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다, 파도 소리를 마음에 담다

셋째 딸네 가족 이 왔다. 겨울 풍경 바라보기

by 이숙자

며칠 후면 구정인 설 명절이 돌아온다. 멀리 살고 있는 딸네 가족 들은 명절이 돌아오기 전에 시가나 친정을 가기 위해 이동을 한다. 더욱이 오미크론이 기성을 부리는 지금 온 가족이 한꺼번에 다 모이기는 어렵다. 코로나가 오면서 설 명절 풍경도 많이 달라지고 언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지 궁금하다.


모든 가족이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정담을 나누고 살던 풍속이 사라지고 있다. 잊혀져 가는옛 풍속이 그립다. 지금은 가족단위로 적은 수만 모인다. 가족도 여섯 명 이상은 모일 수가 없다고 방역당국은 말한다. 우리는 지켜야 하지 별도리가 없다. 백신을 맞으면 사라질 줄 알았던 코로나는 다른 변이 종이 생겨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 두려워지는 요즈음 세태가 참 쓸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날 사람은 만나고 살아야 한다. 우리 집은 남편이 둘째라서 집에서 제사하는 일은 없다. 오랫동안 큰집을 다니며 제사를 지내왔다. 자녀들이 어릴 때는 함께 큰집을 가곤 했지만 아이들도 결혼하고 독립을 한 다음에는 큰집은 자주 가지는 않는다.


지난 주말 셋째 딸네 가족이 군산에 내려왔다. 오래전부터 내려 오려했지만 가족이 함께 움직이려면 시간 맞추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한 동안 큰 손자 입시 준비로 딸네 가족은 정신없이 보냈다. 누구나 입시생이 있으면 온 가족이 힘든다. 부모 노릇 중에 가장 어려운 일이 자녀 교육임은 누구나 알고 있다. 원서는 이곳저곳 넣어 놓았으니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아직 설이 며칠 남았지만 서울에서 내려오는 길이 막혀 평소보다 2시간이 다 걸렸다고 한다. 막내 손자는 멀미가 났다고 지친 목소리다. 사위와 딸. 손자 둘이 집에 오니 집안이 금세 가득 해지며 온기로 채워진다. 만나면 항상 반가운 것이 가족이다.


더욱이 큰 손자는 입시 준비를 하느라 고생한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고 대견하다. 얼마나 힘들고 힘들었을까? 부모와 떨어져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새벽에 일어나 입시 공부를 하는 모습을 사진 찍어 보낼 때면 마음이 울컥한 마음에 안쓰럽다.


사람은 모두가 자기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 한다. 한 계단이라도 건너뛸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 힘들지만 손자는 자기의 길을 한 계단씩 올라가고 있다. 지난여름에 만났던 손자는 키가 몰라 보리만치 자랐다. 아주 의젓한 모습이 흐뭇하다. 손자들을 금방 성장하고 우리는 늙어간다. 일 년이면 몇 번이나 만나볼까? 그 생각을 하면서 손자를 바라보니 마음이 애달퍼진다.


나는 살면서 즐거운 일이 가장 좋은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행복을 느낀다. 가족은 모이면 맛있는 걸 먹어야 즐겁다. 회 좋아하는 손자들을 데리고 횟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딸은 바람 쏘이려 바다 보러 가자고 제안을 한다. 그러나 남편은 미세 먼지가 있어 안 가겠다고 포기를 한다. 손자 둘도 할아버지 따라 집으로 갈 거라고 바다 구경은 사양한다. 그럴 만도 하다. 아이들이 바다를 보면은 무슨 느낌이 있을까, 자기들 하고 싶은 걸 해야 재미있을 때다.


우리들은 세 사람씩 좋아하는 쪽으로 나누었다. 남편과 손자는 집으로, 사위와 딸과 나는 겨울 바다를 보러 간다. 일 년이면 몇 번 보지 못하는 딸과 사위, 우리는 기억에 남는 추억을 남긴다.



군산은 시내에서 20분 정도만 차를 타고 나가면 바다를 볼 수 있다. 바닷가에 서서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으면 살면서 힘들었던 마음도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사위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비응도 마파지 길은 금방 도착한다.


군산에 사는 특혜 중 하나가 마음만 내면 가까운 바닷가에 가서 바다를 실컷 바라보며 멍 때리기 하는 시간도 괜찮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윤슬을 보면서 마음속에 시 한 편 담고 돌아오는 날은 눈이 호사를 누리는 날이다.



하늘은 흐리고 햇살은 구름 속에 숨어 있다. 딸과 나는 데크길은 걸어간다. 마치 안갯속 미지의 세계를 걸어가는 느낌이다. 바닷물을 밀려왔다가 모래 위에 그림을 그리고 사라진다.


마파지길은 바닷가 바로 옆에 테크 길을 만들어 사람들이 산책하기 좋도록 만들어 놓았다. 바다를 바라보며 데크 길을 걷노라면 마치 여기가 제주도 어디쯤인가 착각할 정도다. 사람은 누구나 격어야 하는 겨울이 있다. 곧바로 '윈터 링'이라는 말이다. '윈터 링은 추운 겨울을 살아 내는 것이라 한다.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겨울을 지내는 일이다.'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책에서 읽은 내용이다.


마파지 길 산책은 이 삼십 분이면 끝난다. 딸은 우리를 바로 옆에 있는 야미도를 데리고 간다. 나는 군산에 살면서도 한 번도 와 보지 않은 곳이다. 새만금 공사를 하기 전에는 야미도는 섬이었었다. 아직 젊은 딸은 친구 둘과 구경하고 알았던 곳을 우리를 안내한다. 몰랐던 곳도 딸 때문에 알게 된다. 야미도는 낚시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 한다. 이곳은 조금 전에 갔던 마파지길과는 달리 바람이 세차게 분다.


마을을 진입하니 지금도 이런 곳이 있나 할 정도로 낡은 건물들이 줄지어 있고 조그마한 커피집도 눈에 띈다. 딸 말에 의하면 내리는 커피 맛이 좋아서 커피 마니아들이 찾는 곳이라 한다. 가끔 소설 곳에 나오는 어촌 풍경 같은 느낌이다. 우리는 바로 전에 스타벅스에 들려 커피를 마시고 온 후라서 그 집 커피맛을 보지 못한 점이 아쉽다. 다음을 기약해 본다.

KakaoTalk_20220127_144204589_01.jpg
KakaoTalk_20220127_144204589_09.jpg
햇살에 반짝이는 윤슬

방파제를 따라 걸어가니 낚시꾼들은 세찬 바람 속에서도 낚싯대를 드리우고 바다만 바라보고 서있다. 고기를 잡기 위한 일인지 아님 고독을 즐기기 위한 일인지 모르겠다. 바람이 얼마나 세 찬 지 바닷물이 바람결에 방파제를 넘어온다. 우리 세 사람은 파도치는 바다의 거친 물결을 바라보며 말없이 각자의 생각에 몰두한다. 여행은 겨울여행이 사색할 수 있는 시간들이 좋다.


사람이 사는 일이란 거친 파도 위에 조각배 하나를 타고 항해를 하는 듯하다. 나는 어떻게 그리 오랜 세월을 견디며 겨울의 파도를 넘어서 살아냈을까, 생각하면 아득하기만 하다. 철석이는 파도의 바닷물은 더 이상 육지로 넘어오지는 못한다. 우리는 한 참을 서서 파도 소리를 마음 안에 담고 돌아선다.

매거진의 이전글해가 바뀌고 변화되는 나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