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 꽃은 예전 우리가 살았던 마당 한편과 뒤뜰 장독대 곁에 꼭 피어있었다. 나는 그 꽃을 만지며 너는 ' 닭 볏 닮은 꽃'이라고 할머니에게 말했었다. 할머니는 그 꽃을 따다가 곳간 실겅에 달아놓고 꽃을 말렸다. 명절 때만 되면 부꾸미를 부칠대 분홍 물감 대신 맨드라미 꽃을 물감 대용으로 쓰셨다.
맨드라미 꽃을 약간 따뜻한 물에 담그면 옅은 분홍색 고운 물이 나오는데 쌀가루에 그물을 넣아 반죽하면 참 예쁜 색이 나온다. 옛날에는 물감을 식물에서 채취해서 많이 사용했다. 노란 물감은 치자에서 채취하고, 파란 물감은 쑥에서 채취해서 사용했다.
돌확에 심어 놓은 맨드라미 꽃이 귀엽다
돌이켜 보면 원시적인 방법인 듯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추억들이 떠 올라 참 정스럽고 운치가 있었다. 어쩌면 아이 들 소꿉장난 같지만 사는 게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걸 찾아서 소박하게 살았던 그때는 지금과는 삶의 결이 달랐다. 맨드라미 꽃을 그리고 있으려니 오래전 할머니와의 추억이 떠올라 보고 싶다.
맨드라미 꽃들이 수탉의 상징인 벼슬처럼 붉어지면 가을이 왔음을 뜻한다. 맨드라미는 가을이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지만 원래 고향은 인도 등 아열대다. 맨드라미는 꽃말은 많이 있지만 사랑이 어울리는 꽃이다. 맨드라미 꽃은 설사를 멎게 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사는 일은 마음을 어디에 두고 사느냐가 퍽 중요하다는 생 각이 든다. 나는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오늘도 꽃그림을 그리며 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