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일은 이제는 나의 일상이 되었다. 날마다 거의 몇 자라도 글을 쓴다. 글 쓰기는 매일 일상의 감정을 거르지도 않고 생각들을 쏟아놓는다. 글을 쓴 뒤 읽어보면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모여 있다. 내 온갖 감정이 뒤 섞여 있음이 알게 된다. 삶이란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면서 걸어가는 인생길이다.
<인생은 과거나 미래를 사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것이다. 삶은 유한하고 죽음은 영원하다는 만고 불변의 진리 앞에서 인간은 늘 무력하다. 다만 살아갈 시간이 남아 있다는 사실 덕분에 우리는 지독한 허탈감과 무력감 속에서도 각자의 삶을 이어 가는지도 모른다.> 이기주의 인문학 산책 중
삶이란 여전히 본인의 의지에 따라 여러 가지 선택을 하고 살 수 있다. 선택과 도전은 언제나 내 몫이다.
이제는 조용히 내 삶을 관조하고 날마다 내게 주어진 시간들에게 집중하며 살고 싶다. 삶이란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하나의 문이 열리는 것이 인생이다. 삶의 영양을 끼치는 것은 인생의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했다. 내 인생의 전반전이 속도라고 했다면 이제는 속도에 연연하기보다는 내가 살고 싶은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가려고 한다.
날마다 내가 마주하는 삶에 마음을 다 하고 싶다. 어느 날,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노년의 삶은 외롭다. 살아가는 일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라고 어느 시인은 말했다.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그 말은 내게 오는 시간들을 거부하지 않고 모든 걸 수용하고 담담히 살아가라는 의미일 것이다.
어쩌면 그 외로움도 내가 승화시키며 내 삶으로 수용하며 글을 쓰며 즐긴다. 감성에 맞지 않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시간을 허투루 보내기는 싫다. 외롭지만 차라리 혼자서 사색하고 글을 쓰는 시간이 내 감정의 정서에 빛을 주는 것이다.
나는 혼자서 노는 시간이 전혀 외롭지 않다. 내 감정에 충실하며 그 시간을 즐긴다.
몇 달 후면 80대인 내 나이, 세월은 빛의 속도로 시간이 흐른다. 날마다 짧은 시간, 삶의 조각들을 모아 글로 쓰고 있다. 어찌 보면 내 방식대로 사는 삶은 아주 간단하고 명쾌하다. 좋아하는 것을 많이 하고 싫어하는 것을 줄이면 된다. 사람의 인연도 마찬가지다. 나를 싫어하는 인연에 연연하기보다는 나를 좋아하는 인연과 정을 나누고 살기도 시간이 짧다. 아마도 모든 일에서 해방된 자유로움 때문일 것이다.
자녀들도 다 독립해서 자기들 삶을 살아가고 내가 해야 할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 한가로이 살고 있는 노년의 삶은 내가 잘 운영하며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다. 남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내 의지대로 살 수 있는 것도 나를 찾는 일이다. 젊어서 구속처럼 느꼈던 어른들도 이제는 모두 내 곁에 없다. 내 삶을 내가 주인처럼 살 수 있는 때가 노년이다.
이제는 모든 일에 힘을 빼고 시간이 흐르는 데로 살고 싶다. 힘을 빼고 사는 것도 인생을 살아가는 기술이다. 힘을 빼면 유연하고 부드럽다. 욕심을 내려놓으면 마음이 편하듯 가벼운 마음으로 살기를 소망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목표에 도달하는 것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 이왕 사는 것 즐겁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누가 뭐라고 해도 내 삶은 내가 주인공이다. 나를 소중히 알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글을 쓰면서 나이를 의식하기 보다도 생각이 맞는 사람과 서로 응원하고 소통하는 것이 기쁘다. 내 삶의 경험을 글로 쓸 때면 글을 읽어 주고 공감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인간의 품격은 자기 공간이 있어야 자기 다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잠들기 전에 하루를 성찰하고 차분히 마음을 가다듬고 나는 왜 살고 있는가,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며 기도 들이는 시간도 나를 좀 더 성숙하게 살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기르는 일이다. 나는 이제 자다가 영원히 잠들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