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박준 시인의 강의를 한길 문고에서 들었다
토요일, 한길문고에서 박준 시인의 강의가 있는 날이다. 집에서 십 분이면 도착하는 한길문고를 시간을 넉넉히 하고 걸어갔다. 강의 시간이 조금 이른 듯해서 책이라도 좀 볼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서점 안은 사람들이 벌써 와서 웅성 거린다. 사람이 많이 모인 서점은 활기가 있어 좋다. 언제나 마주 하면 반가운 얼굴들, 서점은 이제 내 놀이터 같은 곳이다.
그런데 바로 계산대 앞에서 익산에 살고 있는 브런치 파랑 나비 작가님을 만났다. 오늘 박준 시인 강의를 들으려 온다고 미리 약속은 했었다. 나보다 먼저 도착한 파랑 나비 작가님은 어느 사이 박준 시인의 책을 사서 카운터 앞에 서 있었다. 오늘의 주인공인 박준 작가님 책은 카운터 앞에 나란히 진열되어 있었다.
파랑 나비 작가님은 나보고 책을 한 권 고르라고 하면서 선물이라 한다. 나는 웃으며 "책 선물로 사 주시려고요?" 그렇다고 대답을 한다. 안 받는다고 거절을 하면 사주려는 사람이 민망할 터라 기쁜 마음으로 받았다.
그렇게 나는 박준 시인의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제목이 특별한 산문집을 선물을 받았다. 책 읽는 사람은 책 선물이 언제나 반갑다.
강연하는 곳은 벌써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박준 시인을 나는 알지도 못하고 처음 보게 되는 시인인데 인기가 많은가 보다. 작가 강연 때 사람이 모이는 걸 보면 그분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얼마나 글을 잘 써야 인기 있는 작가가 될까? 그 인기가 부럽다. 아니 '이건 웬 욕심'이란 말인가 하고 혼자 웃고 만다. 헛 욕심을 버리자 하며 나를 다독인다.
인기만큼 책을 사고 사인을 받으려 줄 서있는 사람들도 많다. 그 책을 사인하려면 강의 시작시간이 훌쩍 넘을 듯해서 배 작가는 사인은 강의 끝난 뒤 하라고 멈추게 한다. 언제나 오늘처럼 서점에 사람이 많으면 좋겠다. 책 읽는 사람들도 더 늘어나면 좋겠고, 내 희망사항인가, 서점에 드나들면서 사람이 적으면 염려가 된다. 동네 서점이 잘 되어야 할 텐데...
박준 시인은 미남이면서 젊다. 시인이라고 하면 왠지 모를 사람들의 선입견이 있다. 나이가 좀 들고, 모자를 쓰고 머플러를 멋지게 둘렀을 것 같은 이미지. 그런 분들이 시인의 이미지라고 흔히 생각들을 한다. 강의를 시작하자 목에 머플러를 두르고 강단으로 올라온 시인도 선배들의 이미지에 대한 말을 했다. 박준 시인의 머플러는 내가 좋아하는 연 브라운 칼라였다. 젊은 시인이라 분위기가 다르구나 싶은 인상을 받았다.
박 준 시인도 시인다운 모습을 보이려고 머플러를 잠깐 둘렀다고 하면서, "더우니까 이제 벗어야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머플러를 벗어 놓는다. 거기 모인 사람들이 웃는다. 그 모습이 귀엽다. 어린이도 아닌데 귀엽다는 표현이 맞나 모르겠지만. 그만큼 젊어서 그런지 귀엽다는 표현이 스스럼없이 나온다. 아마 30대 후반 나이가 아닐지.
젊은 작가 강의는 다르다. 본인이 쓴 시 몇 편을 프린트해 가지고 와 강의 듣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시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강의를 시작한다.
박준 시인은 시도 쓰고 출판사에서 책 만드는 편집을 하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시를 쓰는 것은 시간을 통해 언어를 거른다고 표현을 한다. 작가를 만든 것은 책이었고 어려서부터 책 읽는 걸 좋아해서 책과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한다. 즉 독서는 책을 좋아하는 것, 문학은 사유나 생각을 쓰는 것이다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매일 일기를 쓸 것, 일기는 자기의 삶을 기록하는 것이다. 작가는 읽는 사람, 쓰는 사람이며 글쓰기는 내 마음을 그때그때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과거에 일을, 그때 좋았던 일을 꺼내 보면 미래에 행복하다는 말을 해 준다. 시를 쓰는 일은 내 기존 일상에서 툭 튀어나와야 시를 쓸 수 있다. 평정심 유지가 시를 쓰는 일이라고 말해 주었다.
작가 강의를 들을 때마다 듣는 이야기는 날마다 조금씩이라도 글을 쓰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날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글감이 매번 떠오르지 않고 가끔은 무슨 알을 쓸까? 막막하다. 오늘 박준 시인도 한 줄이라도 매일 일기처럼 글을 쓰라는 당부를 한다. 정말 쓸 일이 없어도 하루에 몇 줄이라도 일기처럼 글을 써 보야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서점에서 강연을 듣고 감성이 맞는 사람들과 만나고 책과 가까이하는 내 노년의 삶이 풍요롭다. 산다는 것은 누구와 비교하고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 본다. 나는 내 삶을 소중이 여긴다. 자신의 삶은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삶도 소중이 여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내 삶을 사랑하며 날마다 최선을 다 하는 것은 인생의 최후를 인식하고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