는 간도의 조선인 중에서도 드물게 대 식구이며 조상 대대로 역관을 지낸 부족함이 없었던 집안이었으나 사업을 크게 그르쳐 간도로 오게 된 집안 내력이다. 해서 가난한 주룡의 친정을 뿌리 없는 집안이라 무시를 했다. 어른들 무시도 묵묵히 받아 냈다.
솜씨 좋고 일 잘하는 주룡은 집안의 큰일 작은 일 다 해 낸다. 나무하기, 빨래하기, 물 긷기, 바느질하기. 옛날 여자들은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어려운 시집살이도 착하고 곱디고운 신랑과의 사랑 있기에 참아 낼 수 있었다.
신랑 전 빈은 야학을 다니면서 서서히 아내 주룡의 글쓰기와 읽을거리도 가져다주고, 독립군 소식도 전해 주며 독립군에 가담하는 날, 부모 몰래 집을 떠났다. 추운 겨울 눈길을 갖은 고생을 하며 걸어 독립군과 합류를 해 당차고 일 잘하는 실력을 발휘한다.
독립군 생활은 먹을 것도 주거 공간도 없이 굴 속에서 생활하면서도 부부가 함께 한다는 위안을 삼으며 견디었다. 워낙 일을 잘하는 주룡은 독립군 내에서도 인정을 받고 어려운 일을 해 내는 활약을 보였다. 활동을 하기 위해 대장과 시간을 많이 하다 보니 동료들의 질시와 헛소문에 남편 전 빈은 힘들고 귀찮아하며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듣고 슬픔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었다.
주룡은 목숨까지도 내놓고 신랑을 지키고자 따라온 사람인데 독립군 동지를 선택하는 신랑이 한없이 야속하고 눈물이 앞을 가렸다.
" 그만 돌아가 주어, 이제는 다 귀찮다" 신랑의 그 말이 가슴을 친다. 백 리 길이 넘는 길을 되돌아올 때 살을 에는 추위도 잊고 밤 낮 없이 걸어 살던 곳에 왔으나 시댁은 못 들어가고 친정으로 들어간다. 말없이 눈물로 맞아 주는 어머니와 가족들에게는 아무 말 없이 일에만 전력을 하고 열심히 살아갈 방법뿐 다른 길이 없었다.
어느 날 독립군에 같이 있던 동지가 찾아와 급한 연락을 했다.
" 전빈이가 위독합니다."
"어데가 어드렇게 얼마나 위독 하단 말입니까?"
" 시방 어데 있읍네까?"
" 유하현 입네다"
본가로부터 백 리 길. 정신없이 달려 신랑이 묵고 있는 집을 찾으니 거의 의식이 없는 신랑에게 약지를 상처 내 피를 입에 넣어 주어 잠시 정신이 돌아오게 되었다.
주룡과 전 빈은 서로 옛날을 추억하며 마지막을 보내는 두 사람, 전빈 신랑의 말
"임자가 씩씩한 사람이어서 나는 좋았어요" 이제 떠나갈 사람에게서 정다운 말이 목이 멘다. 주룡도 "나도 정빈이가 내 서방인 게 좋았다" 서로 할 말 다 하고 전빈 신랑은 생을 마감했다.
동지들과 신랑을 땅에 묻고 시댁으로 돌아와 신랑의 죽음을 알리지만 믿지 않으려는 시댁의 시어머니에게 모진 매를 맞고 신랑을 죽였다는 누명을 씌워 감옥에 가게 되지만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 사람, 자기 삶의 무게를 견디어 내는 인내력을 가지고 교도소에서도 갖은 고생을 했었다. 사람을 죽인 혐의 없음에 풀려나와 친정으로 돌아오지만 아버지에게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자기 몰래 이사를 가려는 사실을 알고 슬픔을 삼켰기도 했었다.
사위가 독립군이었고 딸도 독립군에 함께 가담했다는 사실이 살아가는 데 망신을 떨쳤다는 판단에서 살고 있던 곳을 옮기려는 생각이었다.
주룡은 떠나려면서 생각한다. 맺었던 인연 하나 온전치 못하고 아무것도 모르고 도망치듯 평양을 떠나온 열네 살 때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도 남의 것, 부치던 땅도 남의 것, 동지라고 불렸던 이들을 나를 기억할까? 다만 서방 묻은 메 자리만이 그대로 일 것이다.
열흘 남짓 육로를 거치고 신의주에서 기차를 타고 도착한 사리원에서 다시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뜻밖에 집을 수월하게 구하고 집 주인에 농사며 허드렛일을 도와주며 생활하면서 옛일을 잊으려, 온갖 슬픔을 일하는데 마음을 쏟고 열심히 살았다. 주인에게 인정을 받고 손 빠르고 일 잘하는 주룡이 마음에 들어하게 되는데,
나이 든 집주인은 후사 없이 마누라를 잃고 혼자 사는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어느 날 주룡을 시집보낸다고 했다. 본인의사는 묻지도 않고서, 주룡 아버지가 주인에게 논도 서너 마지기 받고 가옥을 양도한다는 증서를 주인에게서 받았다는 말을 듣고 몸을 떨면서 결심을 하게 된다. 떠나자.
" 어머니 보시오, 나 죽었다고 여기고 잊어 주시오"
라는 글만 남기고 무조건 기차를 타고 부모를 떠나와 평양에서 고무 공장 직공 생활을 시작했다.
