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문 닫는 날, 눈이 내린다

다시는 함께 할 수 없는 책방에서 우리는 모였다

by 이숙자

1월 15일 이면 그림 책방이 문은 닫는다고 한다. 섭섭한 마음에 그림일기 회원들이 오늘 책방에 모였다. 날씨는 춥고 눈마저 내린다. 오늘이 가면 우리의 온기와 추억이 가득했던 곳에 다시 모일 수 없다. 책방과 이별을 해야 한다. 코로나로 한 동안 우리는 서점에 모일 수가 없었다. 책방과 헤어짐이 아쉽고 보고 싶은 마음에 얼굴만 잠깐 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날씨가 추운 날, 사람이 모이면 차라도 마셔야 할 것 같아 차와 찻잔을 챙겨 가방에 넣고 카톡을 보냈다.


"차 마실 준비합니다. 물은 끓일 수 있을까요? " 윤희 샘에게서 답이 왔다. "코로나도 있고 어수선 하니 그냥 오세요." 그 말을 들으니 그럴 것도 같다. 나는 사람이 모이면 차를 준비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차 마시려고 준비했던 다기와 찻잔을 가방에서 꺼내 놓고 남편 차를 타고 수송동에 있는 그림책방으로 갔다. 벌써 다른 선생님들도 와서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움에 손을 마주 잡고 흔들고 야단 났다. 책방 안은 책을 거의 비워 놓고 썰렁하기만 하다. 책을 좀 사주어야 겠는데 잘 모르겠다. 급하게 책을 찾으려니 그런 것 같다.


곧바로 페이스 톡으로 서울에 게시는 김지연 작가님과 지금 제주에 한 달 살기를 하고 있는 안나 샘도 핸드폰 화면으로 얼굴을 보고 인사를 한다. 참 세상 놀라운 세상이다. 서울과 군산 제주가 연결되고 우리는 서로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마치 오래 헤어져 있던 멤버가 만나서 해후를 하는 듯 반갑다.


제주에 있는 안나 샘은 울컥한가 보다. 그 모습에 다른 사람도 울 번했다. 비록 그림책 엔 책방은 문을 닫아도 "우리의 인연은 세상 끝나는 날까지 쭈욱 이어질 것"이라고 지연 작가님은 말을 하신다. 그 말에 또 한 번 모두가 울컥한다. 뭐야, 우리는 지금 삼국지에서 처럼 도원의 결의라도 하는 건가? 그런 느낌이다. 작가님은 과천으로 작업실을 옮겼다 한다. 그곳에는 방이 세 개나 있어 우리가 가면 잠도 잘 수 있다고 하신다. "코로나 끝나면 여행 오세요." 그 말에 우리는 탄성을 지른다. 여행, 생각만 해도 설렌다.


정말 신기하고 신기하다. 어떻게 휴대폰 속에 멀리 있는 사람과 다 연결이 되는지, 사람의 인연이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어쩌다 그림일기라는 주제로 모인 시림들이 이처럼 오래된 인연처럼 가까울까, 제주에 있는 안나 샘은 제주가 지금 바람이 많이 불어 성경 필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말만 들어도 평화롭고 보기가 참 좋다.


책방 안에서 우리는 원을 그리고 서서 지난날들을 이야기하며 즐거웠던 추억을 나눈다. 2년이란 시간이 금세 가버리고 말았다. 그림일기를 그리고 서로의 삶을 나누며 따뜻한 마음들이 켜켜이 쌓였다. 사람은 가까이서 마음을 나눌 때 정이 든다.


"위대한 일이란 충동적으로 일어난 결과가 아니라 자잘한 일이 합쳐진 결과로 이루어진다." 그 이름도 유명한 고흐 화가가 남긴 말이다. 정말 위대한 일도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꾸준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오리라 믿어 본다. 그냥 취미 생활로 만난 그림일기 인연이지만 훗날 어떤 결과가 올진 아무도 모른다.


수세미와 들기름

나는 지난 연말에 작은 선물을 주려고 뜨개방에 가서 선생님이 뜨신 수세미를 샀다. 두 개씩 묶은 봉지를, 칠 공주에 맞추어 사놓고 만날 기회가 없어 전하지 못했는데 오늘 만나서 나누어 주려고 가지고 나왔다. 그 말을 들은 정희 샘도 선물이 있다고 꺼내 온다. 선물은 무얼 주어도 마음이 담기면 기분이 좋다.


정희 샘은 농사지은 들깨로 짠 들기름 한 병씩을 가져가라고 내놓는다. 그 속에 정희 샘 땀방울이 얼미나 베여 있을까? 그 생각에 들 가름이 더 귀하게 느껴진다. 기름병에 리본까지 두르고 주인을 기다린다. 참 센스 만점이다. 우리는 들기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무리 농사지은 거라지만 귀한 걸 나눈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 따뜻한 마음에 모두 감동했다. 역시 나눔은 사람 마음을 춤추게 한다. 우리는 서로 마음을 나누고 모두 사진을 찍고서 나는 먼저 책방을 나왔다. 밖에 차에서 남편이 기다리고 있어서다.

그림일기 멤버들

차를 타고 집으로 오면서 내내 마음이 훈훈하다. 날씨는 춥고 눈은 차 앞유리에 휘날리고 있다. 날씨는 춥고 눈은 내리고 있지만 마음은 흐뭇하고 따뜻하다. 오히려 추운 날씨가 겨울다워서 좋다. 그림일기 샘들은 모두 한 사람 한 사람 자기 역할을 잘해 준 고마운 인연들, 나이 든 나를 격의 없이 대해 준점도 고맙고 감사하다.

그림 책방과는 이별이지만 우리는 다른 장소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그림일기 투 시즌'을 이어 갈 것이다. 모두 감사하고 감사하다. 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 내내 눈발이 차창을 두드리며 소 근거 린다.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야'라고 말해 주는 듯하다. 이토록 따뜻한 사람들이 곁에 있어서.


역시 사람은 사람과 온기를 나눌 때 사람 사는 맛을 느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딸이 뉴욕에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