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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Apr 30. 2022

4차 백신을 맞고 이런 호사를 누렸습니다

딸이 사준 삼계탕을 먹고 기운을 차리다

이틀 전, 4차 백신 주사를 남편과 같이 맞았다. 오후 3시에 맞았는데 저녁을 먹고 난 후에도 아무렇지 않다. 어떤 신호도 오지 않았다. 3차 때는 맞고 난 후 바로 어깨가 저린 듯 아파오면서 팔 놀림이 좋지 않았는데, 그때와 전혀 다른 반응이다. 이거 뭐 잘못된 것 아닌가, 마음속으로 의심을 하게 된다. 주사 놓을 때 속도가 너무 빨랐다. 주사를 꼽는가 싶었는데 금방 빼었다. 


그날 밤 자고 나서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몸이 무겁고 팔은 아프고 일어나기가 싫다. 몸살이 온 듯한 느낌이다. 아, 자는 동안 반응이 오기 시작했구나, 기다려 보지도 않고 괜히 주사 놓는 속도를 의심을 하고 나도 참, 일어나기 싫어도 일어나야 한다. 남편 밥은 차려 주어야 하기에 일어났다. 나이가 들어 밥 한 끼라도 먹지 않으면 금방 기운이 없다. 나이 들면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맞다.   


남편도 역시 몸이 안 좋다고 했다. "오늘은 산책도 가지 말고 쉬게요"라고 말한 뒤 아침을 먹고 각자 자리에서 쉬기로 한다. 남편의 자리는 우리 집 거실 소파다. 소파에서 하루 종일 쉬기도 하고 TV 하고 놀기도 하고 베란다 화분들도 만지며 혼자만의 공간에서 잘 알아서 논다. 우리 집에서 나의 쉼터는 서재다. 서재에서 컴퓨터로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종일 놀아도 지루하지 않다. 서재는 나만의 놀이터며 내 보물창고와 같은 곳이다.


서재에서 문을 닫고 있어도 들려야 할 TV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거실로 나가보니 남편은 몸이 안 좋은지 소파에서 이불까지 덮고 주무시고 있다. 다른 날은 아침부터 잠을 자지는 않는데 몸이 힘든가 보다.


나는 곧바로 사진을 찍어 딸들 카톡방에 올렸다. 둘째 딸에게서 금방 반응이 온다. " 아빠 왜 아침부터 주무셔?" 하고 물어온다. "응 어제 4차 백신 주사 맞고 몸이 안 좋으신가 보다." "그렇구나." 셋째 딸, 막내딸 모두가 금방 말을 걸어온다.  


"어떻게 해, 오늘은 꼼짝 말고 집에서 물 많이 드시고 꼼짝 말고 쉬셔,  점심은 힘드니까 준비하시지 말고 배달시켜 줄게요." 셋째 딸이 해 주는 말이다. 막내딸은 미리 마트에서 장을 보아 택배로 부쳐주었다. 엄마 삼시 새끼 밥 차리는 것 힘든다고 죽 종류와 곤드레 나물밥이며 국과 과일 까지, 딸들이 고맙다. 


나이 든 부부만 살기 때문에 수시로 딸들에게 소식을 전한다. 멀리 살고 있지만 가족은 서로의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하고 살아간다.  매일 연락하기는 힘들지만 며칠에 한 번이라도 소식을 전하고 근황을 알린다. 불편할까 봐 소식을 알리지 않으면 마음이 멀어질 것이다. 가족은 살아가는 서로의 힘이며 위로다.


사실 딸이 점심 준비를 하지 말라는 말이 더 반갑다. 몸이 힘드니까 주방에서 음식 준비하는 것이 귀찮다. 혼자라면 대강 먹어도 되지만 남편 밥은 그렇지 않다. 좋아하는 반찬을 한 가지라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 그 덕분에 나도 같이 먹기는 하지만.

             

                                              딸이 배달시켜 준 삼계탕


낮 12시가 금방 돌아오고 군산에서 맛있는 집 삼계탕을 배달시켜 주었다. 점심밥 준비를 안 하니 한결 편하다. 예전과 달리 자꾸 주방 일이 하기 싫어진다. 나이란 어쩔 수 없나 보다. 내가 밥을 못해 먹으면 그때는 가야 할 곳은 딱 한 곳이다. 요양원. 그 생각을 하면 아찔 해 온다. 요즈음 자식들도 바쁘고 자기들의 삶이 있기에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요양원 가는 것만은 피하고 싶은 마음이다.


때가 되면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아직은 생각조차 하기  싫다. 내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자유로움이 얼마나 좋은가, 나는 생각을 바꾼다. 사는 날까지 하고 싶은 것 하고 즐겁게 요리를 하고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고 그렇게 사는 것이 축복이다. 노년의 삶이란 건강해서 내 의지대로 자유롭게 살다가 가는 것 그 이상 더는 바랄 것이 없다. 


딸이 배달시켜준 삼계탕 한 그릇에 기운이 난다. 시 필사를 하고 그림을 그리며 놀고 있다. 그냥 보내는 시간은 너무 아깝고 내 삶에서 소멸되는 듯해 나는 시간을 그냥 보내지 않는다. 누가 숙제를 내어 준 것도 아니련만 나는 늘 무언가를 하고 있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책도 읽고 누구의 간접도 없이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정신을 집중하며 노는 그 시간이 즐겁다. 외롭다고 느낄 겨늘이 없으니 내가 생각해도 놀랍다. 절어서와 다른 점이다. 젊어서는 혼자 있으면 외롭고 사람과 어울리는 것이 삶의 활력소였다.


이제는 백신은 그만 맞았으면 하고 희망해 본다. 백신을 맞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 가끔 가다가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남편이 아침나절에도 잠을 자고 점심을 먹고도 침대에 누워 잔다. 나는 걱정이 되어 자꾸 머리에 손을 대 보았다. 약간 미열이 있다. 더 아프면 어떡하지, 혼자 걱정이 된다. 제말 아프지 마세요. 남편에게 주문을 건다. 살면서 제일 힘든 시간이 몸이 아픈 시간이다. 


다행히 한잠 주무시고 일어나 저녁을 먹었다. 더는 힘들지 않았으면 하고 살펴보며 시간을 보냈다.  정말 백신 주사는 이번이 끝이었으면 싶다. 사는 일이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불편한 일이 없으면 그 또한 감사하고 평화롭다. 아무 일이 없는 그런 날들이 우리 삶의 행복을 받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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