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지나갔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가 오면 맨 먼저 하는 일이 탁상 달력을 바꾸어 놓는 일이다. 우리 집은 큰 달력을 걸지 않는다. 그것은 순전히 남편의 취향이다. 탁상 달력은 제일 눈에 뜨기 쉬운 전화기 옆에 놓는다. 일 년 동안 가족들 생일과 중요한 행사와 제삿날을 적어놓는다. 그렇지 않으면 다 기억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새해는 좋은 일이 있기를 꿈꾸며 새 달력을 넘긴다.
어쩌면 달력은 우리 집 지나온 세월의 흔적일 수 있다. 그 안에 일 년 동안 살아온 중요한 기록을 남겨 놓는다. 날이 갈수록 기억력이 쇠퇴해 간다. 메모를 하지 않으면 잊기 쉽다. 하루하루가 매일 같은 날 같지만 엄밀히 말하면 똑같은 날은 없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조금씩 다른 날이 이어지고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 삶도 변한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며 주변 사람들의 안부를 물어본다. 아무 일없이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소식만 들어도 반갑고 다행한 일이다. 그렇지만 지난해와 똑같은 사람이 자꾸 줄어든다. 정말 가까운 사람들이 달라지는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 나이가 들면 몸들이 예전만 못하고 아파온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으로 변해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무슨 수로 멈추도록 할 수 있을까...
큰집에 전화를 하니 큰집 형님도 많이 아프시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무거워진다. 항상 명절이나 제사 때, 큰집을 가면 음식을 많이 준비해서 같이 나누어 먹으며 정을 나누던 따뜻한 시간들이 떠 올라 가슴이 먹먹해진다. 큰집은 언제나 우리의 지난날 추억이 쌓여 있는 고향 같이 포근한 곳이다.
일 년을 먹을 수 있는 된장 간장을 담가 놓고, 가져다 먹고 각종 야채도 텃밭에서 날라다 먹는 곳이며, 가끔 형제들이 모여 맛있는 것도 나누어 먹고 화기애애하고 사람 사는 온기가 있는 곳이다. 부모님이 안 계신 시댁은 언제나 시숙과 형님이 고향이며 우리의 삶의 쉼터 같은 곳.
야채나 농산물을 사서 먹는 것과는 다른 마음 따뜻했던 삶의 둥지 같은 곳, 두 분이 안 계시면 우리는 고아 같은 사람이 될 것 같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말하지만 막상 눈앞에 다가 오니 마음이 허전하고 쓸쓸해 온다. 나이가 들면 당연히 찾아오는 생노 병사라 지만 바로 내 앞에 찾아오는 현상이 낯설기만 하다.
살아가는 일은 모든 것은 비워 내는 일이다. 당연히 올 수 있는 일이라고 마음을 다독여 보지만 마음이 심란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담담히 평상심을 가지려 노력해 본다. 정말로 어쩌자고 코로나라는 이상한 전염병은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 채 바꾸어 놓았는지 원망해 보지만 소용없는 일.
큰집 형님은 원래가 쾌활하고 사람 좋아하는 분이다. 그러나 코로나가 오면서 2년이란 동안 집에 묻혀 살다가 우울증이 오면서 몸이 더 안 좋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들... 정말 사람이 사람과 어울려 활기 있게 사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려 본다. 우리 형님이 활짝 웃고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시기를 소망해 본다.
새해부터 우울한 이야기로 글을 쓰려고 하니 마음이 착 가라앉는다. 계절마저 겨울이라서 더 그럴까?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 날이 있다. 그날을 기다리며 희망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