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모이는 가족의 의미

추석 한가위 가족이 모이는 날이 즐겁다

by 이숙자

추석 이틀 전, 막내딸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내일 일 끝나고 출발해서 집에 가면 새벽 2시 넘어야 도착할 거야, 작은 방에 이불만 깔아놓고 주무셔." "와서 잠만 자고 점심 한 끼 먹고 떠날 텐데, 힘드니까 오지 마라." 매번 하는 내 대답이다.

"엄마는 항상 전화하면 못 오게 해, 내가 알아서 할게." 명절 이 오면 막내딸과 하는 실랑이다. 아! 이제부터는 그 말은 안 해야지, 명절에 찾아갈 부모가 없다는 것은 얼마나 쓸쓸하고 마음 아픈 일인데. 내가 집에 못 오게 했는지. 내 생각이 짧았다.


나는 왜 그걸 모를까. 부모와의 만남도 다 때가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영원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명절 때는 부모 찾아오는 자식이 싫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일하고 너무 늦은 시간에 고생해서 찾아오는 자식들이 안쓰러워서 하는 말이다. 다른 때 같으면 서울 군산은 2시간 40분이면 충분히 도착하는 시간이 지만 명절만 되면 차가 밀려 보통 때 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설과 추석은 민족의 대 이동이 시작되는 특별한 날이다. 일 년에 한두 번 고향을 찾아가는 전통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우리의 풍습이다.


자식들이 온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분주해진다. 아무것도 안 할 수가 없다. 음식 준비를 위해 시장을 갔다. 티브이에서 몇 년 만에 오는 물가 인상이란 말이 실감이 난다. 정말 물가가 너무 비싸서 놀랍다. 배추 한 포기가 만원이 넘은 지는 오래고 무 하나도 5~ 7천 원이다. 언제 이렇게 야채 값이 비싼 적이 없다. 시금치나물 값도 금값이다. 아무리 비싸도 먹어야 할 것은 사야 한다.


애들이 좋아하는 생선과 게도 사고 무는 사서 깍두기도 담근다. 시장도 한번 가서 모두를 사 오는 건 아니다. 집에 와서 준비를 하다 보면 모자란 걸 또 사러 시장엘 간다. 명절에는 재래시장에 가면 명절 같은 기분이 난다. 송편도 사고 사위 좋아하는 갑 오징어도 사고 손자 좋아하는 고기도 사야 한다. 자식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냉장고에 채워 놓아야 마음이 놓인다.



추석 전전날 나물을 하고 남편과 둘이서 전을 부친다. 깻잎전은 막내딸이 좋아하는 전이고 명태전은 손자가 좋아하는 전이다. 혼자서 하면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만 두 사람이 일을 하면은 훨씬 능률 적이다. 명절이 오면 음식 준비를 하고 가족들이 모여 사는 이야기를 하고 그러면서 서로 응원을 하며 정도 쌓고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오랜 풍습이다.


딸 만 있는 우리 집은 누가 음식을 해 줄 것을 기대하지 않으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명절이 오면 가족들이 모여 맛있는 걸 먹고 즐거운 시간을 나누는 것도 사람 사는 재미다. 미리 음식을 준비해 놓고 딸들과 사위가 오면 여행하듯 좋은 곳도 다니며 즐긴다. 명절이 오면 만날 사람이 없고 갈 곳이 없으면 얼마나 쓸쓸할까.


아무리 힘들어도 부모 찾아오겠다는 자식이 있어 기쁘고 나이 든 부모도 건강해서 자녀들 먹을 것을 준비하는 일도 즐거운 일이다. 이런 일 조차 못하는 상황이 오면 그때는 얼마나 서글플까, 그 생각을 하면 일하는 시간도 기쁘고 감사하다. 남편과 같이 집안일을 해 와서 손이 잘 맞는다. 남편도 집에서 하는 일을 곧 잘하신다.


깻잎 전을 하려면 돼지고기를 갈아 두부와 합계 부추는 잘게 썰어 넣고 갖은양념을 해서 깻잎 속에 넣고 전을 부치면 맛있다. 우리의 명절은 기름 냄새가 집안에 있어야 명절답다. 먹을 음식을 해 놓아야 자녀들 먹일 생각에 마음이 흡족해진다. 둘쨋 딸네 가족은 저녁 먹을 시간이 넘어 집에 도착했다. 무려 6시간을 걸렸다고 한다.


막내딸과 사위가 도착을 안 하니 깊은 잠을 잘 수 없다. 자다가 눈을 떠 보니 새벽 4시가 다 되어간다. 현관문을 열어보니 막내네 신발이 없다. 나는 놀라서 카톡을 해 보니 지금 도착해서 집으로 올라간다는 톡이 온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여하튼 아무 일없이 모두 도착을 확인 한 뒤에야 마음이 놓여 잠을 잘 수 있다.



아침에야 도착한 막내들을 자도록 하고 손자도 집에서 자기 할 일을 하고 논다고 한다. 둘째 사위와 딸과 함께 지난번 장항 송림 산림 욕장 맥문동 꽃을 보지 못해 꽃구경을 갔다. 장항은 우리 집에서 20분 조금 넘으면 가는 가까운 곳이라서 금방이다. 지난번 과는 달리 사람이 없어 한가로워 또 다른 느낌이다. 맥문동 꽃은 오래도록 지지 않아 아직도 그늘에는 꽃이 지지 않고 그대로 있어 예쁘다. 둘째 사위는 처음 보는 꽃을 보고 탄성을 지르면서 사진 찍기 바쁘다.


어디를 가든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은 즐겁다. 한 동안을 해송이 품은 맥문동 꽃과 놀고 있는데 막내딸 에게 연락이 왔다. 식당 이름을 알려 주고 그곳에서 만나 점심은 생선회와 초밥을 먹고 지난번 딸들과 같이 같던 '푸르던' 카페에 가서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한다. 원래 바쁜 막내 사위는 가족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닌데 오늘은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을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다.


가족이지만 사는 게 바쁜 현대인들을 평소에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 명절이란 가족이 모여 서로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삶을 응원해 준다.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잘 살아야 하는 일에 모두 생각이 많다. 우리 부부는 가만히 자녀들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다. 우리와는 너무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세상이 자꾸 변해 가고 있으니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호응해 주는 일뿐이다.


사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사는 일이 쉬운 게 하나도 없다. 부모는 자녀들의 뒷모습을 지켜주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들이 어렵고 힘들 떼는 언제나 방호벽이 되는 주는 사람, 그게 부모가 아닌지. 우리 부부는 자녀들 삶을 그저 묵묵히 지켜보기만 한다. 살면서 가족들끼리 서로 기대고 화목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오늘이 마침 손자 생일이기도 해서 케이크도 사 오고 저녁은 막내가 가지고 온 소고기를 구워 가족파티를 한다. 막내 사위는 음식을 잘하는 세프라서 우리 집에 오면 주방에 잘 들어온다. 젊은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은 내가 배운다. 요즘 음식은 젊은 사람이 잘한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짐을 싸가지고 모두가 시댁으로 떠났다. 막내는 파주로 둘째는 영광으로.


가족이 명절에 만난 따뜻함으로 한 동안 잘 살아갈 것이다. 집안이 가득 채워진 딸들과 사위 손자가 떠나고 난 자리는 금방 집안이 휑해진다. 우리 모두는 각자 삶의 자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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