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갑자기 친정집에 왔다가 우리 부부에게 점심 한 끼 사주고 간다
어제 아침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아빠, 우리 지금 군산 가려고 출발했어요"라고 세쨋 딸에게 전화가 왔다. 딸들이 군산 내려온다고 하면 남편은 한사코 못 내려오게 야단을 하니 딸들은 허락을 받지 않고 바로 움직인다. 남편은 예민해서 "지금 코로나 확진자가 몇 명인데 움직이려 하느냐" 하면서 사람을 꼼짝 못 하게 한다. 그렇다고 산 사람이 어떻게 안 움직이고 산단 말이가.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는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백신도 나오고 백신 접종율도 높아 이제 안심을 하고 살 수 있으려나 생각을 했지만 코로나가 끝나기는커녕 전염성이 강한 오미크론이라는 또 다른 변이 코로나는 원인도 모르게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반갑지 않은 일이다. 점차 사람 사는 일이 두렵고 예민해진다. 정말 이제는 기다림이 지쳐 답답한 마음에 울적하다.
나이 든 우리 부부는 마치 세월을 도둑맞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우리 나머지 삶의 시간이 얼마나 남아있을지 모르는 지금, 우리는 마음대로 가고 싶은 곳을 갈 수도 없고 만날 사람도 마음 놓고 만날 수가 없으니 마치 삶이 정지된 듯한 생각이 든다. 지난 2년 동안은 견디며 잘 참아왔다. 그러나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는 어둠의 터널 안에 갇혀 빛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은 한 공간에 계속 머무르고 있으면 때때로 찾아오는 무력감에 우울 해 진다. 잠깐이라도 익숙했던 공간을 탈피해서 충전을 하고 싶어 사람들은 여행을 훌쩍 떠난다. 마음의 고향 같은 곳에 찾아가 쉬어야 한다. ' 정호승 시인은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행이 마음 안에 있다고 하지만 잠깐이라도 떠남을 하지 않고는 만날 수 없는 느낌이다.
겨울이 오면서 우리 부부도 집에서 꼼짝 않고 갇혀 지낸다. 매일 밖에 나가 운동하던 산책도 멈추고 있다. 어떤 날은 미세 먼지가 많고, 어떤 날은 춥고 나이란, 손님처럼 찾아오는 질병은 우리의 삶을 자유롭지 못하고 항상 조심조심하면서 살아야 한다. 나이 들면 추위가 싫어진다. 자꾸 말 수도 줄어들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줄어든다. 자칫 우울 속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요즘은 우리 동네 목욕탕에 확진가 몇 명 나왔다는 메시지 문자가 왔다. 각별히 조심을 하고 나이 든 노인들을 외출을 삼가라는 문자다. 문자를 읽고 난 남편은 나도 꼼짝 못 하게 한다. 밖에 외출을 하면 대 부분이 동네 사람들과 마주치는데 누가 확진자 인지 조심할 수뿐이 없다. 사람이 사람을 두려워하는 세상이라니 참 재미없다.
그렇다고 집안에만 있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먹고살아야 하는 부식은 사 와야 밥을 먹고 살기 때문에 시장과 마트는 가야 한다. 아프면 병원도 가야 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꼭 필요한 움직이는 일은 해야 생활을 할 수 있다.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딸이 온다는 전화를 받고 마음이 바쁘다. 딸네 가족이 오면 무엇을 먹일까. 무엇을 들려 보내야 할까? 그 생각부터 하게 된다. 딸에게 물어보니 깍두기 담가 달라고 한다. 동네 마트에 들렸으나 무가 마음에 안 든다. 다시 재래시장으로 갔다. 역시 야채는 재래시장이 싱싱하고 가격도 싸다. 무가 실하고 달게 생겼다. 팔뚝 보다도 더 큰 무 5개 달린 한 다발이 5천 원이다. 싸면 사 먹는 사람은 좋지만 농사짓는 사람은 수고비라도 나와야 할 텐데... 하면서 걱정 아닌 걱정을 한다.
집으로 들고 와 무 두 개는 깍두기 담고 한 개를 숭덩숭덩 썰어 멸치 넣고 고추장 고춧가루 넣어 빨갛게 지지면 달달 하고 맛있다. 거기에 갈치를 넣으면 갈치찜이 된다. 딸은 비린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멸치만 넣고 무조림을 해주었다. 맛있다. 낮 12시가 넘어 도착한 딸을 손자와 합계 맛있게 밥을 먹는다. 손자 좋아하는 닭볶음 탕과 할머니표 된장찌개가 맛있다고 엄지 척을 하면서 먹는다. 그 모습에 나도 흐뭇하고 기쁘다.
저녁에는 딸은 친구 생일이라고 손자까지 데리고 나가 친구를 만난다. 나이 젊은 때는 친구가 좋을 때다. 나이 들면 다 귀찮아지는 일이다. 자고 다음 날, 딸은 아빠의 의기소침하고 밝지 않는 모습이 자꾸 신경 쓰이는지 밖에 나가자고 조른다. 꼼짝하지 않으려던 남편도 딸고 손자의 말을 거절하기 어려워 결국 설들을 당하고 만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 손자가 좋아하는 단 초밥집으로 우리 부부를 데리고 갔다.
일 식집 단초 밥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지만 우리는 한 번도 오지 못한 곳이다. 식당 안은 좁았지만 손님은 제법 많다. 식당 안 자리는 꽉 채우고 빈자리가 하나뿐이다. 한참을 기다려 나온 메뉴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고 맛있다. 왜, 우리는 이런 곳에 한 번도 오지 못하고 살고 있나? 식당 안은 거의 젊은 세대들이다. 깔끔한 음식이 마음에 듣다고 남편도 좋아하시며 드신다. 우리도 먹고사는 패턴을 좀 바꾸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딸은 여행하듯 잠깐 친정집에 들려 부모에게 점심 한 끼 사 주고 바람처럼 휘리릭 떠나간다. 딸과 손자는 자기 삶의 자리에서 날마다 부지런히 살아갈 것이다. 사람 사는 일은 어제나 만남과 헤어짐이다. 아무리 반갑고 좋은 사람도 때가 되면 헤어지고 사람마다 자기 자리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마음이 따뜻한 일인지...
삶은 항상 우울한 것만은 아니다. 살면서 마음만 내면 행복하고 웃는 날도 많다. 사람 사는 일은 모든 게 생각하기 나름이다.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지만 참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끝을 보여 줄 것이다. 고통도 시련도 때가 있고 그 모든 것은 다 지나가리라 믿어 보련다. 사람의 삶이 모두가 고통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신은 항상 인간에게 견딜 만큼의 고통을 준다고 했다. 모든 것은 한 때다. 때가 되면 다 지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