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 중순이 되면서 눈에 보이는 햇살의 기운이 다르다. 봄 햇살이 포근한 느낌이다. 미세 먼지만 극성을 부리지 않는다면 마음 놓고 산책이라도 할 텐데 그것도 허락이 안된다. 심혈관 질환이 있는 남편은 미세 먼지에 아주 예민하다. 집안 환기도 시키지를 않는다. 봄이란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는 날들이 많아 생활하기 불편함이 많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어제 남편과 옆에 사는 동생과 함께 전주에 갔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들녘의 기운도 봄이 느껴진다.
동생들 나이가 70대가 들어가면서 몸이 아프다. 수술도 하는 일이 생긴다. 남동생 세명중 가장 건강하고 활기차게 살고 있던 둘째 동생이 갑자기 담도암이란 진단을 받았다. 곧바로 수술을 하고 혼미한 상태에서 중환자실에서 의식을 잃고 산소 호흡기를 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슴이 덜컥 내려 않아 펑펑 눈물을 쏟았다. 놀란 마음을 진정하기 어려웠다.
누구보다 가족을 위해 희생을 많이 해오던 동생이다. 아내마저 먼저 세상을 떠나보내고 외롭게 사는 동생이 안쓰러워 어쩌나 싶은 마음뿐이었다.
사람이 아프지 않고 살 수는 없지만 가족이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수술을 할 때는 그 다급함은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다. 동생은 한 달 전에 갑자기 배가 아파 동네 병원을 찾아갔다가 큰 병원 가보라는 권유에 큰 병원에 가서 검사 후 알게 된 암 소식, 참 사람은 살면서 갑자기 찾아오는 삶의 위기와 고통은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그 소식에 얼마나 놀랐을까 싶은데 잘 견뎌냈다. 둘째 남동생은 담도암 수술을 하고 한 달 동안 입원 후 어제 병원에서 퇴원을 했다.
코로나로 가족이 병원에 입원을 해도 보호자 한 사람만 간병을 할 뿐 다른 사람은 면회가 안된다. 무려 7시간을 수술을 한 후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살아난 동생 생각에 마음이 먹먹해 온다. 정말 열심히 살아온 그의 삶이 더 애잔하고 마음을 아프게 했다. 누구나 그러하듯 열심히 일만 하고 살아온 사람은 쉴 줄을 모른다. 노는 것도 놀아 보아야 놀 줄 안다.
셋째 남동생도 얼마 전 한쪽 눈이 실명위기에 놓여 눈이 너무 아파 눈 수술을 한 상황이다. 그때도 놀라서 며칠을 마음 조리며 상황을 지켜보며 숨죽인 날이 있었다. 수술은 잘 되어 지금은 회복이 된 상태다. 그러나 한쪽 눈은 실명을 하고 말았다. 한쪽 눈으로 생활하는 것이 많이 불편하겠지만 그래도 잘 견디고 산다.
둘째 동생이 퇴원한다는 소식에 옆에 사는 여동생과 함께 음식 준비를 했다. 함 든 수술을 견디고 회복한 동생들에게 위로와 따뜻한 마음을 함께 하고 싶었다. 곧 있으면 찾아오는 보름이라서 찰밥을 찌고 각종 나물에 잡채까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지만 가족이 나누어 먹을 생각에 힘든 것도 읽어버리고 음식을 준비해서 어제 전주 동생네 집으로 갔다.
핼쑥해진 동생을 보고 얼마나 반가운지, 무려 체중이 10킬로나 빠졌다한다. 살아난 건만으로도 고마웠다. 전주에 살고 있는 남동생들이 다 모였다. 마치 명절이 돌아온 듯하다. 준비해 간 음식을 나누어 먹고 훈훈한 덕답을 나누었다. 힘든 순간을 이겨낸 동생들이 대견하다. 어렵고 힘들 때 곁에 가족이 없다면 많이 쓸쓸할 듯하다.
어려서 힘들게 살아온 세대라서 서로를 아끼는 끈끈한 정이 있다. 눈도 잘 보이지 않는 셋째 동생은 등산 다니는 걸 좋아한다. 산에 가서 칙을 캐다가 칡즙을 짜서 다섯 집은 나누어 준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 눈도 안 좋은데, "라고 말을 하면서도 마음이 찡해 온다. 남편은 그저 좋아한다. 지난번 아플 때 위로해 주었던 마음이 고마워서 그랬을 것이다.
인천에 살고 있는 두 동생은 올 수 없어 오빠들에게 적지 않은 병원비도 건네주고 생각하면 내가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부모님은 다 돌아가시고 안 계시지만 형제끼리 서로 소중히 알고 정을 나누는 동생들이 대견하다.
점심 먹고 둘째 동생네 집 대 청소를 해 주었다. 여자가 없는 집안은 곳곳이 정리해야 할 일 많았다. 쓰지 않는 물건은 다 버리고 환자인 동생이 먹을 죽도 끓여 놓고 물김치도 담가 놓고 집을 말끔하고 정리하고 나니 너무 홀가분한 마음이다. 동생은 많이 고마워한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서로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음은 외로움을 덜어 내는 일이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삶 가운데 서로가 지지대 역할을 하는 기둥이 되어 주는 관계가 있음도 살아가는 힘이 된다.
일은 마치고 돌아오는 길,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한결 가볍다. 말없이 바라보는 차창 밖 저물어 가는 노을이 찬란하다. 오늘도 살아 있음은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