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이 넘게 사용한 소파를 버리면서 생각하는 것들
어제 우리 집 거실에 있는 소파를 버렸다. 오랜 시간 친구처럼 우리 가족 곁에서 함께한 소파와 이별한 날이다. 집 밖으로 내어 놓은 소파를 보며 만감이 교차한다. 마음이 허전하고 섭섭 한 마음이 내 몸 신체 부위를 때어 놓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새로운 것에 의해서 옛것이 사라지는 것은 나이 많은 나의 삶과 대비가 된다.
이별이란, 어떤 형태라도 마음이 아프다. 오랫동안 우리 집 거실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추억이 켜켜이 쌓인 소파다. 마치 내 절친인 친구가 내 곁을 떠나는 것처럼 섭섭하다.
하얀색과 와인 색이 어우러진 예쁜 앤틱 소파는 우리 집 거실을 환하게 비춰 주는 기쁨이었다.
노년의 삶이란 나이만큼 자꾸 버려야 하는 지금, 나는 무엇이 그리 집착이 많은지 모르겠다. 보내는 마음이 자꾸만 뒤 돌아보게 한다. 때가 되면 모두 다 놓고 떠나야 하는데, 아직도 미련이 남아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물건들과 정을 떼지 못하고 있다. 같이 해온 세월만큼 애틋한 정을 끊지 못하고 있다.
삶이란 때로는 애착을 가졌던 물건도 모지락스럽게 끊어 내야 하는 날이 온다. 나이 든 친구들과 만나면 비워 내야 한다고 말을 하지만 쉽지가 않다. 다 때가 있을 것이다. 내가 아무리 애정 했던 물건도, 친구도 어느 날은 이별을 해야 하는 대상이다.
단독 주택에 살다가 아파트로 이사 온 지 삼십 년이 훌쩍 넘었다. 단독주택과 다른 아파트란 곳은 신세계였다. 생활이 너무 편리하고 삶의 질이 달라졌다. 이파트에 입주하면서 쓰던 가구는 다 버렸다. 새로운 가구를 준비하고 마음이 부풀고 몇백 년을 살 것처럼 좋은 물건을 사들이고... 꿈이 부풀어 신나고 기쁨이 가득한 나날 들었다. 지난날들은 아련한 추억이다.
소파를 처음 들인 날 나는 마음이 들떠서 만져보고 앉아 보고 좋아했었다. 소파는 우리 가족의 많은 추억과 이야기들이 쌓여 있다.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 거실 소파다. 맨날 수많은 날 소파에서 생활을 해왔다. 안방에서 잠만 자고 일어나면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고 낮잠을 주무시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마치 남편의 가장 절친 친구와 같았다.
옛 소파와 이별을 하는 남편은 아무 느낌도 없는지 새로 들어오는 소파에만 관심을 갖는다.
지금 우리는 가지고 있는 물건도 버려야 할 때다. 새로운 물건을 사들이지는 않는다. 집을 사고 새로 이사를 하는 막내딸은 산지 얼마 되지 않는 소파를 가족들에게 필요한 사람이 쓰라는 카톡이 왔다. 다른 딸들도 필요 한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젊은 사람들은 마음에 안 맞으면 과감하게 바꾼다. 생각이 우리와는 다르다.
결국 소파는 우리 차지가 됐다. 어떻게 할까 한참을 망설였는데, 남편은 지금 것을 버리고 딸이 보내주는 걸로 쓰자고 하신다. 우리 집 소파는 식탁과 거실 장과 한 세트라서 새로운 것과는 분위기가 전혀 맞지 않을 것 같아서 나는 망설였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정이 많이 들었고 값도 쾌 비싼 물건이다. 자꾸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법정스님은 살아 계실 때 '무소유'를 말씀하셨다. 사람이 필요한 것만 가지고 살아야 하고 많은 물건에서 해방되어야 삶이 자유롭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말에 공감을 하면서도 쉽사리 실천하기가 어렵다. 가지고 있는 물건을 쉽사리 버리지를 못하고 살고 있으니 나도 참 딱하다. 지금부터라도 한 가지씩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고 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안 쓰면 새 소파를 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까운 마음에 카톡을 보냈다. "우리에게 보내렴" 하고 말을 했지만 사실 그리 반가운 마음은 아니었다. 그러나 남편은 집에 있는 소파가 너무 오래되어 수리를 한 부분도 있고 새것인 딸 소파에게 눈길을 보낸다. 나는 그래도 옛것이 좋은데, 라며 멈칫거려 보지만 남편은 생각이 다르다. 결국 남편이 더 많이 사용해야 하는 주인이라서 " 마음대로 하세요" 하고서 남편 의견에 맡겼다.
막내딸에게 보내라고 말을 마치기 무섭게 딸은 서울에서 오늘 소파를 용달차로 보내왔다. 어쩔 수 없이 옛것과는 이별을 해야 한다. 나는 마음이 섭섭하고 이상한데 남편은 아무렇지도 않은 느낌이다. 그래도 조금 덜 섭섭한 것은 포인트로 내 것 소파 하나는 남겨놓았다. 그 소파 마저 버렸으면 나는 울고 말았을 것 같다.
하나 남은 소파는 내가 잠잘 때만 빼면 가장 많이 앉아서 시간을 보낸다. 휴대폰도 보고, 점심 후에 햇살이 거실에 들어올 때면 차도 마시고 음악도 듣고 때로는 책도 읽고 나와 가장 친밀한 장소다. 하루 일과 중 햇살 가득한 그 시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음악과 차가 있고 창으로 넘어 들어온 햇살이 친구 해 준다. 그 시간이 평화롭고 여유롭다. 마음이 그윽해지는 시간이다.
사실을 두 개를 남기려 했지만 자리가 없었다. 다행히 하나 남은 소파 하나가 나를 위로한다. 나는 내 삶이 다 하는 날까지 내가 좋아하는 물건 하나는 내 곁에 두고 살 것이다. 나는 새것보다는 오래된 것이 더 좋다. 묵은 때와 내 삶이 녹아 있는 물건들에게 애정이 간다. 인생의 나이만큼 삶의 깊이도 깊어지는 것은 나이 들고야 알게 되었다. 예전 젊은 나이와 다르게 생각이 많아졌다.
집안에 최애 하는 물건은 마치 나를 지지해주는 내 가장 절친이 곁에 있는 듯 내 삶이 든든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