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란, 외로움은 나누는 날이다

오늘은 막내 사위 생일날

by 이숙자


오늘, 막내 사위 생일이다. 생일이란 외로움을 나누는 날이다. 생일날 아무도 알은체를 해 주지 않으면 괜스레 외로워진다. 나는 그랬다.


2014년 9월에 막내딸은 결혼을 했다. 그러니까 막내 사위는 그날부터 우리와 인연이 되어 가족이 된 날이다. 인연이란 참 오묘해서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지라도 헛된 것이 하나도 없다는 말이 있다. 어찌해서 우리는 부부의 연으로 만나 한평생을 같이 살고 있는지 생각하면 참 엄청난 일이다. 부부의 연은 인생을 다 내어 주는 일이다.


우리 집은 가족 중에 생일이 오면 가족 카톡방에 공지를 한다. 매일 사는 게 아무리 바빠도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근황은 알고 살아야 가족이라는 생각이다. 남편은 폰 사용하는 일이 많지 않다 보니 카톡 보내는 일은 서투르다. 아직도 디지털 문화에 서투른 남편이라서 좀 더 익숙한 내가 하고 있다. 항상 머릿속에 자녀들 생각이 하나의 끈처럼 연결되어 살고 있는 관계가 부모와 자식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무리에는 언제나 관리자가 있어야 한다. 우리 가족의 중심 관리자는 남편이다. 남편은 늘 책상 달력을 곁에 두고 잊지 않고 가족 행사를 나에게 알려준다. 나는 일부러 남편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도록 모른 체한다. 가족의 일은 남편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람 관계는 존중에서부터 시작이다. 남편은 평생 가족을 위해 온 마음으로 생계를 책임졌던 사람이다. 집안에서 가족이 존중해 주지 않으면 그 사람 삶이 허망하다. 나는 남편이 살아온 지난날들을 잘 알고 있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 마음을 알기에 내가 조금 힘들어도 남편을 존중해 준다.


우리 집 거실 탁자에는 조그마한 탁상 달력이 있다. 그 달력에 일 년 동안 집안 행사에서부터 생일을 적어 놓는다. 그렇지 않으면 잃어버리기 쉽다. 코로나가 오면서 큰집 제사에 가는 일이 없어졌다. 또 형제들 생일에 만나서 밥 먹는 일도 없어졌다. 살아 갈수록 사람 만나는 일이 줄어들면서 사는 즐거움 이도 줄고 쓸쓸하다. 사람은 사람을 만나서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정을 나누고 살 때 사는 맛이 나는데 이제는 그런 일들이 모두 사라지는 것 같다.


코로나라는 전염병은 사람들의 삶의 방향을 모두 바꾸어 놓았다.


어제는 막내 사위 생일 축하금은 보내 주었다. 오늘 아침을 먹으면서 사위에게 전화를 했다. "김서방 생일 축하해, 그리고 우리 가족으로 와 주어 고맙고." 전화를 받은 사위는 반가워하면서. " 네 감사합니다. 보영 씨하고 잘 살겠습니다. " 그 말 한마디면 그만이다. 전화를 넘겨받은 남편은 사위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준다." 사랑하는 우리 두희 생일 축하해." 나이 많은 장인이 막내 사위 생일 축하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나는 그만 웃고 말았다.


남편은 사위를 부를 때 꼭 이름을 불러준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사위들과 거리를 가깝게 느끼고 싶어 그렇다고 말을 하신다. 그 말을 듣고서야, 아!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들이 없는 남편은 사위들을 더 친근하게 느끼고 싶어서 그런다고 하시니 그 말이 이해가 된다. 사위가 넷인 남편은 모두에게 똑같은 마음으로 애정을 한다.


삶은 관계이지 소통이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에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다. 아무리 좋은 집에서 호사를 누리고 산다고 한들 마음이 채워지지 않으면 늘 허전하고 외로운 것이 사람이다. 사람은 밥만 먹고사는 존재가 아니라서 그렇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서로 훈훈한 정을 나눌 수 있는데, 그게 어려울까?


내가 만약 외로울 때면 누군가가 건네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내 영혼을 위로해 주는 듯 고맙고 몸이 아파 괴로울 때는 곁에서 건네주는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따뜻해지며 잊히지 않는다. 사람과의 관계도 마음을 헤아려 그때그때 잘 관리를 해야 내 곁에 좋은 사람은 두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8월이 도망을 치듯 자꾸 가고 있다. 매일 불볕더위다. 정말 여름은 힘듬을 견디는 날들이다. 날이 이처럼 더운 날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더욱이 나이 든 어른 들은 더위를 잘 이겨야 한다. 오늘 하늘을 보니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처럼 흐리다. 요즘 날씨는 알 수가 없다. 비가 오는가 싶으면 금방 개이고 해가 반짝 나오기도 한다. 우리는 그냥 자연이 내어 주는 데로 살아간다. 인간이 가장 강한 것 같아도 어찌 보면 자연 앞에서는 한없이 무력한 존재다.


사람 사는 집은 가정마다 그 집 만의 문화가 있다. 막내 사위 생일을 알린 가족 카톡방은 그때부터 분주하다. 서로 축하를 해주고 덕담을 나눈다. 별일 아닌 것처럼 생각이 들지만 이상하리 만치 생일이 되면 외롭다. 누가 축하 전화라도 건네주면 마음이 환해진다. 가족도 서로 마음을 주면서 정을 나누어야 서로의 정이 두터워진다. 가족은 그렇게 작은 정을 쌓아가며 가족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사람의 관계는 채소에 물을 주며 가꾸듯 관심을 가져야 무럭무럭 잘 자란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자꾸 삭막하고 사는 게 힘이 든다. 가족 관계에서부터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며 서로를 응원해 줄 때 사는 것이 조금이라도 덜 외롭고 힘이 덜 든다. 딸들 가족들이 서로 정을 나누고 살았으면 하고 희망한다.


삶이 팍팍하고 지칠 때 서로 위로가 되어 주는 일, 부모가 제일 바라는 소망이다. 자녀들이 잘 살아가는 일, 사람 사는 일은 쉬운 일이 없다. 누구 하나라도 힘들게 살아가는 자식이 있으면 마음이 짠하고 신경이 쓰인다. 딸들이 세상에 태어나 우리가 부모가 되었다는 것, 사위들과 인연으로 가족이 되었다는 것은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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