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을 것만 같았던 더위도 처서가 지나고 이제는 완연한 가을 날씨처럼 선선하다. 여름 동안 더위에 갇혀 산책도 거의 하지를 못하고 지내왔다. 심혈관 질환이 있는 남편은 더위에 힘들면 안 된다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더 즐겼다. 곁에서 바라보는 나는 조금 답답했지만, 편하게 생각을 해야 하지 어쩔 수없다. 삶의 리듬은 본인 만이 알아서 살기 때문이다. 사람은 저마다 각자 삶의 사이클이 있기 때문에 강요는 서로의 평화를 깨트리는 일이다.
부부라고 해서 일일이 상관하고 구속하면 힘이 든다. 한 공간에서 생활은 하지만 서로의 시간을 존중해 주어야 평화를 유지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절실한 것은 신경 쓰는 일을 줄이고 조용히 마음의 평정심으로 살아야 하는 일이다. 자꾸만 사람과의 만남과 말이 줄어드는 것도 마음의 평화를 지키기 위함도 있다. 모든 일의 발단은 말로 부터온다. 그러기 때문에 항상 조심을 한다.
얼마 전 서재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는데 매미가 창밖 방충망에 앉아서 울어댄다. 아무리 그곳에서 울어도 짝은 오지 않을 텐데 목청껏 맴맴 울고 있다. 나는 신기해 사진을 찍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신경을 안 썼더니 언제 날아갔는지 보이 지를 앉는다. 매미도 살아야 할 자기 자리로 날아가 버린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맨 먼저 창문부터 활짝 열어 환기부터 시킨다. 밤새 닫혀있던 집안의 공기를 새로운 공기로 순환이 되면서 선선한 공기는 여름과는 확연이 다르다. 정신부터 상큼하고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이제는 매미 울음은 간데없고 풀벌레 우는 소리가 10층 아파트 거실까지 올라와 가을이 오는 소리를 보내준다. 계절은 어김없이 자연의 순환 법칙에 의해 가고 오고 또 간다.
여름에 덥다고 미루던 산책을 시작했다. 산책길에 만나는 나무들도 점차 가을이 오는 신호를 보낸다. 봄이면 죽은 듯한 나무에서 벚꽃을 피우던 벚꽃 나무는 무엇이 그리 급한지 가을이 오기 전에 나뭇잎은 단풍이 되어 한잎 두잎 떨어지고 있다. 낙엽 되어 떨어진 잎을 바라보며 걷는다. 벌써 가을이 오나보다. 여전히 풀숲에서는 풀벌레 소리가 구슬프다. 가을의 신호는 풀벌레 소리로부터 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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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숲에 보이는 개미취 꽃은 연 보라색으로 피어나기 시작하고 산책하는 사람 마음을 한결 더 부드럽고 포근하게 해 준다. 연보라 색은 가을 하는 만큼이나 맑아 꽃을 바라보는 마음이 애잔하다. 지난해 만난던 꽃을 보니 반갑다. 아직도 시들지 않는 산 수국은 활짝 웃고 우리를 반긴다.
나는 자수를 놓으면서, 꽃그림을 그리면서 꽃과 꽃잎을 자세히 바라보는 습관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신은 꽃잎 하나 풀잎 하나도 모두 조화롭고 예쁘게 만들어 우리를 즐겁게 해 주고 있다. 그림을 그려도 그 처럼 조화롭게 그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자연은 신의 창작물이라고 정의 내리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연보라 색은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보라색 꽃은 결혼식 부케로도 많이 사용한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정말로 계절마다 각기 다른 느낌으로 계절을 즐기고 있으니 너무 감사한 일이다. 계절마다 모두 특색이 있지만 나는 봄 하고 가을을 제일 좋아한다. 봄에는 환희를 가을에는 감사 충만함이란 단어가 어울린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좋은 것도 있다. 작은 풀포기 꽃 한 송이에도 마음이 시큼해지며 가득해진다.
오랜만에 산책길에 가을이 오는 소리를 듣고 하루를 보낸다. 채움과 비움을 반복하며 마음을 키우며 날마다 일상을 살아낸다. 우리 인생은 예측 불가하기 때문에 항상 평정심을 유지 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