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랭이 마을 '봄날의 산책' 책방에서 우연한 만남

봄날의 산책 책방 행사를 갔다가 브런치에서 알게 된 찐 팬을 만났다

by 이숙자

어제 말랭이 마을 책방지기 모니카 선생님에게서 카톡이 왔다.


"토요일, 말랭이 마을 작가들이 첫 번째 행사를 준비합니다. 저희 책방에서는 새 책 이외에도 중고책을 일부 판매할 수 있는 코너를 마련합니다. 여러분 께서도 5권 미만으로 거래할 수 있어요. 참가자는 미리 말씀해 주세요. 시간은 오전 10시 오후 4시까지입니다."


톡을 받고 한참 망설이다가 남편에게 의향을 물어보았다. 내가 운전을 못하니 별수 없이 움직이려면 남편은 에게 먼저 의사를 물어보아야 한다. 나는 매번 불편하지만 도리 없다. 나를 기어이 운전을 못 하도록 면허증을 반납을 시켰으니 당신이 나의 발이 되어 주어야 한다. 행사 이야기를 하고 물어보니 운동삼아 같이 가신다는 답을 하신다.


나는 오전 10시 행사에 참여하겠다고 모니카 선생님에게 답을 했다. 내가 다도 할 때 행사를 많이 해 보아 그 마음을 잘 안다. 행사에는 사람이 많이 참여해서 같이 공유하고 마음을 함께 해 줄 때 기운이 나는 법이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다. 서로 도와야 할 일은 돕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산다. 때론 순간의 결정이 예기치 못한 일을 만난다. 행운은 그냥 오는 법은 없다. 나의 선택에 의해 나의 삶이 만들어진다고 믿고 사는 편이다.


토요일 , 주말이지만 날씨가 흐리고 춥다. 나는 옷을 단단히 입고 남편과 말랭이 마을에 갔다. 아래에서 바라본 말랭이 마을은 풍선도 불어 놓고 행사 분위기가 느껴졌다. 집에 있는 책을 두권 넣고 보이차 몇 개를 주머니에 넣고 봄날의 산책 책방을 올라갔다. 봄에 와 보는 말랭이 마을은 이제 막 피어난 잎이 신록이 되어 잎들과 봄 꽃이 피어 싱그럽고 보기가 좋다.



봄날의 책방 올라가기 전에 다른 작가님들도 만들어 놓은 티 매트랑 찻잔 받침 같은 작품들을 전시해 놓고 손님들을 기다린다. 모두가 손재주가 있는 분들의 작품이다. 나도 예전에는 그랬는데 젊은 작가님들의 푸릇하고 열정이 좋아 보인다. 나는 이제 사고 싶은 물건이 없다. 다만 책을 빼고는.


꼬불 꼬불 골목을 지나 '봄날의 책방'에 들어가니 몇 사람이 나를 반긴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다 알고 있는 문우들 몇 사람과 낯 모르는 남자분이 계셨다, 그런데 내가 들어가자 환호를 한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나는 이해가 안 돼 어리 둥절 하는데 그분은 내 브런치 찐 팬이라고 나를 만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어머나!! 이런 일이, 생전 처음 마주하는 일에 나는 당황하고 웃으며 인사를 했다. 같은 여자였으면 안아주며 반가워했겠지만 남자분이라서 반가움을 참고 악수만 해야 했다.


알고 보니 내 브런치에 가끔 들어오시어 댓글도 달고 인사를 나누었었던 '파랑 나비'라는 닉네임을 가진 분이다. 군산 바로 옆 도시 익산에 살고 계시고 해양 경찰을 직업으로 가지신 분, 참 이런 일이 있구나 싶어 신기했다. 글을 쓰고 팬이라는 사람을 만나고 여태껏 살아왔던 삶과는 다른 생경한 경험이다. 문우들 몇 명도 웃고 아주 화기애애하다. 서로 책 이야기, 글 이야기 공감이 가는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차 마시고 이야기 꽃을 피운다.


나는 집에서 사위가 중국 다녀올 때 사다가 준 보이차 몇 개를 가지고 가서 나누어 주니 많이 좋아한다. 그 차는 좀 특이하다. 보이차를 아주 작은 사이즈로 포장을 해서 귀엽다, 마시기도 부담이 없고 순하다. 말랭이 마을을 행사가 아니면 만나지 못했을 파랑 나비님, 사람이 엄청 사근사근 친화력이 좋다. 사람이 살면서 이 처럼 예기치 못한 일을 만난다. 삶이 지루 한 날, 짠하고 기쁨의 메시지를 전해 주는 우연한 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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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파랑 나비 브런치 작가님 파랑 나비님과 만남

혼자 앞서서 씽씽 말랭이 마을을 올라가 어디로 사라졌던 남편이 책방을 찾아오셨다. '파랑 나비님'과 인사를 하고 금세 남편과도 친근한 대화를 한다. 참 살가운 사람이다. 한 참을 이야기 하고 나는 '백석의 시 필사' 집을 한 권 사고 헤어져 말랭이 마을 책방에서 내려온다. 그곳은 산 말랭이라서 길이 가파르다. 걸음이 빠른 남편은 언제나 혼자 앞서 씽씽 걸어간다.

말랭이 마을 입구 사진도 친근하다


'파랑 나비님' 은 나를 부축해 주고 천천히 주차장까지 내려와 준다. 지난번 화전 접시를 들고 넘어진 사건의 글을 브런치에 올렸는데 그 글을 보고 염려를 많이 했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참 자상한 사람이다. 주차장까지 내려와 남편과 나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 서는데 우리 차 옆 젊은 사람이 자기차 문을 건드렸다고 남편에게 뭐라 한다.


그걸 보고 파랑 나비님이 " 제 아버님인데 나이 드셔 잘 모르고 그러셨나 봐요. 이해해 주세요. 하고 타 이른다. 내가 볼 때는 별일 없었는데 젊은 사람이 괜히 시비를 거는 것 같았다. 요즈음 젊은 사람은 때론 이해가 안 되는 사람도 있다. 그저 나이 들면 참아야 한다. 괜히 말 섞으면 오히려 봉변을 당 할 수 있다.


파랑 나비 님이 젊은이에게 좋은 말로 인사를 하고 손을 몇 번이나 흔들고 다시 책방으로 올라간다. 말랭이 마을 '봄날의 책방'에 와서 한 시간 정도 일어난 일. 집에 돌아오는 시간 내내 마음이 흐뭇하다. 사람과 사람은 진심을 다 할 때 따뜻한 정이 흐르며 감동이 온다. 별일 아닌 듯 작은 일이 마음을 기쁘게 한다. 사람 사는 일은 어느 날 예기치 못한 일이 찾아오기도 한다. 오늘, 기분 좋은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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