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만난 꽃들

오랜만에 공원 산책을 하면서 보이는 것들

by 이숙자

한 동안 산책을 하지 못했다. 코로나로 인해 10일 넘게 밖에 나가지 못해 답답한 마음에 격리 끝나길 기다렸다. 날씨가 더우면 남편은 뜨거운 햇볕과 땀나는 게 싫다고 공원 산책도 가지 않는다. 나는 공원 산책을 가지 못해도 우리 집과 길 건너 아파트에 살고 있는 동생네 아파트에서 5 천보는 꼭 걷기를 했다. 코로나로 몸이 아프고 나니 건강만큼 소중한 것이 없음을 다시 알았다.


하루 일과 중 어떠한 일이 있어도 걷기를 먼저 하고 다른 일을 한다. 내 몸을 내가 살펴야 하는 것도 알았다. 몸이 아프면 아무것도 소용없는 일이다. 내 나이에 비해 건강하다고 자신하면서 나에게 소홀했었다. 내가 건강하다고 생각한 자신감은 허세였다. 먹는 것도 살펴서 건강한 밥상을 차려 먹어야겠다.


어제는 월요일인데도 휴일이라서 모두가 쉬고 있다. 아침을 먹고 옆에 살고 있는 동생에게 산책을 가지고 바람을 넣었다. 집에 있겠다고 하던 남편도 같이 간다고 나선다. 오랜만에 공원에 오니 풀냄새도 좋고 초록의 나무를 바라만 보아도 좋다. 어느 결에 만개한 하얀 산 수국이 활짝 피어 반겨 준다. 소담스럽게 피어있는 하얀 수국이 예쁘다. 곁에 가서 꽃 향기를 맡으니 은은한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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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만 있다가 밖에 나와 자연을 대하니 마음도 상쾌하다. 사람은 자연에서 위로를 받는다는 말이 맞다. 자연은 말없이 자기의 향기를 날려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 요즈음은 말이 공해라는 걸 가끔 느낀다. 말없이 자기 몫의 삶을 살아내는 자연은 얼마나 멋지고 품격이 있는지, 자연을 보면서 배운다. 사람과의 관계도 좀 그랬으면 좋겠다.


건강을 챙기려는 사람들은 더워도 잊고 꾸준히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우리 곁에 나무와 꽃이 없으면 얼마나 삭막할까? 생각할수록 고마운 존재가 자연이다. 한동안 땅속에서 씨앗으로 숨어있던 백일홍도 봉숭아도 자라서 꽃이 피어 반가운 인사를 한다. 일 년 생 꽃들을 온 힘을 다해 꽃나무의 정점인 꽃을 피워내고 씨앗을 남기고 생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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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보지 못했던 꽃들을 보면서 반갑다. 봉숭아며 백일 홍 꽃을 보면 꽃마다 추억이 아스라이 피어오른다. 그래서 더 반가운 꽃들이다. 그저 어려서 손톱에 물들이던 봉숭아 꽃, 백일 홍은 내가 즐겨 수놓았던 꽃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 수록 자연에 기대어 마음을 맑게 하면서 살아야 머리에 잡념이 없을 거린 생긱이다. 나는 꽃을 보면 가끔 "사는 게 참 꽃 같아야" 책 제목이 생각이 나 그 말이 좋다.


욕심을 비워낸 꽃 같은 마음. 말없이 내 할 일을 하면서 꽃같이 살다가 꽃처럼 소리 없이 어느 날 스러지는 게 우리 내 삶이 아닐지.


산책 코스는 월명 호수를 끼고도는 코스가 짧아서 좋다. 긴 코스 걷기는 이제는 힘이 든다. 사람이 일상을 매일 똑 같이 사는 것 같지만 사실은 보이지 않게 미세한 부분이라도 변해간다. 자연의 흐름이 다르고 우리의 마음의 움직임도 다르다. 순간순간 움직이는 바람의 느낌도 다르다. 온 우주의 기운도 다르게 움직인다.


한참을 걷고 있으면 호수에 무리 지어 피어있는 수련도 볼 수가 있다. 한창 피어날 때는 싱싱하고 꽃송이가 많았는데 오늘 보니 꽃의 싱싱한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 모든 자연 물도 사람도 똑같은 모습으로 퇴화되고 변하여 간다. 눈에 보이지 않게 조금씩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소멸을 향하여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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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산책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우리는 내일을 살기 위하여 한 걸음 또 한걸은 걸어갈 것이다. 코로나로 집에만 있다가 밖에 나와 걷는 걸음이 마음을 산뜻하게 기분을 전환해 준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건강한 몸으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처럼 감사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곁에 남편이 있어 같이 할 수 있는 지금 이 시간은 내게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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