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봄날의 하루

by 이숙자

5월, 화창한 봄날이다. 자칫 꾸물 거리다 산책을 나가면 날씨가 더워져 걷기가 힘들어지기 십상이다. 남편과 나는 아침을 먹고 서둘러 산책을 나갔다. 엊그제 연두색 잎은 초록으로 나뭇잎 색이 바뀌어 무성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5월의 풍경은 싱그럽고 쾌적하다. 온종일 초록에 묻혀 지내고 싶다.


언제나 자연은 우리에게 말없이 위로를 건네준다. 자연 속에 있을 때 느끼는 마음은 한 없이 편안한 마음이다. 우리도 어느 날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 생명이라서 그렇지 않을까 추론해 본다. 5월은 가족이 그리운 달이다. 어린이날에서부터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다 모여있다.


한참을 걷고 있는데 옆에 사는 여동생한테 전화가 온다.


" 언니, 오빠가 내일 항암 치료하러 병원에 입원한다는데 오리 백숙 맛집에 주문해 놓을게요. 전주 오빠네 집 가보게요." " 그러자" 지난번 암 수술을 한 동생은 항암 치료를 6번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이번이 세 번째다. 아내도 없이 혼자 외롭고 힘듬을 견디고 치료를 받는 동생이 짠하고 마음이 아프다. 아마도 나는 큰 누나라서 그런지 동생들을 보면 엄마 마음 같다.


맛집에서 오리를 약재를 넣어 만든 백숙을 찾아 가지고 서둘러 전주로 향한다. 차창 밖 보이는 풍경은 논에 물을 대어놓고 모 심을 준비를 하고 있다. 벌써 모 심을 때가 됐나 보다. 모를 심으면 금방 자라고 일 년이 또 간다.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실감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 년이 지나간다.


시골 농촌을 보면은 계절의 흐름을 알 수 있다. 모를 심어야 할 때, 마늘을 깨야 할 때 조금 있으면 하지 감자도 깰 것이다. 농촌의 들녘과 밭에서 나오는 먹거리는 정확하게 계절과 맞닿는다.


전주는 군산에서 40분이면 도착한다. 둘째 남동생 집에 도착하니 어느 사이 남동생 셋이 다 모여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생각지도 못한 큰 동생도 와 있고 모두 만나니 반갑다. 마치 엄마를 기다리 듯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동생과 나는 군산에서 주문해 가지고 요리로 금방 점심상을 차린다.


오리 백숙은 양이 많아 여섯 명이 막어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많다. 국물은 녹두를 넣고 죽을 끓이고 막내 동생이 산에서 따다 놓은 두릅도 쪄서 숙회를 만들고 밥상이 금방 푸짐하다.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더할 나위 없이 흐뭇하고 좋다.


사는 것이 별것인가 좋은 사람과 맛난 것 함께 먹고 기분 좋으면 되지, 형제는 만나면 마음이 푸근하고 행복하다.


형제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만나는 횟수가 줄어든다. 자식들의 구심점은 부모다. 하지만 사람 사는 일은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다. 형제도 만남이 드물면 마음이 멀어진다. 아픈 동생이 있어 자주 만나니 더 애틋하고 정이 깊다. 동생들도 나이 들어가고 외로워지는 시간들이다. 언제 세상과 하직할지 모르는 나이들.


건강할 때 한 번이라도 더 만나고 정을 나누어 야지 싶은 생각이다.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자식도 결혼하고 떠나고 단출하게 사는 삶은 가슴이 빈듯하고 쓸쓸하다. 가끔 사는 이야기를 하면서 안부를 묻고 사는 일은 외로움을 덜어 내는 일이다.


누나라고 마음을 기대고 사랑을 나누어 주는 동생들이 고맙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여동생과 나는 냉장고 속 청소도 해 주고 집안 정리를 하면서도 피곤함도 잊는다. 남자 혼자 사는 집은 여자의 손길이 필요하다. 조금 수고하고 정리된 부엌을 보니 기분도 상쾌하다. 날도 좋은 날 밥만 먹고 그냥 헤어지기 섭섭하여 우리는 산책을 했다.


장덕사 절


동생 집에서 가까운 아파트 길 건너에 장덕 사라는 사찰이 있다. 모두 산길을 걸어 가지만 나는 쉬면서 사찰 구경을 하면서 천천히 돌아본다. 초파일이 돌아오는 사찰은 요즈음 등을 켤 준비를 해 놓아 축제 같은 느낌이다. 절 입구는 기와에 그림을 그려놓고 작은 화분들이 진열되어 있고 작은 소품들이 귀엽고 마치 전톹 찻집 같은 분위기다.


사찰 아래 옹기종기 모여 있는 소품들


여기저기 예뻐 사진을 찍고 사람이 보여 "이곳은 찻집인가요?" 물으니 "아니에요. 사찰 요사채입니다."

요사채가 찻집 같은 곳도 있구나 하면서 나는 천천히 구경을 하고 사진을 찍는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좋다.

요사체 아래에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꾸만 여러 생각이 많아진다. 나는 혼자 않아 다리를 쉬며 사찰을 바라보며 마음을 쉬고 있다.



산에 올라갔던 동생들과 남편이 내려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맛있는 호떡집 호떡을 사서 먹고 이런저런 일들이 재미있다. 삶은 나누는 형제가 있다는 것이 고맙다. 우리가 살면서 가장 원하는 행복이란 것도 감정에서 오는 거라고 말한다.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 그것처럼 소중한 것은 없다.


5월, 봄날의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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