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필사하고 시화 엽서를 그리던 회원들이 시화전을 준비하다
온종일 바쁜 날이 있다. 어제 내가 그랬다. 감 따느라 바빴고, 11시에는 한길 문고에서 '민들레 씨앗' 봉사단 마무리하는 날이기도 하고 새로 시화전 시작을 하기 위해 모이는 날이다. 내가 같이 함께하는 문우들은 모두가 젊다. 아니 나하고는 나이가 30살 내외 거이 첫째 딸부터 막내딸까지, 모두가 딸 같은 젊은 사람들이다.
그 속에서 되도록 나이 들었다고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부지런히 내 할 일은 한다. 어제도 바쁜 날이었지만 모이자고 하면은 가능한 참석을 한다. 옆에서 호응을 해 주지 않으면 앞에서 일을 주선하는 사람이 기운이 빠진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책임을 다 한다. 그게 바로 공동생활을 하는 매너다.
어제는 남편 친구 집에서 따온 감을 씻어 정돈해 놓고 샤워를 한 후 정신없이 한길 문고로 종종걸음을 한다. 문우들은 일이 있으면 한길문고에 모여 회의도 하고, 무슨 일이든지 한길문고가 중심이다. 우리 문화의 중심이며 놀이마당이다. 글도 쓰고 우리가 출간한 책도 매대에 누워있다. 신나는 일이다.
지난 6개월 동안 시와 그림을 그린 엽서를 복지관이나 취약계층 어르신들 점심 도시락에 넣어 나눔 운동을 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내게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세상에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없다. 무언가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내가 살고 있음을 느낀다.
오늘은 시화 엽서 봉사는 끝나는 날이며 또 다른 일 시화전을 준비하기 위해 회원들이 모이는 날이다.
처음에 8명으로 시작했던 '민들레 향기'라는 모임을 민들레 홀씨 되어 날아가 여기저기 학생들도 일반인들도 참가 인원이 늘어나 도시락에 무려 6천 장을 배부했다고 한다. 한 사람의 생각이 이 지역의 커다란 횃불이 되어 호응이 좋았다는 후문이다.
사람들이 즐거워 몇 사람 시를 필사하고 엽서를 쓰고 했던 일이 이제는 더 큰일이 되었다. 시화전까지 한다고 한다. 시화전은 특별한 분들을 소환했다는 봉사센터장님 소견이다. 어쨌거나 나는 우수 회원이라는 이름으로 배지영 작가의 신간 책까지 선물 받았다. 오호! 공짜 선물을 받고 기분이 좋다. 아하, 이건 비밀인데...
얼마 전 시화 엽서 종이를 받아 시와 그림을 8장 그려 오늘 선을 보여 주었다. 나는 원래 성격이 해아 할 일이 있으면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예민하다. 책임 감이 강한 성격은 좋지만 때로는 나 자신에게는 피곤한 일이다. 그동안 수고해 주어 고마웠다는 말과 함께 시화전을 잘해 보자는 말을 했다. 박모니카 선생님은.
내가 그린 시화 엽서를 가방 안에서 꺼내 보였다.
모니카 선생님의 부군이 시화 엽서 한 장을 들고 이야기를 하신다. 시와 엽서 아래 써 놓은 'suk ja'라는 이니셜을 보고 단발머리 소녀 학생의 모습이 생각난다고 하신다. 와아... 어찌 그런 생각을 하시는지 싫지 않다. 감성이 풍부한 분이시다. 모니카 선생님 부군은 시심이 뛰어난 감각을 가지고 계신다. 시도 쓰시고 삶의 깊이를 관통하는 멋진 말씀을 가끔 하신다.
나는 10대 단발머리 소녀로 돌아가 옛날을 기억해 본다. 항상 시집을 들고 다니며 센티했던 10대 소녀가 이제는 팔십이 가까운 노인이 되었으니, 세월이 참 무상하다. 지금 젊은 문우들과의 놀이를 하며 사는 내 삶이 특별하다. 나는 때때로 나만의 세계로 침잠을 하며 먼 옛날 세월을 더듬어 나를 만나려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