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서원은 내가 살고 있는 군산에서 35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다. 군산에서 오래 살아오고 있지만 주변 여행지에 그동안 관심이 없이 살아왔었다. 사는데 집중했고 관심이 다른 곳에 있었던 이유였을 것이다. 나이 들어 한가해지고 글을 쓰면서 내가 사는 가까운 곳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지난 주말,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문헌 서원을 가기 위해 늦은 시간에 차 마실 준비를 해 가지고 남편과 동생과 함께 문헌 서원을 향했다. 문헌서원은 충청도 서천에 위치하고 있는 곳이다. 충청도라고 하면 전북과 거리가 멀게 느껴지지만 사실은 군산과 서천은 강하나만 건너면 도가 갈리는 지형이다.
햇살은 뜨겁지만 바람은 조금씩 가을바람 느낌이 난다. 차를 타고 달리면서 바라보는 들판 풍경이 시원하다. 푸르름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집안에 있어 답답했던 마음까지 다 날릴 정도로 기분이 상쾌하다. 아무리 폭우가 쏮아졌어도 들에 벼들은 잘 자라고 있다. 들녘의 벼들만 바라보아도 마음은 어느덧 가을이 오는 듯 풍요롭다. 오랜만에 오게 된 금강 하구둑 모습도 예전과 달리 정비가 잘 되어 주변이 말끔하다.
<문헌 서원은 고려말 대학자 가정 이곡과 목은 이색의 학문.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서원으로 광해군 3년에 나라에서 문헌이라는 헌 판을 받아 사액된 것이다. 이곳은 자연과 함께 아름다운 경관 명소로 유명하며 특히 이색 선생 영당 뒤 아름다리 배롱나무가 장관이다. 배롱나무꽃은 8월~9월 사이에 만개하며, 우리 전통건축과 선홍 빛 꽃이 어우러진 자연미를 감상할 수 있다.> 팸플릿에서
홍살문
문헌 서원은 큰길에서 이정표를 따라 시골길로 한참을 들어가니 문헌 서원 이란 곳이 나온다. 차를 주차하고 내리니 맨 먼저 마주하는 널따란 잔디가 눈이 시원해진다.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고 푸른 잔디만 바라보아도 마음이 평온하다. 널따란 잔디와 기와집들 풍경이 너무 멋져 정말 한 폭의 그림 같다.
서원 앞 잔디 정원 이색 목은 선생의 동상
서원 뒤 배롱나무 이색 신도비
서원과 잔디밭 이색 초상
우리는 차 한잔을 한가로이 마시며 고려 시대의 대 학자인 이색 목은 선생의 숨결을 느껴본다. 천천히 서원 이곳저곳을 돌아보니 마음마저 고요해진다. 얼마나 깨끗이 정비가 잘 되어 있는지 오랜 세월 면면히 이어온 이곳은 1000년의 기운을 되살리려는 고민 끝에 새롭게 재정비를 해 놓은 곳이다. 이색의 문학과 풍류가 깃든 곳, 문헌 서원은 선비정신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일상의 잡념을 내려놓고 고고한 옛 선비 정신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어느 곳 한 곳이 소홀하지 않고 정성이 깃들인 여러 곳의 공간은 오랜 기품이 느껴진다. 사람의 그림자 하나도 보이지 않는 고적함이 나를 1000년의 세월을 뒤로 돌아가게 한다. 가을이 오면 언제라도 좋은 사람과 다시 저곳 마루에 앉아 차 한잔을 하고 싶다. 조금 늦은 걸음으로 만발한 배롱나무의 꽃을 만끽할 수 없었지만 아직도 남아 있는 꽃이 운치를 더해 준다. 잔디와 한적하고 고요함이 나를 매료시킨다.
이곳은 서원 아래 한옥 호텔도 있어 하룻밤 낭만을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다. 도심과는 다른 한가로움이 더욱 매력적인 곳이다. 이곳 문헌서원에 배양된 목은 이색 선생님은 고려시대 차인이기도 해서 차 공부할 때 알았다. 오늘은 목은선생 영당에 묵념으로 선생님을 기렸지만 다음 기회는 차 한잔 올리려는 마음을 다짐해 본다.
가을이 오려는 듯 매미소리도 간간이 들리고 우리는 그늘에 앉아 오래도록 이곳의 정취를 느끼며 사는 것이 참 이리 즐거울 수 있구나 싶어 진다. 늦은 나이 일상의 풍요가 진정한 기쁨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지금 공부하며 즐기는 소소한 날들이 더없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