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비 온 뒤라서 그런지 날씨가 화창하다. 바람은 쌀쌀 하지만 산책하기는 알맞은 날이다. 한 동안 산책을 멈추고 집안에서 보내는 날이 많았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밖을 나가지 않고 보내는 하루하루가 습관이 되면서 편하고 그에 맞추어 또 적응이 된다. 오늘은 봄 햇살이 밖으로 나가자고 나를 유혹한다.
공원 산책길에 나섰다. 집에서 걸어가도 그리 멀지 않은 거리지만 남편은 차가 다니는 길을 걷는 걸 싫어한다. 매연으로 공기가 나쁘다는 이유에서다. 항상 차를 타고 공원엘 간다. 주차장은 벌써 빈자리가 없다. 차에서 내려 걸음을 옮기니 다리가 퍽퍽하고 숨이 차다. 이게 웬일인가 당황스럽다. 벌써 운동하기가 힘들면 어쩌란 말인가. 사람 몸은 날마다 훈련에 의해 달라 지는 것 같다.
다른 때는 나를 앞세우고 걷던 남편은 오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씽씽 앞으로 걸어가고 있다. 이런 때는 참 매정해 보인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혼자 걸어가고 있으니. 발걸음이 빠른 남편은 나를 앞세우고 뒤에서 걸을 때 힘들었나 보다. 오늘을 각자의 걸음 속도에 맞추어 걸어가니 그도 괜찮다. 나는 주변을 돌아보며 생각을 하며 걷는 것도 즐겁다.
공원 산책길은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제법 많다. 모두가 아직도 벗어내지 못한 마스크를 쓰고 걷고 있다. 아직도 떠나지 않는 오미크론이라는 확진자는 줄어들지 않고 있으니 마스크를 벗을 수가 없다. 사람들은 되도록 거리를 두고 걸으려 한다. 참 사람이 사람을 멀리하려는 현상이 좋지는 않다.
봄이라고 하지만 아직은 이른가 보다 나무는 빈 가지로 그대로 서있다. 어떤 나무는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봄을 맞이하려 푸른 새싹처럼 뽀쪽한 잎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한참을 걸어가다 길거리 노란 민들레가 시멘트 사이를 뚫고 피어있다. 세상에 그 틈 사이로 민들레가 피다니, 그 생명력에 놀랍기만 하다. 지난해 만난 민들레를 보고 반가워 한참을 들여다본다. 꽃은 침묵을 하며 본연의 자기 할 일만 한다.
공원 산책길은 여러 코스가 있다. 여름에는 그늘이 없어 피하지만 봄에는 햇볕을 받으며 월명 호수를 한 바퀴 도는 짧은 코스가 좋다. 호수가 작은 나무에 산수유꽃도 피어있고 붉은 매화꽃도 한 그루 피어있다. 오랜만에 공원 산책길에 만난 꽃이 마음을 환하게 해 준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생명의 계절인 봄은 선물처럼 우리에게 온다. 매년 돌아오는 봄이지만 나는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설렌다.
곧 있으면 피어나는 진달래 꽃을 기다린다. 진달래가 피면 화전을 부치고
쑥이 나오면 쑥개떡과 쑥 버므리를 하고
아카시 꽃이 피면 아카시 떡을 찌고
감잎과 뽕잎이 나오면 차를 만들고
봄은 내게 축복처럼 많은 걸 향유하도록 해 준다.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하는 물음을 한다. 철이 바뀔 때마다 꽃과 잎과 열매가 바람이 숲을 스치고 지나가듯 무심히 바라보고 있으면 내 안에도 어느덧 꽃이 피고 잎이 펼쳐지는 자연의 맑은 소리가 들린다. 행복이란 사람마다 다르다. 행복은 밖에서 찾는 것이 아니고 내 마음 안에 있다. 산책길에 만난 꽃향기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고 내가 즐기는 방법은 여러 곳에 있다. 철 마다 바뀌는 자연을 바라보는 행복도 축복이다. 바람소리, 새소리 에서도 올 수 있다. 모든 것은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마음 안에 있다.
행복의 순간은 그때그때 다를 수 있다. 내가 느끼기에 따라서,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 소소한 일상도 행복한 날 중 하나다. 봄이 오고 있다. 찬란한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나날이 설렌다. 행복은 내가 잡으려고만 하면 아주 가까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