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한 구절의 추억
나이 든다는 것은 여유와 평화를 찾는 일이다
겨울 추운 날씨에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하루해는 하는 일 없이 훌쩍 흘러가고 있다. 오늘은 무엇을 하지? 생각해 보지만, 어제와 다르지 않게 하루를 보낸다. 어제 살아왔던 데로 살아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 아무도 없다. 그걸 알면서도 내 마음은 그렇지를 못한다.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내 소중한 하루가 소멸되는 느낌에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해 온다. 지금 내 나이에 성장을 위해 도전 할일도 없으련만 습관처럼 일을 찾는다.
성장이란 같은 일을 오래 계속하다 보면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을 한다. 정말 일까? 반신 반의 하면서 그 말에 위로를 받는다. 차츰 감각이 둔해지는 내 머리는 갑자기 반짝이며 전기가 들어오는 일이 없다. 내가 살아왔던 삶의 방식대로 살 뿐이다. 조급할 필요는 없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아 이것저것 하면서 놀아도 하루해가 금세 간다.
수많은 날들이 가면서 사람은 나이를 먹는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늙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 말에 반기라도 들듯 어느 가수가 부른 유행가 가사에서는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간다'는 말로 사람들을 위로한다. 정말 우리는 나이가 들면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간다는 말이 맞을까? 나는 혼자 피식하고 웃고 만다. "그래 그 말도 맞지"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렇게 인정하고 싶은 것이다. 사람은 살면서 익어가는 것이다.
그 부분을 공감하는 건 한 가지 있다. 살아가는 날들이 쌓일수록 마음이 달라지는 것이다. 남의 삶에 대한 관심이 없어진다. 사람마다 자기 인생이 있다. 다른 사람 삶을 평가할 일은 아니다. 모두 저 마다 인생이 있을 뿐이다. 젊어서 가까이했던 사람의 삶도 어느 날부터는 무심해진다. 서로의 삶에서 자유롭고 싶다. 이해가 되지 않았던 일도 이제는 생각이 다르다. 마음이 느긋해지면서 다른 사람 삶을 이해하게 된다. 섣불리 남의 삶을 관여하면 자칫 상처받기 십상이다. 사람과의 관계는 적당한 거리가 편하고 좋다.
인생은 어차피 각자의 삶이다.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무슨 위로라고 자기 생각을 말해 주는 것도 어쩌면 어불성설이다. 각자의 삶의 해답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 마음먹기 달렸다. 사람은 저마다 각각 삶의 방향이 다르고 좋아하는 취향도 각기 다르다. 다른 사람과 맞추려 애쓸 필요가 없다.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 벌써 나 자신이 불편해진다. 나이 들 수록 남의 삶에 관여해서는 안된다. 그저 따뜻한 말로 응원을 해 주면 그만이다.
사람은 저마다의 향기가 있다. 사는 일은 자기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알아가는 일이다. 깨지고 부서지고 아프면서 성장한다. 성장이란 아플 수뿐이 없다. 인생이란 참 오묘한 것이다. 자기 마음 하나 다스리면 온 우주를 만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한다.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흘려보내면 되는 일이다.
어젯밤이었다. TV 시청 중 '세계 태마 여행'이란 프로가 있다. 나는 유일하게 그 프로를 즐겨 본다. 마치 세계 아름다운 곳을 여행하는 듯 좋다. 여행 프로 채널이 많다. 어제는 이탈리아편이었다. 어느 음악가가 이탈리아의 나폴리 바닷가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데 ' 돌아오라 쏠 랜트로 라는 노래가 나온다. 이 노래는 나폴리 민요다. 지중해 바닷가 절벽 위에 새워진 쏠 렌토는 아말피 해안 도시를 여행하는데 거점이 되는 곳이다. 특히 나폴리는 세계 3대 미항 중에 한 곳이다. 보는 것만도 아름답고 기분이 좋다.
그 노래를 듣고 있는 나는 옛날 십팔 세 단발머리 소녀로 돌아간다. 유난히 꿈도 많고 열정도 많았던 시절, 나는 생각이 많았다. 어느 날 시골 큰집에 집에 놀러 갔었다. 달이 밝은 밤에 달빛의 유혹에 끌려 마당에 나와 '돌아오라 쏠 렌트로'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난다. 꿈은 많지만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이 나를 아프고 힘들게 했었다. 그 노래 감흥이 내 뇌리에 오래도록 남아있었다.
어젯밤 다시 옛날 십팔 세 소녀로 돌아가면서. '돌아 오라 쏠 렌트로' 노래를 듣고 있으려니 감성에 젖어 나도 몰래 눈물이 흐른다. 어떤 의미의 눈물일까? 나도 가늠하기가 어려운 감정이다. 그냥 멍하니 그 바다를 바라보고 노래를 듣고 있다.
이 나이까지 살고 보니 사는 게 별 다른 것이 없는데 손에 만질 수도 없는 이상과 꿈속에서 헤매었다. 정말 가슴 시리게 외로웠던 소녀를 소환하고 눈물을 흘리는 듯하다. 반세기도 훨씬 넘은 지금, 아름답고 순수했던 소녀의 감성이 아스라이 남아있어 그 옛날로 돌아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