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말랭이 마음 책방지기 모니카 작가님에게 톡을 받았다.
" 선생님, 저희 서점에서 지역 작가 강의를 하려고 하는데 선생님이 제일 연장자 이시니 먼저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단 강의료는 없고 선물로 책 한 권은 드립니다."라는 제안이다. 그 톡을 받고 나는 웃음이 나왔다. 글 쓴 지 얼마나 되었다고 작가 강의를 하라고 하는지, 약간 부담은 되지만 그러자고 대답을 했다.
답을 보내면서 한 가지 부탁을 했다. "프랑 카드에 작가 강연이라기보다는 정담 나누기라는 말이 좋을 듯합니다." 강의라고 하면 주제가 거창한 것처럼 생각이 들지만 정담을 나눈다는 것은 왠지 편안한 느낌이 든다. 많지 않은 몇 사람이 만나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시간이 될 것 같았다.
어제가 바로 그날이다. 햇살도 좋고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날씨가 좋다. 녹음이 우거진 나무 그늘 아래 놀기 좋은 날씨다. 나는 아침부터 서둘러 찻자리 준비와 어제 쪄 놓은 아카시아 꽃 떡을 바구니에 담아 보자기에 싸들고 말랭이 마을로 향했다. 오늘은 어떤 인연을 만날까? 사람은 살면서 수많은 시절 인연을 만난다.
말랭이 마을 봄날의 책방이 보이는 곳남편은 말랭이 마을 주차장에 나를 내려놓고 휑하니 가버리신다. '봄날의 책방'에 올라가는 길에는 나무들의 푸른 녹음이 시원스럽다. 주차장에서 몇 걸음 걷지 않았는데도 숨이 차 오른다. 예전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세월을 무거운 짐을 지고 오르면서 살았을까.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책방에 들어서니 '봄날의 책방' 주인 모니카 작가님이 반겨준다. 언제 와도 이곳 책방은 시야가 탁 트이고 혼자서 있으면 사색하기 좋은 공간이다. 앞장서서 일하는 사람들 모습은 다르다. 언제나 밝은 목소리로 사람에게 기운을 돋아 주는 모니카 선 생님의 활기찬 모습이 보기 좋다.
뽕잎 차와 아카시아 꽃 떡
나무 그늘 아래 진지하게 이야기를 듣고 있는 손님들
이야기를 하고 난 후 기념 촬영
오월의 하늘과 햇살이 곱다. 책방 아래 작은 정원에는 팽나무 두 그루의 그늘이 있다. 사람들이 앉아 담소하기 좋은 공간이다. 책방 안에 있는 의자를 가지고 나와 야외 정원에서 정담을 나누는 시간은 모두가 자기를 돌아보는 조용한 시간이 된다. 탁자 위에 놓인 어제 찐 아카시아 꽃떡을 먹으며 차도 마신다.
처음 만난 분들도 계시고 글쓰기를 같이 하는 문우들도 있고, 나는 세상을 오래 살아서 그런지 처음 본 사람도 그다지 낯설지 않다. 인사부터 하면서 내가 낳고 자라온 이야기, 글을 쓰게 된 동기. 글 쓰면서 변화된 내 마음의 자세, 글을 쓰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나이 들어도 외롭지 않도록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며 살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주로 내 첫 번째 에세이 집 '77세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책 내용들을 말했다.
'오신 분들은 질문도 하고 내 생각을 말해 주기도 하면서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지나갔다. 아직은 젊은 분들이라서 궁금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누구나 가지는 공통된 고민이다. 주말 귀한 시간 내시어 오신 분들에게 내 이야기가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는 걸 느끼는 마음이 전해져 숨김없이 살아온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하며 서로 돕고, 아프고 또 회복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 삶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가보지 않은 길은 늘 궁금한 것이다. 나는 곧 80대가 되는 나이, 세상을 많이 살아온 인생선배의 삶이 궁금했을 것이라고 추측을 해 보았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열심히 살면 되지 않을까.
정담을 마무리하고 그곳에 오신 분들은 김밥으로 점심 파티를 하고 나는 내가 평소 좋아하는 '음악이야기' 사장님 오시어 점심을 사 주셨다. 거절하면 인연 끝낸다는 말을 농담으로 하시니 거절할 수가 없다. 너무 감사하고 고맙고 마음이 찡해 온다. 주말 귀한 시간을 내어 찾아와 준 마음도 고마운데, 웬일인지 모를 일이다. 살다가 만난 시절 인연은 오늘 내게 하루를 선물하신다. 이런 인연이 있어 사는 맛이 난다.
모든 삶의 무게를 덜어내고 여유와 자유로움을 마음껏 향유하는 날들, 글을 쓰면 내 삶을 나 답게 살아가는 지금이 내 인생의 봄날이 아닐까. 한가롭고 더 바랄 것 없이 편안하다. 오늘 내게는 기억될 정도로 흐뭇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