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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Aug 22. 2022

지금, 이곳은 황홀한 보랏빛 세상

장항 송림 산림 욕장의 8월  맥문동 꽃을 보았다



                                맥문동 꽃 소나무 래 피어 있는 맥문동 꽃


장항은 군산에서 바다만 건너면  가까운 거리에 있다. 매년 8월이 돌아오면 장항 송림 산림욕장에는  소나무 아래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치 많은 맥문동 꽃이 피어 보랏빛 물결을 이룬다. 보랏빛 꽃길을 걸으면 나도 마치 보라색이 된 듯 보라색에 물든다. 이곳 소나무 숲길이 1.5km의 해안을 따라 이어져 있다.


말 그대로 보랏빛 세상이 장관이다. 결혼하고 군산에 와서 산 세월이 반세기가 넘은 54년째다. 그러나 오늘에야 맥문동 보라꽃을 볼 수 있어 놀랍다. 왜 이제야 알게 되었지, 참 내가 생각해도 모를 일이다. 물론 이곳에  맥문동을 심은지는 그리 긴 세월은 아니다. 


송림 마을 솔바람 숲은 70년생 해송 숲으로 해안가 바람과 모래를 막아주는 방풍림 역할을 위해 조성되었으며 맥문동은 16년 전에 식재해서 가꾸어왔다 한다. 음지에서도 잘 자라는 맥문동은 그동안 번식을 많이 해서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8월 초에서 9월 중순까지  소나무 아래 꽃이 피면 정말 장관을 이룬다. 맥문동 뿌리는  한약재로도 쓰이는 식물이다.


얼마 전 휴가 차 딸들이 군산에서 이곳에  왔을 때는 꽃이 피지 않아 보지 못한 꽃을 8월이면 꽃이 핀다는 정보를 알고 오늘 남편과 동생이랑 함께 장항으로 달려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싶을 정도로 차가 많아 주차할 공간이 없다. 다른 때는 캠핑장 시설도 있어 주차 공간이 넉넉하고 한가로운 곳이다. 


말을 조금 더해서 정말 전국 차가 다 모였나 할 정도로 차가 많았다. 주차를 하기 위해 한참을 헤매다가 겨우 한 곳에 주차를 하고 몇 걸음 걸어오다가 송림 사이 맥문동 꽃을 보고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사람들이 오늘 이곳에 모며든 이유를 알 것 같다. 정말 어느 곳에서 소식을 듣고 왔는지 꽃물결 사람 물결이다.



이리 둘러보아도 보라 물결인 맥문동 꽃이고 저리 둘러보아도 보라 꽃물결이 사람 마음을 취하게 한다. 원래 보라색은 우아함, 화려함 고독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맥문동이 피어 있는 오솔길을 사람들 모두가 손에 손을 잡고 산책을 한다. 가끔 걷다 쉴 수 있는 벤치와 오두막도 있어 걷는 길이 힘들지 않다. 걷다가 힘들면 벤치에 앉아 꽃을 감상하는 운치는 더 없이 사람 마음이 몽글몽글 해진다.


천상의 세상이 이런 모습일까? 마치 꿈속을 거니는 듯 기분이 좋다. 그냥 좋다,  좋다 소리로 말할 뿐 더 이상 어떤 표현도 하기 힘든다. 어머니 인듯한 어른을 휠체어를 밀고 꽃구경하는 모습도 보기 좋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꽃 세상을 즐기고 있다. 어느 분은 아예 평상에 이불을 덥고 누워서 꽃 감상을 하고 있다. 아마도 불편한 몸이지만 가족이 꽃구경시키려고 같이 나온 듯하다.   


 사람들 모두가 제 각각 아름다운 꽃을 보고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다. 여유로워 보인다. 상설 무대에서는 자유롭게 희망자가 나와 흥겹게 옛 노래를 부르고 박수를 치며 즐거워한다. 언제 이런 날이 있었던가 마치 축제를 하는 것 같다.

        

                      맥문동 꽃 소나무 아래 피어 있는 맥문동 꽃


보면 볼수록 보라색이 귀하고 멋지다. 코로나로 울적했던 마음이 맥문동 꽃을 보며 위로받는다.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이처럼 예쁠 수 있을까.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이 경이롭다. 바닷가에 기상도 의연한 모습으로 해송이 품고 있는 맥문동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신비롭기까지 하다. 어느 누가 그림을 그려도 이처럼 아름답게 그릴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예쁜 꽃들을 보며 모든 힘들었던 순간이 다 사라지는 것처럼 마음이 환해진다. 사람들은 걷다가 쉴 수 있는 의자에 앉아 노래를 듣는다. 한쪽은 어른들 옛 노래 하는 곳이고 이쪽은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발라드 노래를 누군지는 모르는 분이 기타를 치면서 부른다. 아마도  가수 지망생인지는 몰라도 노래를 잘 부른다. 사람들이 박수로 호응해 주니  힘을 내서 부른다. 아마 이분도 그동안 힘들었을 것이다.


나이 젊은 분들은 의자에 앉아 노래를 들으며 박수를 치고, 맥문동 보랏빛 꽃을 보며 축제를 한다. 주선하는 사람도 없다. 모두가 자율적으로 노래를 하고 듣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일이다. 노래를 듣고 일어날 때는 앞에 놓여 있는 곳에 작은 성의를 보이며 얼마 정도 돈을 넣고 일어나는 사람들 모습도 참 보기 좋다.

     

                                   가수의 노래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위로를 받는다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 나태주 시인의 시비


걷다가 서천 출생인 나태주 시인의 시비애 있는 시를 읽는다. 풀꽃도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시인은 말한다. 모든 사물을 관심을 가지고 바라볼 때 더 예쁘고 사랑스럽다. 꽃도 그렇다. 이름을 불러주고 관심을 가지고 바라볼 때 더 예쁘다. 바로 앞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상쾌하고 시원하다. 이 모든 아름다움을 눈에 새긴다. 내년에도 이 꽃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하며 오늘의 꽃구경은 이만, 아쉬움 마음을 접는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 시를  읽으며 풀꽃의 의미를 새기며 돌아서 나온다. 맥문동 꽃과 안녕이라 말한다. 8월이 가고 있다. 오늘 8월의 선물을 잔뜩 받는 날 같아 행복하다. 8월이 가기 전 가까이 계시는 분들도 이 아름다운 맥문동 꽃의 황홀함을 느껴 보시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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