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내내 쉬었다. 내 마음대로 쉬는 달이라고 정해 놓고 한 달을 보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금세 흘러 가버리고 1월이 돌아오고 달력 한 장을 넘긴다. 1월은 희망을 말하며 새로운 해, 새로운 달이라고 사람들은 말 하지만 나에게는 새해도 별반 다른 날들이 아니었다.
예전에는 1월만 되면 새롭게 계획을 세우고 지난날들보다 다르게 살아보려는 마음으로 설레기까지 했었다.올해는 왜, 예전과 같은 마음이 아닐까? 달라진 내 마음에 나도 놀란다. 나이가 들어가고 해가 바뀌고 변화하는 나를 만난다. 날마다 시간표대로 살지 않아도 내게 주어진 시간은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걸 잘 안다.
삶은 한 번뿐인 인생, 일회 일기라서 그렇다. 오늘이 가면 오늘이 다시는 오지 않는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나는 어제와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하루를 더하고, 하루를 더하다 보니 힘들었던 날들의 아픔도 조금씩 사그라들고 이제는 더 단단해진 나를 본다.
옆에서 벼락이 치는 순간이 온다 해도 흔들리지 않고 의연해질 수 있는 나이, 올해 나이 일흔아홉이란 숫자가 내 삶을 돌아보게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순간순간 맑은 정신으로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그렇게 하면 불행과 행복에 휩쓸리지 않고 물들지 않는다. 늘 깨어서 내 삶은 주시하면 고통과 불행이 따라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 세상은 고통도 견디며 살야 내야 하는 사바 세계인 것이다. 산다는 일은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이 세상을 고통이 없이 살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고통이 없는 삶은 영적인 깊이가 없는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갈 뿐이다. 나는 글을 쓰면서 변해 간다고 해야 옳은 건가? 혼자서 사색하고 조용히 보내는 시간은 생각이 깊은 사람이 된다.
이제는 바쁘고 힘들게 종종 대며 서두르고 살기는 싫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내 보폭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나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모든 것에 초연해 지려한다. 가까웠던 관계라고 생각했던 인연도 시절 인연 따라 서서히 멀어져 간다. 멀어지는 인연은 그대로 놓아둔다. 모든 것은 마음에 맡기고 물 흐르듯 살아간다.
이 글을 쓰면서 혼자에게 말을 걸고 있다. 누가 뭐라 했냐고? 이제는 마음대로 살아도 된다고, 라는 소리가 귓전에서 들린다. 혼자서 피식 웃어본다. 누구와 비교하지 않고 관계의 구속에서 벗어나 나만의 삶을 즐기며 자유롭게 살고 싶은 것이다. 타인에 의해서가 아닌 내 자의로 마음의 평안을 찾고 싶어 진다. 오랫동안 너무 숨 가쁘게 살아온 날들 나에게 대한 보상이다.
살아온 날을 돌아보면 너무 많은 시간을 바쁘게 종종거리며 살아왔다. 시간을 헛되이 보낸 날도 있었지만그 사간 마저 내 삶의 한 조각들이다. 산다는 건 시간 위에 그림을 그리는 행위와 똑같은 것이 아닐까? 내 삶의 시간 위에 그림을 그리고 무늬를 남기는 것은 내 몫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 있다. 정말이지 이왕이면 내가 원하는 나만의 멋진 무늬를 그리고 싶은 게 내 나머지 삶의 소망이다. 내가 원하는 삶의 무늬는 아주 화려한 무늬도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소박한 자연의 색으로 그린 그림이 좋다.
가야 할 곳도 없고 해야 할 일도 없는 1월은 편하고 좋았다. 책을 보고 싶으면 읽고 글을 쓰고 싶으면 글을 쓰고 무료하지 않게 보내는 나날이 좋았다. 누가 채근하지 않는 자유로운 나날이 나를 충만하게 해 주었다. 그냥 집에서 남편과 삼시 새끼 밥해 먹고 한가롭게 보내는 시간은 더없이 평화로운 나를 만나는 나날이었다.
편함이란 이런 거 구나 싶을 정도로 일상이 평화롭다. 집에 만 머무는 시간, 보지 않아도 거실의 TV에서 들리는 사람들 소리는 서제까지 들려온다. 유명한 사람들은 모두가 자기 말이 맞다고 변명들을 하고 산다. 많은 사람들 말을 들으며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 구분하기 어렵다. 참 힘들게 사는구나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앞에서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보통사람들은 마음 편하게 살지 않을까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
세상은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모여서 함께 살아간다. 모두가 한결같을 수는 없다. 모두가 각자 위치에서 자기 할 일을 잘하고 살면 되는 거다. 날마다 사는 일이 휴일처럼 살고 있지만, 2월은 기운을 내고 살아야겠다. 생각을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는 말이 있다. 생각을 바꾸고 습관을 바꾸면 인생도 바뀐다.
나이는 나이 일뿐이다. 생각을 바꾸고 습관을 바꾸면서 날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