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사람

문정희 시인의 시, 시낭송 수업을 하면서

by 이숙자

매주 한 번씩 시낭송 수업을 간다. 수업은 별다른 것이 아니고 선생님이 프린트해온 시를 돌아가며 낭독을 하고 선생님의 피드백을 받는다. 시의 단어에는 장음이 있고 리듬과 고저장단 황급 여음 토음 연음 여러 가지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다. 호흡에 의한 소리 내기, 새로운 걸 무얼 배운다는 것은 쉬운 것이 하나도 없다.


배운다는 것은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더 나이 들면 어려운 일이라서 기회가 올 때 나는 좋아하는 걸 배워 보물을 내 기억에 쌓아 놓는다. 중 고등학생 때부터 시를 좋아했다. 좋아는 하지만 시를 쓴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서 시인들이 써 놓은 시를 즐기며 읽고 음미를 한다.


지난주 시 낭송 수업시간이다. 선생님은 내가 차를 좋아하는 걸 잘 아신다. 그날 수업하려고 가지고 온 시중에 문정희 시인의 '편안한 사람'이라는 시를 내 생각을 하면서 골라 가지고 오셨다 한다. 사람이 누군가의 배려를 받는 일은 감사한 일이다. 시는 제목처럼 정말 편안한 시다.


나이가 들 수록 편한 사람이 좋다. 말이 없이도 눈빛만 보아도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편안 사람이 곁에 있으면 좋겠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같이 있으면 언제나 평화롭고 고요해지는 사람.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서남향이다. 서남향인 아파트는 점심을 먹은 오후에는 어김없이 햇빛이 거실로 들어온다. 집에 있는 하루 시간 중 그 시간이 제일 좋다. 햇살이 들어오는 시간 거실에 들어오는 햇살을 보고 있으면 쓸쓸하면서도 마음이 포근해진다.


오후 시간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차를 마시는 시간이 하루 일과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더욱이 홀로 앉아 차를 마시는 시간은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져 마음 안에 번뇌가 있어도 잃어버릴 정도로 편안해지는 시간이다.


편안한 사람 문정희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햇살이 찾아드는 창가


오레 전부터 거기 놓여 있는

의자만큼

편안한 사람과

차를 마신다


순간인 듯

바람이 부서지고


낮은 목소리로 다가드는 차맛은

고뇌처럼 향기롭기만 하다


두 손으로 받쳐 들어도

온화한 찻잔 속에서

잠시 추억이 맴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우리가 이렇게 편안한 의자가 되고

뜨거웠던 시간이

한 잔의 차처럼 조용해진 후에는...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햇살이 찾아드는 창가

편안한 사람과 차를 마신다


시는 언제나 인간의 본질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부제의 언어를 끌어내는 것이 시라는 생각을 해 본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내가 가장 편안한 사람과 차를 마시며

시를 읽으며 나와의 하루를 살아낸다. 차와 시는 내 생활의

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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