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동지 날이다. 동지는 대설과 소한 사이에 있는 24절기 중 22 두 번째 날인 것이다. 동지는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이며 동지를 지나면서 낮의 길이가 조금씩 길어진다고 하는 날이다. 우리 조상들은 동짓날 팥죽을 끓여 액운을 물리친다고 집안 곳곳에 뿌려온 관습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팥죽과 찰밥이다. 동지가 오면 거의 빼놓지 않고 팥죽을 끓여 먹었다. 아이들이 없어도 내가 좋아하니까, 나를 위해서도 팥죽을 끓여서 나눔을 하고 며칠 씩 차갑게 해서 먹는 맛이 있는 게 팥죽이다. 그런데 올해는 자꾸 귀찮은 생각이 든다. 나이는 못 속이나 보다. 남편은 있으면 먹고 없어도 찾지 않고 별로 즐기지 않는 편이다. 남편이 좋아하면 기운을 내서 끓였을지 모르지만 나 먹겠다고 번거로운 일이 하기 싫어진다.
겨울의 시간은 금세 흐른다. 아침 먹고 잠깐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보면 점심때다. 카톡 소리가 나서 열어 보니 모니카 선생님은 어머니가 팥죽을 끓여 주신다고 팥죽 사진을 올렸다. 모두가 한 소리로 "맛있겠다" 합창을 한다. 끓여 놓은 팥죽 사진을 보니 더 먹고 싶은 생각이 난다.
카톡에 올라온 팥죽
시계를 보니 열두 시가 넘어가려는 시간이다. 아! 방법이 있지, 나는 올해 안 먹으면 찾아먹지 못할 것 같아 본죽에 가면 동지 팥죽이 있다는 것을 잠시 깜빡 잊었다. 여태껏 동지 팥죽을 사 먹는다는 생각은 못했다. 내가 못 끓이면 사다가 먹으면 되지 싶어 아파트를 내려가 본죽 집으로 향하는데 폰에서 카톡이 울린다. 열어 보니 모니카 샘이 "선생님 팥죽 가지고 열두 시 반 까지 집 앞으로 갈게요" 하고 톡이 왔다.
톡을 보고 어머나, 이게 웬일, 팥죽을 가져다준다고 하니 반갑고 감동이다. 나는 되돌아 아파트 마당으로 돌아오니 막 차에서 내리는 모니카 샘이 팥죽을 건네준다.
"이게 웬일이에요 가족들 나누어 먹기도 모자랄 텐데"...
"적어도 나누어 먹어야 맛이 있지요"
팥죽을 가지고 올라와 팥죽 드시라고 하니
남편은 무슨 팥죽이냐고 물어본다.
남편도 이제는 영어 학원 원장님 하면 다 안다. "그 원장님이 가지고 왔어요"
본죽에서 사 먹으려던 동지 팥죽을 결국 먹기는 했다. 팥죽 양이 많고 적고 가 문제가 아니다. 주고 싶은 따뜻한 마음이 고맙고 흐뭇하다.
나는 사실 찰밥은 쉽게 잘한다. 팥죽 끓이는 일은 번거롭다. 찹쌀은 아침나절에 담가 놓았다. 오늘 춥다던 날씨는 포근하다. 매일 운동을 못하니 답답했는데 점심은 팥죽을 먹고 공원을 한 바퀴 산책을 하고 돌아왔다. 춥지 않은 날씨 때문인지 산책하는 사람도 제법 많다. 오랜만의 산책길은 월명공원은 나뭇잎이 다 떨어진 빈 나뭇가지만 바람에 흔들린다. 겨울 풍경은 쓸쓸하다.
팥죽 대신 찰밥을 해서 나누어 먹는 마음이 따뜻해진다
집으로 돌아와 바로 찰밥을 찌기 시작한다. 팥도 삶고 찰밥은 한 시간 정도면 완성된다. 밥을 소분해서 담는다. 낮에 얻어먹었던 팥죽을 준 집도 주고 내가 좋아하는 분도 전화해서 찰밥을 건넨다. 4인 가족이 먹을 수 있도록 넉넉히 담아 주었다. 좋아하고, 고마워한다. 나눔은 항상 따뜻하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어 기쁘다. 저녁에는 동생도 건너오라고 해서 찰밥을 주었다.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직은 건강하게 움질 일 수 있어 감사하다. 내가 마음을 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 수 있으니 더 바랄 것이 무어 있겠는가.
내가 언제까지 나눔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기운이 있을 때까지 찰밥을 해서 나눔을 하고 살 것이다. 나이 든 사람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이 기쁘다. 기쁨도 나누어 줄 때 행복하다. 내년 동지는 또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른다. 무슨 일이던 기대를 하고 산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