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집에서 휴가처럼 보내는 즐거움

by 이숙자

7월은 한해의 절반도 넘어가는 계절이다. 7월이 오면 맨 먼저 생각나는 것이 이육사의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이란 시가 생각난다. 계절적으로 7월은 농부들도 가장 한가한 '어정 7월'이란 말이 있다. 논에서는 모가 잘 자라고 있고, 밭에는 심어 놓은 농작물이 잘 자라고 있어할 일 없이 어정거리다 가버린다는 뜻으로 7월을 이르는 말이다.


7월의 세상은 온통 푸르름이 가득한 계절이다. 대지는 작열하는 태양빛으로 온통 불볕더위에 한낮에는 외출이 힘든다. 한해 여름 중에 가장 더운 때도 7월이다. 그래서 사람들도 7월이면 더위를 피해 휴가를 많이 간다. 젊어서는 우리도 아이들과 휴가를 가곤 했지만 딸들이 다 떠나고 노부부만 살고 있는 지금, 휴가는 집에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노는 것이 휴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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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화분에 피어 있는 칼라 꽃 베란다 화분


요즈음 날씨가 더워도 너무 덥다. 매일 가던 공원 산책도 쉬고 있다. 더운 날에 자칫 건강을 잃을 수도 있는 노년은 몸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나는 해가 질 무렵이면 동네 한 바퀴 도는 일로 운동을 대신한다. 날마다 맨날 마주하는 것이 베란다 화초들이다. 그 화초들 마저 없다면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삭막했을 것이다.


밖에 나가는 대신 집안의 식물들을 보면서 여름의 청량감을 느낀다. 식물도 정성을 다 해야 주인에게 푸르름과 꽃을 피워 선물처럼 눈을 즐겁게 해 준다. 남편은 아침에 눈을 쓰면 맨 먼저 마주 하는 것이 베란다 화초들이다. 매일 물을 뿌려 주고 누런 잎이 있으면 따 주기도 하고 사랑과 관심을 주는 만큼 기쁨을 준다.


베란다 칼라 꽃 화분이 너무 빡빡해 분갈이를 해 주었더니 간격이 벌어져 살랑살랑 꽃을 잘도 피워낸다. 작은 일에서도 우리는 삶의 지혜를 배운다. 사람도 적당한 간격을 가지고 살아야 살뜰한 그리움이 있고 보고 싶어 진다. 무엇이던 살아있는 생물은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분갈이를 해준 칼라꽃이 무성히 피어나고 보는 즐거움이 크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 년 절기는 24절기다. 절기 중 가장 정점인 7월, 여름을 잘 넘기면 금방 8월이 오고 9월을 맞이하고 또 겨울이 오면서 한 해가 또 갈 것이다. 한 해가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간다. 일 년을 살아내면서 오늘을 잘 살아야지 싶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 하고 싶다. 노년의 삶의 속도는 빛의 속도와 맞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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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도 빠지지 않고 한 달이면 10일은 시니어 사무실에 나가 그림을 그린다. 그림이라고 말하기는 민망하지만 아무튼 그림은 그림이다. 얼마 동안 그리던 꽃 그림 한 권을 다 그렸다. 다른 그림은 무엇을 그릴까 하고 서점에서 나가 그리고 싶은 작은 그림책을 찾아보아도 눈에 뜨이지 않고 마음에 드는 그림책이 없었다.

다행히 지난번 딸네 가족과 강원도 여행 갔을 때 식물원에서 발견한 조그마한 미니 '풀 나들이 도감'을 발견하고 반가워 책을 구매하려 했지만 그곳에서는 살 수가 없어 인터넷으로 딸이 사서 보내 주었다. 지금은 풀 그림을 그리고 있다. 우리가 날마다 마주하는 풀들 이름을 잘 알지 못하지만 풀 그림을 그리면서 공부도 하고 놀고 있다. 특히 여름에는 풀들이 가장 왕성하게 자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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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그림을 그리면서 길을 걷다가도 산책을 할 때도 풀들을 유심히 바라본다. 풀마다 고유의 특징과 효능 전설과 유래 등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이 풀이다. 세상에는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특징과 생각과 모습이 다르듯이 모든 사물은 각기 다른 고유한 특징이 있다. 나는 풀 그림을 그리며 생각이 많아진다. 하나의 풀이지만 반듯이 세상에 나온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아무리 더운 여름 7월이지만 나는 선풍기를 하루 종일 틀어 놓고 컴퓨터 하고 놀다가 아니면 책을 펴놓고 책을 보거나 아니면 풀 그림을 그리며 풀 도감을 보고 공부를 하면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젊어서는 어디라도 가고 싶은 생각이 많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주 편안한 옷차림으로 집에서 즐기는 시간도 피서 일 수 있다. 더울 때는 움직이는 자체가 고역이다.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를 찾아 노는 것도 지루 하지 않다. 7월의 여름은 견디기 힘들고 덥지만 몰입할 수 있는 놀이를 찾아 놀다 보면 시간이 금방 훌쩍 지나간다. 돈도 아까고 번거롭지 않게 조용히 보내는 시간이 좋다. 밥하기 싫으면 가끔 밖에 나가 시원한 냉면이라도 사 먹으면서 휴가처럼 여름을 잘 보내려 한다. 세상사는 일은 언젠가는 끝이 나듯이, 하루하루 보내다 보면 이 무더운 여름도 곧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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