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이 살기로 했다

by 이숙자

여름 장맛비가 내리고 있다. 비 오는 날은 빗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으면 빗소리조차 운치가 있어 마음이 아늑해진다. 비 가 오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차 한잔하는 시간은 내게는 쉼이고 마음의 평온을 찾는 시간이다. 젊어서와 다른 삶, 혼자서 즐기는 시간들이 나의 영혼을 맑게 해 주는 듯해서 좋다.


오늘도 하루의 시작이다. 쉼 없이 흘러가는 쏜살같은 시간, 내 마음속에 무언가 남아있는지 알지도 못한 체 흘러가고 있다.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한 후에는 출근하는 사람처럼 내방 서재로 건너온다. 거실은 언제나 남편이 티브이를 보면서 보내는 남편의 공간이다. 한집에 살면서도 서로의 공간이 따로 있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거의 똑같은 우리의 일상은 세월의 쳇바퀴 돌리듯 살아가고 있다. 날씨가 덥기 시작하면서 남편은 공원 산책 가는 것도 멈추었다 심혈관 질환이 있는 남편은 땀을 흘리면 좋지 않다는 자기만의 주장이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본인 생각이 그러니 도리가 없다. 누가 뭐래도 자기 방식대로 사는 분이라서 더 이상 이해시키려 하지 않는다.


혼자가 아닌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의견을 존중해 주며 져주어야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나이 들어가며 좋은 점은 이기는 것보다 지고 사는 것이 편하다. 가장 가까운 남편도 자녀도 가족이지만 각기 다른 인격체다. 다름을 인정하고 무심해야 마음이 편하다. 누군가를 이기고 살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제는 기운이 모자란다. 마음의 평화가 으뜸이다


서재에 들어와 눈에 뜨이는 책을 읽기도 하고, 컴퓨터를 켜고 글도 쓰면서 시간을 보낸다. 오늘 내게 받은 선물 같은 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헛되이 보내기는 아쉬워 무어라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날마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하루는 금방 지나가고 있다. 시간은 내가 쓰기에 따라 내 안에는 파도에 실려오는 모래알 같은 것들이 알게 모르게 쌓여왔다. 그 쌓여 온 모래알들이 굳어져 내 삶은 더 단단해졌다.


오랫동안 쌓아온 모래알 같은 내 시간들이 그려내는 삶의 무늬들, 어쩌면 그 시간의 무늬들이 모여 내 삶의 발자국으로 남는다. 내 삶의 무늬는 나만이 알고 있는 내 안의 이야기들이다. 인생이란 아무도 알 수 없는 수많은 사연들의 기억을 내 가슴에 묻어 놓고 생을 마감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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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책을 읽었다. '후회 없이 살기 위해 더 늦기 전에 꼭 해야 할 일' 이 나이가 되도록 후회되는 일이 무얼까 곰곰이 생각을 해 본다. 젊어서는 사람과의 놀이에서 즐거움을 찾았다. 외로움을 사람과 교류하면서 보내왔다. 그냥 보낸 시간들이 많았다. 지금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지만 그때는 그게 최선의 삶이었다. 이제는 남은 시간만이라도 관리를 잘하려 한다. 정말 필요 없는 데 시간을 쓰지 않는다.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만 바꾸어도 삶의 많은 것이 변한다고 말한다. 삶이 바뀌는 과정에서 애써 칼로리를 소모할 필요 없고 극적인 위험도 없으며 고통도 없다. 그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조금만 달리하면 인생이 바뀐다.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우리 모두는 행복해질 수 있고 멋진 인생을 누릴 능력을 이미 가지고 있다. 나이와 종교, 직업, 재산. 등에 상관없이 그토록 바라는 만족스럽고 희망찬 삶을 살 수 있는 도구를 갖추고 있다. 그러한 힘이 바로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다. 성공한 사람들과 실패한 사람들의 차이를 알고 싶다면 그들이 인생에서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어떻게 대처했는가를 알아보면 된다. 실패한 사람들은 문제를 회피하거나 문제의 핵심을 벗어나서 해결하려고 하는 한편, 성공한 사람들은 문제를 받아들이고 직시하고 아무리 힘들어도 해결하려고 한다.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고서 해결책을 모색함으로 써 인생은 힘들지만 그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 후회 없이 살기 위해 더 늦기 전에 꼭 해야 할 일 중에서

책을 읽고 생각해 본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삶의 방향도 바꾸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젊어서는 무언가 쫓기듯 항상 불안하고 초조했었다. 불투명한 아이들 교육에 대해서도 그랬고, 좀 더 안정된 삶에 대해서도 늘 불안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세상사는 일은 생각대로 다 이루어지는 건 아니었다.


삶에 최선을 다 하되 너무 욕심을 부리면 마음만 힘들어진다는 것 그 사실도 알게 되었다. 돌이켜 보니 지나온 삶이 보인다. 후회가 되는 일도 있고 감사한 일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지난 일에 연연 할 필요는 없다. 모든 건 주어진 상황에서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 해 사는 것이다. 끓임 없이 배운다는 것은 삶의 방향을 바꾸는 일이다. 좀 더 지혜로워져야 한다. 인생은 한 번뿐이 살지 못하는 삶이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너무 평탄하고 어려운 일이 없으면 사는 재미가 없을 것이다.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감동이 우리를 살게 한다. 삶의 고통이 없다면 얼마나 무미건조하고 재미없는 삶이었을까. 삶이 바닥까지 가고 나서야 삶의 희열과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세상 모든 것이 의미가 있고 살아간다는 일에 얼마나 가치가 있는가 그 깊이를 알 수 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나쁜 건 만은 아니다. 내가 지금까지 세상을 살아온 삶의 무늬는 나만의 삶인 것이다.


내가 해야 할 의무에서 벗어난 자유로움, 모든 걸 비워내고 욕심을 내려놓는 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일 그런 일들이 지금은 좋다. 내가 자유롭고 편안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나를 둘러싼 가족들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잘 살아준 덕이란 생각을 한다.


지금은 모든 것이 감사한 마음이다. 다른 어떤 것 보다도 사랑하는 가족이 건제하다는 것이 가장 우선으로 감사하다. 이제는 내 것이 아닌 것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아직은 내 몸 건사할 수 있고 주변에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어 감사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노년의 삶이 외롭지 않게 항상 곁에 든든한 버팀목으로 남편인 배우자가 계셔 내게는 축복이다.


내가 소박하게 즐길 수 있는 여러 놀이가 있어 즐겁고, 이 나이에 늦게 만난 글쓰기는 나의 동반자와 같다. 정말 글을 쓰면서 좋은 것이 항상 긍정적이고 좋은 마음을 가지려는 자세가 나를 더 포근하고 원만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항상 더 많은 사색을 할 수 있어 좋다.


후회 없이 살기 위해 더 늦기 전에 해야 할 일이란 살아왔던 날들을 뒤돌아보면서 잘 못된 일들을 번복하지 않고 사는 일이다. 내 삶의 길이만큼 나머지 시간은 타인에게 누가 되지 않는 안온한 삶을 그려본다. 잘 살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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