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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Feb 29. 2020

봄이 오는 소리는 매화향에서도 온다

은파호수 산책길에서


어제는  유난히도  날씨가 청명하고 따뜻했다. 바람조차 살랑살랑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  포근포근한 느낌이 들면서,  봄 햇살이  손짓을 하며  밖으로 자꾸만 나오라고 유혹을 하는 것 같다.  산책하기 딱 좋은 날이다.  지난겨울 춥지는 았지만  밖에 산책을 한 번도 나오지 않고  집에서만  머물렀다.


 나이 들어가는 남편은 자꾸만 움직이기를 싫어한다.   더욱이 요즈음 코로나 19라는 예기치 않은  복병을 만나게 되어 외출이  꺼려지기 때문이다. 어린 손자는 조른다.  " 할아버지  오늘 따뜻해요 밖에  놀러 나가요"  손자 말에  이끌려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은파 호수에  운동 겸 산책을  나갔다.


일요일  오후.   많은 사람들이  나와 운동을 하고 걷기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코로나 19 때문에  실내 외출이 꺼려지고  답답한 마음에 사람들이  산책 겸 밖으로 많이 나온듯하다.  나이 십이 넘어 이런 세상은  처음 만났다.  사람이 살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고 산다는 말이  절실하게 실감이 난다.  


 알지도 모르는 전염병으로 세계가  몸살을 앎 이를 하고 있다.  인간에 의해 벌어진 재앙이 인간인  사람이  말 못 할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중이다.   나라에서도  이번 일을 심각단계로 발표하고 두렵고  염려가  된다.  힘든 일도  시간이 지나가면  잘 마무리되리라  믿고  빠른 시일 내에  모든 사람이  편안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해 본다,


 은파호수는  걷는 길 옆  나무 그늘이 없어 여름에는  산책하기에는  알맞지 않은 곳이  2월,  지금은 햇빛을 맞으며  걸으니 봄이 오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듯하다. 겨울잠을 자듯  말없이  서있던 나무는  파릇하게 새눈이 트이는 게 보이며  연둣빛으로 색이 변하고 있다. 겨우내  잠들었던 나무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듯이,


걷기를 하는 동안 주변 풍경에 눈길이 머문다.  호수 위에는 작은 오리들이  물질하며 잠수도 하고  헤엄치고 놀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평온해진다.  불어오는 바람의 느낌도 다르다.



 오리는 물 위에 떠있기 위해  헤엄을 치며 물속에서 수없이 발차기를 한다고 한다.  생존이란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살아있는 것들을  보이지 않게 생존의 법칙과 싸우고 있고, 사람 사는 일도 다를 바 없다. 건강을 위해 온갖 신경을 쓰며 전력을 다해 살아낸다.


 날마다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   하는 고민이 머리에 가득하다.  "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이 있다고 혜민 스님은 말을 했다.  하지만 '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게 우리네 삶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삶이란 참 복잡하고 어렵다.


곧 있으면 이곳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산책하고 사색하기  좋은 곳이다.  흙을 밟으며 걷는 길도 친근하다.  주변에 나무들과  들꽃들이 반겨 주기도 하며  호수의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는 물비늘은 햇빛에 반짝인다.


 이러한  풍경은 마음 안에  고요가 머물게 한다.   자신을 돌아보며 사색의 늪을 거닐기도 좋다.   주변에  아파트가 많아  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벗하며 숨을 쉴 수 있는 여유공간이라서   사람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는다.    가까이에  이러한  풍경이 있다는 것은 산소 같은 곳이며  축복이다. 숨을 쉴 수 있는 쉼터 공간이기도 다.



벌써 2월도 다 지나간다.  시간이 덧없이 흐른다.   오늘 해야 할 일중에  글을 써야지 하는 생각이 머리에 떠나지를 않지만  글감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글쓰기는 날마다  써야 근육이 생기는 거라고 모든 작가들은  강연에서 말을 한다. 항상  무엇을 쓸까  글감을 찾기도  어렵다.


 생각에 촉을 세우고 주위를 살펴보게 된다.  브런치 글에서 읽게 된  작가의 말은 "주의 깊게 주변을 살펴보면 글감이 잠자는 영감의 텃밭이라 했다."    나는 날마다 별다르지 않은 일상의 하루하루를 살면서  생각의 우물에서 글이란 물을 퍼 올리고 싶다.


내가  걷기를 할 때 오랫동안 이어져온 습관은  걸으면서 항상 풍경들과 대화를  하는 일이 즐겁다.   보이지는 않는   사물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깊게 생각해 보면서,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풍경들, 곧  봄이 오면 민들레가 피는 곳  어느 곳에는 쑥부쟁이 어느 곳은 붓꽃,  진달래, 구절초,  모두가 피고 지는  자기만의 자리가 있다.  자연의 법칙에 의해 수없이 많은 생물은 고유의 자기 자리가  있는듯하다.


피고 지고 나면 다음 해에 그 자리로 돌아오는 걸 보면 말이다. 회귀 본능일까.  식물은 가고 오건만  인간의 삶은 한번 가면  영원히 올 수 없는  생이다. 인생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한 번뿐인 삶을 어떻게 살아 낼까,  날마다  수많은 생각으로  내 안의  상념과 싸우면서   오늘의 삶을 살아낸다.


계절은 신이 우리에게  내려준  선물이다.   계절마다 변하는 자연에 법칙이 신기롭기만 하다.  호수를 끼고  한 시간 반을 넘게  걷고 있으니 10살 먹은 손자는 다리가 아프다고 한 마듸 한다. " 난 무심히 따라왔는데 큰 코 다쳤네, 다리 아파, " 그 말에 빵 터지고 말았다. 애답지 않은 어른 같은 말에,  다 왔으니 조금만 참자  달래면서  걸어가는데  꽃  봉오리가 맺혀 있는 매화나무가 눈에 들어와  나를 반긴다.  올해 처음 만나는 매화다.


겨울 추운 눈보라를 견디고 맨 먼저  꽃을 피운다.  옛 선비들은  매화의  절개를 지닌 의미를  으뜸으로 여겼다.  선비들을   매화나무를 심고 꽃이 피면 즐겨하고  그 뜻을 음미했다.  몇 년 전 안동 이황 퇴계 선생님의   도산서원에  가게 된 일이 있었다. 앞뜰에서 본 오래된 매화나무가  퍽 인상적이었고   퇴계 이황 선생님의  절개와 풍류를 느낄 수 있었다.


반가움에 마음에  작은 가지 하나 꺾어 집으로 가져와 꽃병에 물을 담아 꽂아 거실 장 위에  올려놓았다. 오늘 아침 자고 일어나니 하얀 꽃이 활짝 피어났다.   



기쁜 마음에  포트에 물을 끓이고 녹차를 우려 매화꽃 한 송이 띄워 차를 마신다. 매화의 향기가 코끝을  간질인다. 향기롭다. 계절 중 봄이 오면 맨 먼저 즐기는 일 중 하나다.  비 오는 오늘  나는 매화 한 송이 띄워  차 한 잔으로 봄을 맞는다.  봄을 온몸으로  느낀다.   봄이 오는 소리는 매화향에서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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