화려하고 활기 넘치는 평양의 생활을 시작하며 젊음도 만끽하며 옆에 사람들과도 우정을 나누며 열심히 적응하고 살아가면서 어려서 한 번도 가져 보지 않은 꿈도 가져보았다.
꿈은 이따금 궤도를 이탈한다. 꿈에서 전 빈이 죽지 않는다. 꿈에서 주룡이 시집을 가지 않는다. 꿈에서 14살 주룡이 간도에 가지 않고 평양에서 쭉 산다. 집이 망하지 않아서 학교에 계속 다닌다. 이런 꿈은 오래지 않아 끝이 나고 만다. 제 상상력이 그저 그 정도이기 때문이라고 주룡은 생각한다. 책 p 153
자라서 무엇이 될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저 하루하루 살았다. 살아 있기는 고되고도 즐거운 일이었다. 살아 있기만 해도 바빠서 눈코 뜰 새가 없었다. 장차 무엇이 되고 싶은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무엇이 될 수 있는지 가르쳐 주지도 않았다. p 153
적색 노동자 대표가 강 주룡 사망 소식을 듣고 오열한다
주룡은 평양에 와서 고무 공장을 다니면서 처음으로 모던 걸이 되어 보고 싶다는 꿈을 가져 보지만 세상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고무공장 작업반장에게 "모던 걸은 학생 아니면 기생이라고 " 비웃음과 빰을 맞으며 인격 모독에 서럽고 아파하면서 모던 걸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 아니나 사람은 다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며 목으로 올라오는 울음을 삼키며 자신을 다독여 주며 위로를 하기도 했다.
주룡은 평양 공장을 다니면서 세 들어 사는 집 딸 옥이와 가깝게 지내면서 어린 나이에 공장을 다 나면서 고생하는 그녀를 보고" 너는 네가 바라는 데로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해 준다. 주룡에게는 자기가 무엇이 될 것 인지를 저 자신이 정하는 경험이 그토록 중한 것이다. 한 번도 자기 의사대로 살아 보지 못한 삶이 아펐다.
강주 룡은 자본가의 노동착취와 힘없는 사람들이 당하는 불이익을 보고 서서히 노동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달헌이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끈질기게 설득하고 결국 '피 양 노동 총 동맹'에 가입을 하고 노동운동가가 되어서 약하고 힘없는 노동자를 위해 온몸을 바쳐 투쟁한다.
자기가 한번 마음먹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는 돌진력과 끈질긴 인내력을 가진 사람이다. 자기 목숨까지 바쳐 끝끝내 성공을 거두고 삶을 마감한다. 강주 룡은 외롭고 고독한 싸움을 혼자 처절하게 자기의 뜻을 굽히지 않는다. 약하고 비참한 노동자 들의 삶을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한다. 자기에게 남은 전 재산으로 하얀 광목을 사 가지고 평양 을밀대에 올라가 외친다.
"우리는 마흔아홉 우리 파업단의 임은 감하를 크게 여기지 않습니다. 이게 결국에는 피 양 이천 삼백 고무 직공 전체의 임금 감하를 불러올
원인이 되기에,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고 있는 것입네다. 이천 삼백 우리 동지의 살이 깎이지 않게 하기 위하여 내 한 몸뚱이 죽는 것이 아깝겠습니까?
내래 배워 아는 것 중 으뜸 돠는 지식은, 대중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것처럼 명예로운 일이 없다는 거입네다" 하여서 내래 죽음을 각오하고 이 지붕을 올라왔습니다. 평원 고무 공장주가 이 앞에 와 임은 감하 선언을 취소하기 전에 내 발로 내려가는 일은 없습네다.
끝내 임금를 감하 취소치 않는다면 내 고져 자본가 압제에 신음하는 노동 대중을 대표해 죽기를 명예로 여길 뿐입네다.
그러니 여러분, 구태여 나를 예서 강제로 끌어내릴 생각은 마시라요, 뉘 기든 이 지붕 위에 사다리를 갖다 데기만 하면 내래 즉시 몸을 던져 죽을 것 입네다" p240_ 241
결국 고무공장 공장주가 임금 감하를 취하하고 강주룡이 요구한 조건을 받아 들이 지만 강주 룡은 병을 얻어 죽는다. 한 사람의 올 곧은 마음으로 투쟁하고 희생해 얻어낸 결과이다. 조선 최초의 노동운동의 고공 농성자라는 주룡의 역사적 가치를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실존 인물이며 주인공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그 당시의 시대상 생활상, 인간 군상의 다양한 희로애락을 엿볼 수 있는 아주 재미있는 소설이다. 탄탄한 묘사, 완성된 세계, 강인하고,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탄생시킨 강렬한 서사시이다.
소설 마지막 페이지
단호하게 돌파하고 싸우고 고뇌하고 일하고 사랑하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강주룡 이라는 소설속 여성을 보면서 어떠한 상항에 처해도 자기 연민이나 감상에 젖지 않는 강단이 있고 현실을 직시하는 혜안을 가진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려운 사회의 혼란 속에서 옳은일에 가치를 두고 용감하게 살아낸 그의 삶에 묘한 울림을 주는 아름다운 소설이다. 작가는 강주룡이라는 여성을 통해 일제 강점기 힘들게 살았던 그 시대의 사회상과 산업사회로 진입하는 노동자들의 고통을 잘 표현해주는 글을 썼다. 재미있고 찰진 소설이다.
작성된 태그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