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조각구름이 드리운 쉼터

삼청각 편운 정에서 쉬고 놀기

by 이숙자

삼청각 편운 정에서 쉬고 물소리 듣고 사색하기


호텔에서 조식을 하고 시원하고 조용한 곳을 찾아 쉬기 위해 삼청동을 거쳐 삼청각으로 올라갔다. 차를 타고 가면서 보니 삼청동이 예전 같지가 않고 활기가 없었다. 길거리 빈 가게가 눈에 띄엄띄엄 보이며, 임대라고 붙인 큰 글씨가 있고, 몇 년 전에 비해 걸어 다니는 사람도 없어 조금은 한산해 보인다. 젠트리 피케이션 현상이라 한다. 구 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이 몰리는 현상으로 오는 과정에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일이라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삼청각 다원 정원 수국 꽃이 아름답다


삼청각은 삼청동을 벗어나 터널을 건너면 금방 나오는 곳이다. 맑은 청이 세 개인 삼청각은 이름 그대로 도심에서 가장 맑은 기운을 지닌 장소라 한다. 전통문화와 옛 조상 들의 정서를 경험할 수 있는 최상의 장소라 하고, 한적하고 환상적인 대 자연과 세련된 분위기는 마음을 쉬어가기 알맞은 멋진 곳이다. 정원의 파아란 넓은 잔디와 그곳에 피어있는 수국은 전통 한옥과 어우러져 너무 아름답고 한적하고 멋진 곳이다. 딸들은 사진 찍기에 바쁘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이러한 한적하고 조용한 곳이 있다니 믿어지지 않기만 하다. 나는 가끔 와보는 곳이지만 마음의 혼잡함을 내려놓고 조용히 생각하고 쉴 수 있어서 편안하고 좋다. 그곳은 다원도 있어, 전통음료와 전통차 마시며 운치를 느낄수 있어 다원에 들어가니 아직 아침 이른 시간이어서 문을 열지 않았다. 아쉽지만 돌아 나왔다. 서울시에서 운영 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외국에서 손님이 오면 전통을 체험을 할 수 있고, 특별한 행사가 있으면 사용하는 곳이라고 한다. 다원 옆에는 한 식당도 있다.


판운정 올라가는 길


발길을 돌려 편운 정으로 올라갔다. 삼청각 가장 안쪽에 자리 잡은 이곳은 나들이 객의 쉼터이다. 편운 정은 '한 조각구름이 드리운 쉼터'라는 뜻이다. 바람이 구를을 조각내고 또 잘개 쪼개 소멸시키듯 평소 매듭짓지 못한 생각들 하나를 떠나보내면 어떨까 하는 편액 설명이 있다. 사색의 공간 마음이 쉬어가는 곳이라는 말도 함께, 정말 그 말이 맞다. 서울 도심 소란한 곳에서 벗어나 가까운 곳으로 왔는데 이런 공간이 있음에 놀랍다.


조선시대 사대부 집안사람이 들이 즐겨 여가를 즐기며 사냥도 하고 시도 짖고 삶을 향유하던 장소, 어쩌면 정신없이 살아가야만 하는 현대인이 가질 수 없는 한가롭고 여유로운 정신적 풍요를 다 누리고 살았던 옛조상의 낭만이 지금 우리에게 요원하게만 느껴진다. 이곳에 숨어 있는 수많은 이야기가 얼마나 많을 까 다 알게 되면은 소설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계곡에는 물소리가 들리고 매미 소리, 새소리 마치 서울이 아닌 다른 곳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계곡 바로 옆에 쉴 수 있는 누각이 있어 자리를 깔고 손자들은 눕는다. 계곡에 발을 담그는 손자도 있고, 그동안 학교에서 공부에 쫓기고 해야 할 일들이 많아 힘들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나이와 상관없이 세대에 따라 살아 가야만 하는 질곡의 시간들이 인생에는 있다. 지나가고 보면 고단했던 날들도 추억으로 생에 한 페이지가 되지만, 그 순간은 나만 힘든 것 같아 아프고, 고뇌하고 반복되는 나날들 보내게 된다.


오늘은 일상을 접고 마음을 내려놓고 무심한 상태로 가만히 앉아 쉬고 싶은 날이다. 맑았던 하늘이 금방 흐리더니 비가 오기 시작한다. 빗줄기가 제법 굵어 처마 밑에 낙숫물이 떨어지는 소리는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한 자연의 음악처럼 마음 안에 와서 머문다. 모두가 말없이 빗소리를 듣고 있으니, 예전 어려서 시골집 큰댁에 가면 마루 걸터앉아 처마 끝 낙수물 만지며 놀던 기억이 떠올라 마음이 아련 해진다. 모두가 말없는 가운데 자기만이 가지고 있는 사색의 마음밭을 거닐고 있지 않을까 싶다.


편운 정 계곡 발 담그는 손자


고3인 손자, 이번 중경에서 청도로 고등학교를 가게 된 셋째 딸 아들인 손자, 마음에 쉼을 하고 좋은 에너지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고생하고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을 때 삶에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그것이 세상이 우리에게 주는 전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삶은 원하는 한 가지 길만이 아니라 살다 보면은 또 다른 길이 찾아오기도 한다는 걸 믿었으면 싶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와 있는 손자들을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애잔하다, 고통과 시련을 거치고 더 단단 해 지리라.


비가 그치지 않아 한참을 앉아 빗소리를 듣는다. 한 여름 가족들과 정자에서 낙숫물 소리로 들으며 쉬는 것이 특별함이고 추억이다. 나이가 들면 지난 세월의 흔적인 추억은 외로움을 안아주는 에너지 가 있다. 오늘 우리 가족은 이 시간이 기억에 남아 한 동안 행복해할 듯하다.


멀리 애쓰면서 힘들게 피서를 가지 않아도 서울 가까운 곳에 이런 멋진 사색공간이 있음에 너무 감사하고 기쁘다. 자녀들이 서울에 살지 않으면 이런 만남도 쉽지 않았을 듯해 고마운 생각이 들었 다. 지금 순간이 소중하다. 조금 후 거짓말처럼 비가 개이니, 마치 우리를 쉬라고 비가 오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삼청각을 내려와 점심은 삼청동에서 이름난 수제 비를 먹기 위해 찾아가니, 12시 쯤인데 벌써 많은 사람이 줄을 길게 서 있었다. 김영삼 대통령이 칼국수 수제비를 좋아해서 가끔 먹었다 해서 유명해진 칼국수집, 밖에서 안내하는 주차요원도 몇 사람 있고 매우 분주하다.


얼마를 줄을 서서 기다리다 들어가니 사람이 정말 많다. 기다려서 먹는 만큼 맛은 있다. 감자 빈대떡 파전에 동동주를 먹으며, 사람 사는 것이 사위와 남편은 즐거워한다 사람 사는 것 별것 있으랴 싶다. 사랑하는 가족과 맛난 것 먹고 소소한 일상을 즐기니 그 보다 더 한 행복이 어디 있으랴.


차 한잔 하면서 카페에서


손자들은 해야 할 자기들 일상으로 돌아가고 우리는 카페 투어를 한다. 더도 덜도 말고 요즘 같기만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바람을 가져 본다. 항상 두 부부만 지내다 보면 때때로 찾아오는 외로움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다 독립된 개체로 살아가는 게 인생이니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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