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를 묻고 산다는 것

살면서 사람과 사람이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것은 사랑이다

by 이숙자

그리움의 크기는 생명력의 크기와 같다고 말한다. 멀리 살고 있는 큰 딸네 가족이 보고 싶고 그리움이 밀려오면 가슴 한편이 시큰해지는 그런 날이 있다. 한동안은 잘 지내겠지, 싶은 생각을 하면서도 어느 날은 또 가슴이 저미며 그리움에 마음이 아려온다. 얼마만큼을 살아야 그 마음이 사라질까, 담담하자고 달래어 보지만 쉽지 않다.


딸은 워낙 마음의 표현을 하지 않는다. 오랜 세월 혼자서 외로움을 견뎌내며 부모와 떨어져 살아와서 그러는지 아니면 성격 탓도 있겠지만 딸은 의외로 단단하고 이성적이다. 부모와 떨어져 험한 세상에서 살아 내려면 이성적으로 자기를 무장하면서 살아냈을 거란 생각을 해 본다. 그 생각을 하면 언제나 울컥해진다. 딸을 멀리 보내 놓고 나는 항상 걱정하는 엄마였다.


자식은 그런 부모 마음을 다 모른다. 아마도 세월이 오래 흐르고 내 나이가 되면 알게 될지 모르겠다.

사람이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것은 사랑과 비례한다. 마음에 애정이 없으면 누구라도 관심이 없다. 관심이란 곧 사랑인 셈이다. 자식도 다 독립해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으니 마음을 내려놓고 살자라고 다짐을 해 보지만 때때로 밀려오는 그리운 감정은 떨칠 수가 없다.


가까이 살고 있는 딸들에게는 애달픔이 덜한다. 그러나 이역만리 먼 곳에 살고 있는 큰 딸네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보고 싶은 마음이 더 깊다. 아직은 어린 손자 손녀가 있어 더 보고 싶고 안부가 궁금하다. 부모는 언제나 자식 생각으로 온 신경이 쓰인다. 부모는 자식 생각을 하고, 자식은 본인들 자식들과의 생활에 온 신경을 쓰고 살아간다. 어쩌면 그게 당연한 일이다. 우리도 그랬으니까. 인생은 돌고 돌아가는 물레 방아와 같은 삶이다.


나도 자식을 키울 때는 언제나 내 자식 키우는데 온 신경을 쓰면서 살아왔고 부모에게는 소원했었다. 지금에야 알게 된다. 내가 나이 들고 자식들이 곁에서 떠나가고 나니 부모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생활을 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가고 누구에게 안부를 묻는 것도 쉽지 않다. 안부를 묻고 전화를 한번 하는 것도 마음을 내야 하는 일이다. 그러다 보면 일주일이 훌쩍 가버리고 전화하는 시간을 놓친다. 더욱이 시차를 맞추어야 하는 큰딸에게는 신경을 써야 전화를 하게 된다.


오늘은 꼭 전화를 해 보리라 생각하고 메신저에 전화를 눌렀다. 딸 전화를 하니 연결이 된다. 딸이 보이고 손자 손녀의 얼굴도 보인다. 한국말로 "할머니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그 한 마디 듣는 것으로 마음이 촉촉해진다. 반가움에 하는 말이지만 매번 하는 말이 거의 똑같은 말이다.


잘 지내는지, 애들 학교는 잘 다니는지, 회사 일은 잘 되는지 가장 기본적인 말만 물어보면 별 할 말이 없다. 내가 영어를 유창하게 잘하는 사람도 아니고 옆에 앉아 있는 딸이 통역을 해 주면 듣고만 있다. 뉴욕은 초등학교를 5학년까지 다니고 졸업을 한다고 한다. 어리기만 했던 애들이 벌써 초등학교 졸업이라고 하니 세월이 빠르긴 하다. 몇 마디 소식을 듣고 안심을 하고 전화를 끝낸다. 몇 마디 소식으로 얼마 동안은 살아 낼 것이다.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사람은 혼자는 살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과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살아간다. 세상사는 일이 복잡해지면서 사람관의 관계가 멀어지고 있다. 사람은 모두가 독립적이며 개인 적인 삶을 선호하면서 사람 사는 모습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사람과 사람이 안부를 묻고 사는 일도 드물어졌다. 왜 일까? 가끔씩 변화하는 현실이 궁금해 온다. 사는 것이 모두가 힘들고 바쁘다. 사람과의 간격이 멀어지고 있다. 혼자 사는 홀로족이 많아지면서 남에게 관심도 없어진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모두가 외롭다고 말을 한다. 사람과의 마음을 주는 일도 인색해졌다. 사람과의 따뜻한 정이 자꾸 메말라 간다.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도 이웃과 차 한잔 하는 여유가 없다.


누군가 안부가 궁금하다는 것은 아마도 관심과 애정이다. 우리는 부모에게서 생명을 받은 후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고 살아왔다. 부모 형제와의 인연, 살면서 만나는 친구와 또 다른 시절 인연을 만나고 살아간다. 품격 있는 사람은 일상이 따뜻하다. 배우려는 자세를 가진 사람을 보면 적극적이고 배울수록 세상에는 자기가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이 산다는 것은 결국 궁극적인 목표는 사랑이다. 사랑이란 가장 비중을 두는 것이 사람과 연결이 된다. 우리는 매일 살아가면서 소중한 사람을 마음에 담고 살아가면서 안부를 묻고 살아갈 것이다. 따뜻한 마음으로...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것 <김 시 천>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데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그럴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사람 속에 묻혀 살면서

목마른 이 팍팍한 세상에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 준다는 건


얼마나 다행스럽고

가슴 떨리는 일인지...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 깨우치며

산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지..


나는 오늘

내가 아는 사람들의

안부를 묻고 싶다. < 김시천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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