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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Sep 24. 2021

추석, 제사 방법도 바뀌면 좋겠습니다

여자들, 명절 증후군이 사라지길 희망해 봅니다

며칠 동안 여유롭던 추석 연휴가 끝나고 모두는 각자 일상으로 돌아갔다. 쉬는 날이 5일이나 되었지만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어제 셋째 딸네 가족이 떠난 집은 금세 휑한 느낌이다. 온기로 가득했던 시간은 순간 사라지고 집안은 고요만이 가득하다. 손주는 어찌 그리 예쁜 말을 잘하는지, 사람 마음을 헤아려 주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손주가 없는 집은 웃음소리의 여운만 남는다.


딸네 가족은 차가 밀릴까 염려로 서둘러 일찍 용인으로 올라갔다. 딸네 가족이 가고 난 자리엔 가을 햇살이 창을 넘어 거실 안으로 들어온다. 나는 유난히 포실포실한 가을 햇살을 좋아한다. 왜 그런지 가을 햇살은 쓸쓸함이 묻어 있는 듯해서 사람이 그립고 아련하다. 가을바람마저도 서늘해서 여름 바람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바람도 청량하고 서늘한 기운이다. 항상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나는 가을을 닮은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직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있으니 이번 추석은 그냥 만나지 말자고 딸들에게 말했지만 딸네 가족들은 집에 오는 시간을 달리하고 내려왔다. 막내딸과 막내 사위는 지난 금요일 내려와 하룻밤 자고서 서울 올라가고 셋째 딸네 가족은 추석 전날 손자와 함께 내려왔다가 어제 용인으로 올라갔다. 딸들은 힘이 들어도 나이 드신 아빠의 쓸쓸한 마음을 달래 주기라도 하듯  기회가 닿으면 함께 시간을 보내려  달려온다.


자식은 언제 만나도 반갑고 애틋하다. 특히 명절에는 만날 가족이 없거나 찾아갈 곳이 없으면 외롭고 서럽다. 모두 자기 삶의 현장에서 열심히 살다가 명절이면 찾아가는 곳이 부모와 형제자매들이다. 가족이란 우리가 살아가는 서로의 힘이며 안식처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온 마음으로 유일하게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다.

추석이 되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더도 말고 덜고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그만큼 추석 한가위는 계절적으로 춥지도 덥지도 않고 딱 알맞은 기후라서 사람이 활동하기가 좋은 날씨라서  느끼는 기분이 상쾌하다.  각종 과일과 오곡이 무르익어 먹을 것도 풍성한 추석은 마음이 넉넉해지는 계절이다. 황금들판을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풍요롭다.


올해 추석날, 큰집 제사는 못 갔지만 조상들과 시아버지 시어머니 산소에 갔다. 과일과 막내사위가 부친 전과, 시아버님 좋아하신 막걸리, 시어머님 좋아하신 환타, 떡을 준비했다. 작년에는 남편과 둘이서만 성묘를 다녀오면서 마음이 허전하고 쓸쓸했었다. 설마 올 추석까지 코로나가 물러가지 않으리란 생각은 못했었다. 아마 이제는 코로나는 우리 일상 속에 함께 살아가려 하는지 답답한 마음이다.

               

                           딸과 손자와 함께 산소 올라가는 길


올 추석은 셋째 딸네 가족과 함께 했다. 마음이 가득해진다. 언제일지는 몰라도 우리 부부도 이곳에 와 누워 있을 거라 생각하면 이상해진다. 삶과 죽음의 건너편이 이곳 선산에 있다. 가족 모두에게 특별한 공간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마음은 늘 헛헛해져 자식들을 만나면 든든하고 좋다.

             

     산소 올라가는 길 큰집이 보인다. 빨간 지붕이 큰집  추석 명절이지만 큰집 제사는 못하고 산소에 간다.


뒤늦게 조카가 올라와 성묘를 하고 큰집으로 같이 내려왔다. 여전히 형님은 몸이 안 좋아서 잠깐 얼굴만 보고 다시 침대에 가서 누우신다. 우리는 차 한잔하고 일어나 나왔다. 예전에는 명절 큰집에 온 손님을 그냥 보내는 일이 없었다. 같이 밥을 먹고 정을 나누던 때는 옛말이 되었다. 예전 큰집이 아니다. 큰집은 항상 명절이 되면 가족들이 모여 북적북적했었다. 형님은 항상 사람들을 반갑게 맞았다.


돌아서 나오는데 마음이 싸아하고 이상하다. 큰집 형님이 아프다. 이제는 예전 큰집이 아니다. 더 이상 사람들에게 밥을 해 줄 수 없다. 코로나가 오면서 사람들 일상이 많이 변했다. 같이 밥 먹는 일이 자꾸 줄어든다.


코로나가 오면서 사람들 마음도 달라졌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걸 불편해하고, 집안의 주인인 형님이 몸이 안 좋아 음식을 마음대로 못하면서 가족이라고 점심 한 끼도 마음 놓고 못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다. 이제는 변해야겠구나. 큰집에 와서 제사하고 같이 밥 먹고 하는 일은 이제 끝난 것 같다.


만약에 코로나가 끝나는 날이 와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해 본다. 명절은 각자 본인들 집에서 보내고 성묘만 같이 하는 것으로 해야 할 것 같다. 제사 방법도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제삿날은 간단히 제물을 준비해서 산소에서 제사를 하는 걸로, 시댁일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남자들이 의논해서 할 일이다.


제사란 돌아가신 분을 기억하고 후손들이 추모하면 되는 것이다. 큰집 형님이 많이 아프시고 이제는 큰집 제사 방법을 바꾸도록 가족회의라도 해야 할 듯하다. 명절에 여자들도 노동에서도 해방되어야 한다. 서로 부담 없는 즐거운 만남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살아왔던 옛 풍습이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간결하게 살아야 마땅하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야 한다.


형님은 결혼해서 지금까지 수많은 세월. 제사 지내고 집안을 이끌어 왔는데 이제는 몸이 아파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한 사람의 희생이 가정의 문화를 이어왔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우리도 적응해야 할 것 같다. 코로나가 오면서 변해가는 세상과 몸이 아픈 형님을 바라보는 내 마음도 아프고 안타깝고 생각이 많아진다.


딸네 가족과 우리 부부는 서둘러 일어났다. 점심 식사로 조카며느리가 힘들면 안 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골이지만 카페 같은 식당이 있었다. 그곳에서 맛있는 팥죽과 비빔밥을 간단히 먹고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식당 안은 추석날이지만 사람이 많다. 예전에는 추석날 밖에서 밥 먹는 사람들이 거의 드물었다. 이제는 집안에서 많은 사람과 함께 식사는 불편할 듯하다.


코로나가 없어지는 날이 와도 이제는 제사 방법을 바꾸기를 희망해 본다. 요즈음 젊은 사람들 사는 게 모두 바쁘고 힘든다. 제사는 우리 세대에서 끝나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단해 본다. 살아 있는 사람, 그들의 삶이 더 중요한 시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삶도 상황에 맞게 조절하고 살아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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