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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70대의 일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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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숙자 Feb 03. 2020

비 오는 날 내소사는 한적했다

설 연휴 변산 가족 여행 ( 1 )

설 연휴 이틀째 날이다. 딸은 가족이 모였을 때 추억 만들기를 해야 한다며 변산에 있는 소 노벨 리조트를 예약을 하고 여행길에 나섰다. 옛날에는 대명리조트였는데 어느 결에 새로운 이름으로 바뀌었다.

엊그제 중경에 있는 셋째 사위도 군산에 와서 딸네 가족과 우리 부부 둘째 딸 아들 일곱 명이나 되니 차 한 대 가지고는 움직 일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한 대는 랜트를 해야 했다.

"남편은 차까지 렌트하면서 가야 하나, 새로운 곳도 아닌데" 하면서 거절을 한다.

" 여보,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는 가족인데 추억을 만들고 즐겨야지 나이 든 우리가 어느 순간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지금 순간이 지나면 다시 오지 않아요, 같이하게요"

간곡히 설득하니 결국 승낙을 하면서도 한 번에 대답을 해주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사람은 바로 그 순간을 잘 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바로 그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없다. 내일 일도 모르고 살아가는 게 우리 인간 사이기 때문이다.

다 큰 손주 둘은 여행이 시큰둥 한 모양이다. 사람이 여럿이 모이면 의견 일치가 쉽지가 않으니 어려운 일이다. 요즘 애들은 자기 하고 싶은 데로 살고자 한다. 특히 이십 대 전후인 아이들이 더 그렇다. 모든 감각이 미디어 세계에 마음을 빼앗기고 관심과 중심이 오로지 본인에게만 집중돼 있고 스마트폰 이 더 즐거운 놀이공간인듯하다. 손주들은 어른과의 시간이 불편할 수 있다.

여행을 하려니 준비부터 부산하다. 일박을 하니 더욱 그렇다. 하루를 살아도 있어야 할 것은 다 있어야 한다. 조금 힘들어도 준비하는 과정은 설레는 일이다. 밖에 나갈 때는 여러 가지 신경 써야 할 일이 많기도 하지만,

날씨는 봄인 듯 비가 내리고 있다. 요즈음은 겨울인지 봄인지 계절이 구분이 안된다. 아직은 겨울인데도 눈을 한 번도 구경을 할 수가 없으니 눈 내리는 날이 언제였나 까마득하다. 비가 오니 우산을 챙기고 차로 출발을 한다. 군산에서 변산 가는 길은 새만금 방조제를 시원스럽게 달려가는 길이다. 언제 달려도 이 길은 시야가 탁 트이고 가려지는 게 없어 상쾌하다. 양옆으로 보이는 바다는 잔잔하기만 하고 집에서 답답했던 마음이 싹 사라진다. 이런 기분에 집 밖으로 나오나 보다.

새만금 방조제 길

변산에는 내소사라는 고즈넉하고 예쁜 천년이 넘는 고찰이 있다. 리조트 숙소에 가기 전 먼저 내소사로 가기로 하고 도착하니 흐린 하늘에 비가 더 내린다. 비 오는 날은 나름 운치가 있고 속삭이는 듯한 빗소리가 좋다.

내소사 뒷산은 관음봉이 병풍처럼 둘러 싸여 있고 비가 내려서 인지 사람도 많지 않고 한적하다. 가족들이 함께 모여 우산을 쓰고 전나무 숲길을 들어서니

내소사 전 너무 길 손자들과 할아버지

공기가 싸아하고 상큼함이 밀려온다. 아이들이 말한다.

"오~~ 공기가 상큼한데, 좋다.

길이 예쁜데, "

"그러네" 자연을 별로 못 느끼던

손자 둘이 맞장구를 친다.

몇 년 동안 공부만 하느라 이런 자연을 바라볼 여유가 없었다. 고 일인 손자, 고삼을 거쳐 올해 대학생이 되는 손자, 그들에게 마음에 여유를 찾고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되기를 기대한다. 사랑은 한 발자국 뒤에서 걷는다고 한다. 손자들 뒷모습을 바라보니 사랑스럽고 든든하다.

이곳 전나무 숲길은 우리나라 십 대 아름다운 길이라 계절별로 예쁘다. 남편과 사위 손주들 가족이 함께하니 마음이 따뜻해지며 기쁨이 몽실몽실 해진다. 언제 이런 날이 있었나 싶다. 사느라 바쁘고 여건이 되지 않아 만남이 어려웠다. 가족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하고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셋째 딸과 사위 막내 손자

손자와 할아버지는 절에는 관심 없이 휙 돌아보고 먼저 딸과 같이 나가고. 아마 절에 관심이 없는 손자들이 배고프다고 밥 먹으러 가자고 졸랐을 것 같다.

사위와 난 이곳저곳 천천히 돌아보며 사진도 찍고 내소사의 아름다운 곳을 말없이 감상한다. 사찰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이 아름답다. 바람이 있으면 청아한 풍경소리를 들을 수 있으련만 아쉽기만 하다. 셋째 사위와 나는 감성과 바라보는 시선이 딱 맞는 취향을 가졌다. 내가 세상을 살면서 가장 위로가 되는 고마운 사람이다. 때론 나의 힘듦을 위로라도 하듯 신은 나에게 선물처럼 사위를 가족으로 보내 주셨다.

대웅보전의 아름다운 꽃살문은 연꽃, 국화, 해바라기 꽃무늬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는 데 그 모양이 문마다 다르고 선조들의 섬세함을 엿볼 수 있는 정교하게 조각된 꽃살문은 우리나라 전통 문살의 최고라고 했다.

내소사 대웅 보전과 꽃살 문

현대는 많은 문화가 발전했어도 옛 우리 선조들의 섬세한 미적 감각과 솜씨를 비견할 수 가없다. 내소사 대웅보전도 나무를 깎아 서로 교합하여 만들었다니 정말 대단한 기법이다. 내소사는 화려하고 웅장함보다 소박하고 아기자기 한 요 사체와 단아한 절 분위기를 나는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