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림 일기

옛 추억이 아련한 동네 방앗간

by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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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쉬고 있던 그림일기를 다시 시작했다. 무얼 그릴까 생각하면서 책상 서럽을 열어보니 예전 그림 그렸을 데 모아놓은 방앗간 그림이 있다. 그 그림을 보니 옛날 생각에 마음이 아련해진다. 방앗간은 예전 우리가 살았던 동네 풍경이며 사연이 많은 곳이다. 옛날 시골 밥 좀 먹고사는 동네는 방앗간이 거의 있었다.


그 방앗간은 언제나 쌀이 가득 쌓여 있고 특히 추수가 끝나는 가을에는 너도 나도 방아를 찧느라 방앗간 기계는 쉴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갔다. 방앗간에서 쌀을 찧어다 놓으면 마음이 가득하니 부자가 된듯했었다. 시골 큰 집은 가을에 방아를 찧어 보관하는 커다란 항아리가 있었다.


나는 결혼 후 그 항아리가 너무 커서 놀라고 쌀이 많아서 놀랬다. 시어머님에게 용돈은 잘 주지 않는 시아버님, 시어머님은 방아 찧어 놓은 쌀로 용돈 대신 시댁에 손님이 오면 쌀을 들려 보냈다. 그 시절은 배고픈 때였다. 그러므로 쌀이 소중했다. 집에 찾아오는 시누이, 잘 못 사는 시외삼촌들에게도 쌀은 흘러들어 갔다. 시아버님은 안방 아랫 묵에 앉아 계시며 감시병처럼 시어머님을 감시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때는 시아버님이 이해가 안 되었지만 나중에야 시아버님이 이해되었다. 많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시아버님은 언제나 몸이 불편해 잘 움직이지 못하셨지만 머리로 계산을 하면서 가족의 경제를 잘 돌아가 도록 머리가 좋으셨다는 말을 들었다. 그 덕분에 남편집은 그리 어렵지 않게 살았다 한다.


예전은 밥 먹고 사는 일이 가장 큰 일이었다. 밥만 안 굶고 살면 부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쌀이 소중하고 쌀만 보면 반가웠던 시대가 있었다. 지금 사람은 잘 모르는 일이다. 어른들은 어렵고 힘든 시절을 잘 견뎌왔다.


우리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었던 방앗간이 많이 사라졌다. 사라져 가는 아쉬움 때문인지 방앗간 그림을 보니 옛 추억이 생각나고 아련해진다. 현대 문명이 자꾸 발전되고 사는 것이 편리해졌지만 추억이 담긴 옛 건물과 풍습들이 사라지는 것은 마음이 휑해진다. 나이 먹은 세대라서 그럴까? 가끔은 옛것이 그립고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사람도 옛사람은 모두 사라지고 곧 있으면 우리도 사라질 생각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세상사는 일은 멈춤 이란 말이 사라지고 앞으로 앞으로 달려가고만 있다. 삶은 가끔 멈춤이 있어야 여백이 생긴다. 우리는 차 마시는 행다를 할 때 항상 멈춤이란 말을 귀가 딱지 앉을 정도로 들었다. 멈춤을 하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도 중요함을 잊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멈춤이 없는 빨리 빨리는 여백과 운치가 없어 차를 마시는 사람도 차를 내어 주는 사람도 멋이 없다. 그래서 행다를 할 때 멈춤은 중요한 순서라고 차 공부할 때 배웠다. 우리의 삶에서도 잠깐 멈춤을 하면서 나를 돌아보기도 하고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로움을 가질 때 삶이 더 여유롭고 마음이 넉넉해진다.


세상은 시간이 가면서 자꾸 변한다. 우리의 삶도 변화에 맞추어 옛것과 새로운 것을 잘 조화하면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는 날이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방앗간 그림이 나를 추억 속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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