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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Nov 05. 2019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가을이 오면 생각되는 일상들

                                                                                                                                                                                                                                                                                                                                                                                                              

                                                                    낙엽 지는 가을날                       


11월, 가을이 깊어 가면서 아침저녁 바람이 차가워지고 스산해지니 외로움이 가슴 속을 헤집고 들어온다. 나뭇잎들은 단풍으로 물들어 잎들이 지기 시작하며 가지와 줄기가 듬성듬성 드러내기 시작한다. 모든 사물은 존재의 가치가 잊히려 할 때 더 한 외로움이 찾아오는 듯하다. 사람도 외롭고 길거리에 떨어져 바람에 굴러가는 낙엽의 모습 또한 쓸쓸해 보여 동질감이 느껴진다.


곱게 물들어가는 단풍과 떨어지는 낙엽은 가을의 상징이 되면서 나이들어 찾아오는 쓸쓸함이 외로움이 되기도 한다. 봄이오면  파릇한 새잎은 희망이었으며  여름날 무성했던 나뭇잎들은 사람과 새들과 모든 생물들에게는 편안한 쉼터였다.  가을은 또한 열매를 맺어 종족을 보존하는 역할을 해내고 나뭇잎의  삶은 소멸이 된다. 사라지는 낙엽은 곧 우리 인생 삶과 닮은꼴이다.     


11월은  "뜰에는 찬 그늘이 좀 쓸쓸하지만 안으로는 중심이 잡히는 아늑하고  따뜻한 계절이다."라는 말을 법정 스님은 하셨다.  그 의미는 다가오는 다음 해를 맞이할  준비와 쉼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는 윤회 그런 의미는 아닐런지,  마음대로 해석을 해본다.


젊어서  활력있던 삶에 분주함이 사라지면서 오는 쓸쓸함이 마음을 더욱 시리게 하는지도 모른다. 인생이란 때가 되면 소멸되고 생성되고 자연에 섭리에 따라 흘러가는 것이 살아가는 이치라고 담담히 받아들이면서 살고 있지만 계절의 변화에 따라 때때로 한 번씩 찾아오는 스산함과 외로움은 감당하기가 어렵다. 나는 유난히 가을이 오면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


요즘 라디오에서 듣게 되는 가을 음악과 정취가 나를 상념의 늪에 빠지게 만든다. 음악을 듣고 있는 순간, 떠오르는 생각은 아주 멋진 옷차림을 하고 음악이 흐르는 와인 바에 가서 와인 한잔 놓고 가을 음악 속에 나를 던져 놓고 감성에 젖어 보고 싶은 욕구는 철을 모르는 사치일까? 사람은 나이만 들뿐이지, 마음은 항상 풋풋한 젊음의 순수하고 멋진 감성이 마음속에 살아 꿈틀거린다.


인생에서 멋과 낭만이 살아 숨을 쉬고 있을 때, 삶의 희열의 한 부분이 되기도 한다. 멋과 낭만이란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생각하기 나름일 뿐이다. 자기만이  좋아하는 감성의 세계를 찾아 사색하며  음악도 듣고, 좋아하는 문학의 세계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멋이고 낭만이다. 젊어서 나는 채워지지 않은 끼와 열정은 많았지만,  꿈꾸었던 진정한 일을 이루지 못함이 항상 쉬웠다.마음대로 허락되지 않는 환경은 뛰어넘을 수 없는 현실이기도 했다.  


날마다 보내는 하루하루의 지나가는 시간이 소중하기만 하다.  잠깐  쉴 수 있는 시간도 모자란 삶의  욕구를 채우기위한 노력으로 시간을 아낀다. 필요 없이 보내지는 시간은 내 삶에서 소멸된다는 생각에 항상 최선을 다하려 한다.  


때때로 왜 너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데?  자신에게 물어보며,  "만다꼬" 라는  김하나 작가의 말이 묘하게 여운을 남긴다. 잘 살아 보라고, 어쩌면 인생이란 자기만이 만들어 가는 자신의 역사가 아닌가? '열심히 살지 않으면 뭐 할 건데' 살고 싶은 데로 살아가면 되는 거지 뭐, 선택은 자유이니까, 혼자만의 넋두리를 해본다.


어느 날 듣게 되는 정호승 시인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강연을 듣게 되면서 내 마음이 시 안에 다 녹아 있구나, 감탄을 하고 말았다. 전율이 느껴졌다. 요즈음 느껴지는 내  감정을 그대로 대변이라도 해주는 듯했다. 마음을 울리는 시를 여기 옮겨 본다.


수선화에게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정말  외로운 사람의 마음을 쓰윽 어루만지며 달래 주는 듯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어들이다.  " 갈대숲에 검은 새도 너를 보고 있다"라는 말이 더 마음을 울린다.   때론 모두 나를 잊고 사는 듯한 허탈감,   사람마다 외롭다고 한다.   자녀들에게서 정말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린다.  모두가 사느라 바쁘고  자녀와 가정이 그들을 묶어 놓는다,  부모를  저 멀리 밀쳐 놓고 살 수뿐이 없다.  


딸들에게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말자며.. 살아가야 한다.  나도 한때는 내 삶의 굴레 안에서 자녀들과 정신없이 사느라 부모를 얼마나 그리워하며 안부를 묻고 살았던가, 되돌아본다. 인생은 돌고 돌아 처음과 끝도 없이 반복되는 삶이 진리이다. 우리 자녀들도 나이들어지면 그 쓸쓸하고 외로움에 대해 알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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