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감을 따고 그리움을 품에 안아 봅니다

오늘 남편 친구네 집에 가서 감을 따왔다

by 이숙자

아침을 먹고 운동을 가기 전 차 한잔 하고 있을 때, 남편 핸드폰이 울린다. 남편 절친이다. " 아우야. 감 담을 포대 가지고 우리 집으로 와서 감 따 가거라"라고 말한다. 남편은 전화받을 때마다 스피거 폰을 열고 전화를 받으니 상대가 하는 말을 다른 사람도 다 들을 수 있다. "그래 알았다." 대답을 하고 나에게 감 담을 포대자루 준비를 하라고 서두른다. 베란다 창고문을 열고 작년 김장할 때 배 추담아 왔던 커다란 비닐봉지를 찾아내고 안심을 했다.


살림을 하려면 필요한 물건이 많다. 그것도 내가 잘 챙겨 놓으니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지 남편 눈에 뜨이면 다 버린다. 남편은 뭐든지 버리는 사람이다. 심지어 어느 날 사용하는 물건이 없어 물어보면 어느새 버리고 없다. 그럴 때마다 기가 탁 막히고 만다. 무엇이고 집안에 자기 눈에 거슬리는 것은 그냥 버리고 마는 결벽증이 있다. 남편이 버린 물건 사연을 말하려면 글 한 꼭지는 충분히 쓰고도 남는다.


남편 친구는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단독주택에 살고 있다. 부모님이 지으신 집을 이어 살고 있어 옛집 그대로인 집에는 감나무가 세 그루가 있다. 가을이면 감나무가 집안을 가득 채운다. 동네 사람들은 그 집을 감나무 집이라 부른다. 무화과나무, 앵두나무, 꽃나무도 많고 그곳에 가면 마치 시골집에 온듯해 마음이 포근해진다.


나중에 안일인데 남편 친구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명절이면 남편은 친구 부모님 과일값 하라고 적은 돈이라도 금일봉을 가져다주었다는 말은 들었다. 그 말을 듣고서 남편이 속 깊고 정도 있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늦게야 알았다. 남편은 워낙 말을 잘 안 한다. 남편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고 친구 부인에게 들었다.


지금은 남편 친구 부모님은 돌아가신 지 오래되었다. 그런 연유에서 그런지는 몰라도 남편 친구와는 오랜 세월을 가까이 지낸다. 가끔 부부끼리 식사도 하고 우정을 나누어 온 세월이 길다. 님편 친구는 매년 잊지 않고 가을이 오면 감을 따서 사과 박스로 가득 보내 주었다. 보내 준 감은 볕이 들지 않는 뒷 베란다 마루에 신문을 깔고 늘어놓고 홍시가 되는 데로 하나 씩 가져다 먹으며 겨울을 난다.


이제 남편 친구 부부는 나이가 들어 감 따기 힘드신가 보다. 건강도 좋지 않아 걷는 것조차 불편하시다. 그 모습을 볼 대면 안타깝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쇠약하고 움직이는 것도 마음대로 안된다. 사람이 늙어가고 '나이에 장사 없다'는 말들을 한다. 그 말이 딱 맞는 표현이다. 살면서 때때로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오늘은 우리 보고 와서 감을 따 가져가라 한다. 나이 들면 몸을 움직이는 일이 힘든다. 남편 친구 집을 도착하니 빨갛게 익은 감나무가 사랑스럽다. 마당에도 뒤뜰에도 감나무가 있어 집이 온통 가을 분위기다. 나는 유난히 감을 좋아한다. 감나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사랑스럽다. 와 아!! 감이다. 감나무를 보자 바로 사진을 찍는다. 감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풍요롭다.


빨갛게 익은 감나무에서 남편 친구 부부는 감을 따고 나무들을 전지하고 있다. 높이 달린 감은 기다란 장대에 낫을 걸고 가지를 꺾으면서 감을 딴다. 고개를 들고 감 따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높은 감은 아들과 손자를 불러 쉬는 날 따야겠다 말한다. 이런 때 가까이 있는 자녀의 손이 필요하다.



우리 부부는 이층 옥상 장독대가 있는 곳으로 올라가 손이 닿는 부분만 감을 따라고 커다란 바구니와 가위를 건네준다. 나는 감 따는 일은 처음 해 본다. 감을 좋아 하지만 감 따는 기회는 없었다. 감나무에 달린 감을 따는 기분이 참 좋다. 가을을 온통 내 것인 듯한 기분이다. 남편과 둘이 감은 따니 금방 두 바구니가 된다.


"여보 그만 따게요" 우리 먹을 만큼만 따야지 너무 많아도 보관이 곤란하다. 그 무거운 걸 이층에서 낑낑거리고 가지고 내려와 차에다 싣는다. 조금 도와줄까 했으나 친구 부부는 우리 보고 어서 가라고 손은 젖는다. 나머지는 가족과 함께 딸 것이다. 우리는 감을 가지고 집에 와서 모아 놓으니 엄청 많다.



딸들에게 카톡을 보냈다. " 우리 감 부자 됐다. 감 먹을 사람 손들어라" 둘째 딸 셋째 딸 에게 답이 온다. "조금씩만 보내 주세요" 깔끔한 남편은 그 감을 모두 씻으라고 한다. 나무에 달린 감은 온통 먼지가 많다. 상처가 있는 것과 말끔한 걸 깨끗이 씻어 분류를 한다. 딸들은 예쁘고 좋은 걸 주기 위해서다. 감을 씻고 만지며 가을을 온몸으로 느낀다.


딸들이 " 엄마 곶감 만들어 봐" 주문을 한다. 정말 감으로 곶감 한번 만들어 볼까? 어떻게 감을 잘 보관하고 먹을까 걱정 아닌 걱정을 한다. 오랜 세월 감을 전해 주는 남편 친구 댁이 있어 감사하다. 나이 들고 건강이 좋지 않아 마음이 짠해지며 건강하기를 빌어본다. 세월이 가면서 남편 친구들이 자꾸 먼길을 떠나신다. 사람의 힘으로 어찌 인간의 생로병사를 마음대로 할 수 있을까. 무엇이던 버리기 좋아하는 남편이지만 오래오래 곁에 계시기를 기도한다.


온종일 감 따고 씻고 놀면서 행복한 가을을 보낸다. 가을은 가을만의 정취가 있어 좋다. 감나무는 감꽃부터 감잎도, 감도 추억을 간직한 내 그리움의 대상이다. 어려서 감 꽃 목걸이 만들어 놀았고 지금은 차를 하면서 감잎만 나오면 차도 만든다. 가을 감잎이 단풍 들면 그림을 그리며 논다. 나무 그림도 감나무가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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