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냄새

법정 스님의 글

by 이숙자

입추와 말복이 지나면서 아침저녁으로 시원하다. 일주일 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씩씩하게 울어대던 매미 울음소리도 잦아들고 대신 가을이 오고 있음 알리는 풀벌레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가을이 온다는 신호처럼 들린다. 어쩌면 계절은 말없이 흘러가고 잘 알아서 찾아오는지 생각할수록 신기하고 오묘하다.


오늘은 목요일, 시니어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날이다. 잠깐 아파트 마당에 내려와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푸른 하늘이 맑다. 맑은 하늘을 보고 있으면 마음조차 맑아진다.


서재, 햇살이 찾아드는 창가 의자에 앉아 법정 스님의 책을 펴고 글을 읽으니 글이 참 맑다. 스님의 글은 언제 읽어도 청명한 가을 하늘을 닮았다. 스님 입적하신 지 몇 년째 되었지만 나는 가끔 스님의 글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지며 정신적으로 위안을 받는다.


어찌 중생이 스님 같은 마음을 닮을 수가 있으랴 마는 그래도

잠시 잠깐 스님 글을 읽고 잡다한 잡념을 내려놓고 청정한 마음이 되어 본다.


하늘 냄새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

하늘 냄새를 맡는다.


텃밭에 이슬이 오고 가는

애호박을 보았을 때

친구한테 먼저 따서

보내 주고 싶은 생각이 들고


들길이나 산길을 거닐다가

청초하게 피어있는 들꽃과

마주쳤을 때 그 아름다움의 설렘을

친구에게 먼저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렇게 메아리가 오고 가는 친구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영혼의 그림자처럼

함께 할 수 있어 좋은 벗이다.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장점을 세워 주고

쓴소리로 나를 키워주는 친구는

큰 재산이라 할 수 있다.


인생에서 좋은 친구가 가장 큰 보배다.


물이 맑으면 달이 와서 쉬고

나무를 심으면 새가 날아와

둥지를 튼다.


스스로 하늘 냄새를 지닌 사람은

그런 친구를 만날 것이다. - 법정 스님-


정말 법정 스님 시처럼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하늘 냄새가 나는 사람

한 송이 들꽃을 보고 같이 감동을 하며

새들이 날아과 쉬고 둥지를 트는 나무 같은 사람,

너무 멀리 있는 일 같지만 조금씩 그런 사람이 되도록

닮아 가고 싶다.


삶은 쉼 없이 나 자신을 갈고닦는 수행이다.

내 안에 맑음은 내가 만들어 가는 삶의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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