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이 전해준 호박죽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5층에는 시인이 살고 있다.

by 이숙자

어젯밤 저녁을 먹고 남편은 거실에서 친구인 티브이와 놀고 나는 서재에서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논다. 밤 8시가 넘어가는 시간, '띵동' 누군가 초인종을 누르는 사람이 있다. 이 밤에, 찾아 올 사람도 없는데 누구 인지 몰라 망설이며 " 누구세요" 확인을 한다." 나에요 형님" 가만히 목소리를 들어 보니 5층에 사는 '시인 ' 친구다.


"밤에 웬일?" 문을 열어 보니 호박죽과 마스크 걸이를 들고 서 있다. " 호박죽 내가 좋아하는데, 마스크 걸이는 눈 아픈데 왜 이런 걸 뜨고 그래" 하며 핀잔을 준다." " 내가 집에 있으니 손이 심심해서 크리스마스 선물 미리 주는 거에요, 두 분에게" 그리 말하고 남편 것 하나 내 것, 두 개를 건네준다. 뜨게를 할 때 수고로움을 알기에 작은 물건이라도 더 소중하고 고맙다.

마스크 줄

시인 친구는 항상 마음이 따뜻해서 주변과 나눔을 많이 하고 산다. 집에서 가만히 놀지를 못한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수세미를 몽땅 떠 주변 사람에 게 나누어 준다. 어느 겨울날에는 수면 목 머플러를 몇십 개를 떠서 부모 없는 애들이 있는 보육원에 보내주는 걸 본 적이 있다. 친구의 나눔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가끔 부끄럽다. 내 시간을 내어 남을 위한 일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내 삶의 한 부분을 내어 주는 어려운 일이다.


마음 고운 친구는 본인의 삶에서 사색하며 통찰하고 아름다운 시를 쓴다. 나는 사람 사는 삶이 녹아있는 친구의 시가 좋아 가끔씩 읽어 본다. 요즈음 읽기 딱 좋은 시를 옮겨 본다.


가을 풍경


작은 잎이 나뭇가지에서

대롱대롱 그네 타는 오후


볼품없는 늙은 호박

누런 맨살 살포시 드러내고

한 뼘 남은 햇살로 일광욕 중


무슨 말을 꼭 전하려는지

밤새워 울고도

풀숲의 벌레는

자지러 진다


생명 있는 것들은

찰나를 나누는데

할 일을 읽어버린 채

계절이 오가는 길목에 서있다


이웃 친구가 가져온 호박죽

아침은 어제 친구가 준 호박죽으로 식사를 했다. 사람의 온기가 전해진 음식은 마음이 더 따뜻해 온다. 우리는 자꾸만 살아가는 시간이 짧아진다. 정말 누구를 위한 시간을 가져 보려고 노력을 하지만 쉽지가 않다. 날마다 내 삶의 수례 바퀴에 맞추어 시간이 흐르는 데로 살아간다.


사람 사는 일이 혼자서 하는 일은 기억이지만 누군가와 같이 할 때는 추억이 된다. 역시 사람은 '사람' 인자처럼 서로 기대고 나누고 함께 할 때 기쁘고 사람 사는 맛이 난다. 코로나가 오면서 사람과의 거리가 자꾸 멀어져 가는 이때, 친구의 따뜻한 정이 고맙다. 사람이 혼자만 잘 먹고 잘 산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한 사람이 진정한 자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집평수나 자동차 브랜드가 아니라 자신의 친구이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책에서 맞는 말이다. 나이 들고 보니 정말 내 곁에 남아 있는 친구의 소중함을 알 것 같다.

언제라도 무슨 일 이 있어도 달려갈 수 있는 친구,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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