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해는 유난이도 짧아 밥 먹고 돌아서면 금방 점심때가 되고 점심 먹고 설거지하고 나면 2시가 훌쩍 넘는다. 말 글대로 돌아서면 밥이고 또 저녁밥상을 차려야 하는 게 주부들이 해야할 몫이다. 우리 부부 단 둘이만 살고 있는 우리 집도 밥 먹는 시간은 어김없이 돌아오고 밥때가 되면 반찬 걱정을 해야 한다. 매번 밥상에 내놓는 김치 깍두기도 반가워하지 않는다. 나이가 먹으면 이가 부실해서 말랑거리는 반찬을 찾게 된다.
2년이 넘은 코로나는 우리 곁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지금도 외식이 자유롭지를 못하다. 가끔 외식이라도 한 번씩 하면은 밥상 차리는 일에서 해방이 될 텐데 그 마저도 여의치 않다. 워낙 성격이 예민한 남편은 노인이 더 위험하다고 사람 많은 곳은 가지 않으려 한다. 때로는 밥하기 귀찮은 생각에 외식이라도 한번 하자고 말을 건네 보지만 어림없는 소리다. 나는 그만 포기를 하고 하루 세끼 밥 차리는 여자로 살아간다.
음식마저 까다로운 남편이다. 위가 좋지 않은 남편은 밀가루 음식도 먹는 일이 절대 없다. 하루는 내가 물어보았다. " 여보 점심에 수수부꾸미 해 드릴까요? 지난번 조카 아들 결혼식 뷔페 음식을 먹을 때 수수부꾸미를 드시는 걸 보았다. 아! 남편이 수수부꾸미 좋아하시는구나 그때 알게 되었다.
남편은 내가 물어보는 말에 대답을 하신다. "그래, 그건 좋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제 운동을 다녀오는 길에 쌀집에서 찰수수 2킬로를 사 가지 왔다. 우리가 매일 산책하는 길에는 쌀 도매하는 곳이 있다. 그곳에서는 모든 잡곡도 살 수 있다. 일반 마트보다 훨씬 싸다. 나는 그 집에서 쌀도 팔고 먹는 잡곡도 사다가 먹는다.
어젯밤에 수수를 물에 불렸다. 밤새도록 불린 수수는 방앗간에 가서 빻아왔다. 나는 수수부꾸미는 집에서 만들어 본 일은 없다. 예전에 엄마가 해 주어 먹었던 기억만 남는다. 요즈음은 인터넷만 들어가면 모든 음식의 레시피가 주르르 나온다. 오래 살림을 했는데 그것 못할까? 하는 마음으로 시도를 한다. 내가 좋아하는 팥도 삶았다. 팥을 삶을 때는 부르르 한번 끓여 물을 버리고 다시 물을 붓고 천천히 말랑말랑 할 때까지 삶아야 한다.
삶아 놓은 팥
찧어온 수수 가루는 뜨거운 물을 넣고 반죽을 한다. 팥죽 끓일 때 새알을 만들듯, 그러나 좀 크게 만든다. 기름 두른 프라이 팬에 손으로 동그랗고 넓게 편 다음 한쪽이 익으면 뒤집는다. 그런 다음 가루가 익은 것 같으며 삶아 놓은 팥을 한 숟가락 넣고 반달처럼 접어 가장자리를 꾹꾹 붙도록 한 후 접시에 꺼내 담아 놓으면 수수부꾸미는 끝이다.
만들어 놓은 수수부꾸미
만들어 놓은 수수부꾸미가 모양이 예쁘지 않다. 그러나 투박한 것이 맛은 있다. 처음 만들어 본 부꾸미는 금세 티를 낸다. 오랜 세월 장인의 솜씨와는 차별을 보여준다. 나도 자꾸 하다 보면 예쁘게 만들 것이다. 먼저 사진을 찍어 딸들에게 보내니 "엄마 맛있겠네요" "그럼 만들어 냉동시켜 보내줄까?" "내 조금만요" 금방 주문을 받는다. 주문을 받으면 곧장 실행을 한다.
<찰수수에는 철, 인과 같은 무기질과 수용성 식이 섬유가 풍부하며 면역과 해독에 도움을 주는 프로 안토시 아딘 성분이 풍부하다고 한다. 혈관 건강과 다이어트 당뇨 개선에도 도움을 주는 식품> 네이버 지식에서
위에도 당에도 좋은 음식이라고 하니 가끔씩 챙겨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먹기 쉽지 않은 음식을 예전 어른 들을 일상에서 매번 만들어 먹으며 건강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그때는 병원도 약도 많지 않은 생활을 건강한 음식을 먹으며 살아낸 조상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염려되는 것은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이다. 맛있는 음식을 같이 나누어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있어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낸다. 산다는 것은 견디는 일이라고 했다. 매일 무엇을 먹어야 하며 무슨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몫은 순전히 내 마음 안에 있다.
모든 것은 세월이 가면 변한다. 남편이 곁에 계실 때 맛있는 것, 좋아하는 것 같이 만들어 먹을 때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