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을 여행하듯 삽니다
군산 살기 좋은 도시 공모전
내가 군산에 살게 된 날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나는 1968년 4월에 결혼하고 쭉 군산이란 곳에서 살고 있다. 군산에서 54년이 넘게 살고 있으니 반세기가 넘은 세월이다. 그러니 나는 이제는 군산 사람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는다. 전주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25년을 살아왔고 결혼해서 군산으로 왔다.
군산이란 곳은 남편 말고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어디에 마음 붙일 곳이 없었다. 특히 봄이 오면 항구에서 불어오는 비릿한 냄새의 바람은 참기 어려웠다. 군산의 봄은 유난히 바람이 많고 추웠다. 세월이 가고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바람의 존재를 탓하지 않게 되었다. 차츰 환경에 적응이 되어 갔다.
처음 살게 된 군산은 나에게는 낯설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군산이란 어떤 도시인지, 군산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가정에서 살림만 하는 주부였다. 내가 결혼했을 즈음 그 시절은 집에 컴퓨터나 티브이도 없는 때라서 정보에도 어두웠다. 집에 책도 없고 주변에 도서관도 없었다. 어느 곳을 가서 문화적인 충전을 받을 수 있는 상항이 아니었다.
지금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때만 해도 사람들은 먹고살기에 바쁜 나날이었다.
아이들을 하나둘 낳기 시작하면서 군산이란 도시에 서서히 물들기 시작했다. 군산은 눈 돌아갈 정도로 높은 빌딩도 없었고 바다를 끼고 있는 항구도시라서 맛있는 음식이 많고 사람들 인심이 푸근한 도시였다. 시내에서 차를 타고 10분 정도만 나가면 펄떡이는 신선한 생선 어판장이 있어 우리 밥상에는 생선이 떨어지는 날이 거의 없어 생선은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어 좋았다.
나는 오로지 가정에서 살림만 하는 주부로 살아야 했었다. 밥을 하기 위해 시장에 다니고 큰댁에 왔다 갔다 하면서 집안일을 돕고 부식인 채소를 날라다 먹고사는 생활인이었다. 세월은 붙잡으려 애를 써도 정해진 자기만의 시간표대로 흘러갔다. 딸들이 자라 대학을 가면서 집을 떠나고, 졸업 후 결혼을 해서 각자의 삶의 자리로 돌아갔다.
딸들이 떠난 후 외롭고 허전함은 '인형의 집'에 나오는 로라처럼 자아를 찾아 밖으로 탈출을 하고 싶어졌다. 허허로운 마음이 감당이 되지 않아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주부가 아닌 공부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다. 내 안에 숨어있던 호기심과 열정은 끓임 없이 도전하고 공부하면서 삶의 활기를 찾고 여러 봉사 단체에 가입을 하고 빠쁘게 봉사하는 삶을 살았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사는 일도, 군산도 엄청난 변화를 맞이했다. 커다란 대형 상점이 들어오고 높은 아파트가 늘어나고 군산이라는 도시도 예전 모습은 아니다. 세계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긴 방조제가 있는 새만금이 생긴 것도 군산의 놀라운 변화다. 육지와 섬이 연결된 다리가 놓이면서 군산은 찾아오는 관광객이 많이 늘어났다. 서울 어디를 가도 "군산시간 여행" 플래카드를 볼 수 있어 기뻤다. 군산이란 도시에 산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섬 주변에는 둘레길도 많이 생기고 섬을 즐기기에 아주 멋진 경관들이 많아졌다. 삶의 질이 높아졌다. 지금은 군산에 여행 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군산은 이제 군산의 이야기를 담은 군산만의 도시를 만들어냈다.
특히 원도심, 일본인들이 살고 있을 때 화려했던 곳, 일본식 주택은 해방 후 일본인들은 떠났지만, 건물들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사람이 떠난 동네에는 상점은 후줄근하고 유리창이 깨진 빈집 마당은 잡초만 무성했다.
군산시에서 몇 년 전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끓긴 동네에 숨결을 불어넣고 시간여행이란 이름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지금은 시간여행이란 이름으로 축제도 하고 사람들은 군산의 옛 도시, 시간이 멈춘듯한 이야기가 있는 도시를 만나려 군산에 관광을 온다. 예전 힘들게 살았던 말랭이 마을을, 군산시는 새롭게 탈바꿈을 시도해 지금은 여러 작가가 입주해서 하나의 문화로 재탄생시켜 주말이면 사람들이 찾는 특별한 곳이 되었다.
나는 3년 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막연히 알고 있던 군산의 역사에 대해 알아갔다. 발길이 닿는 데로 군산의 여러 곳을 찾아다녔다. 군산의 역사는 알면 알수록 매력이 넘치는 도시였다. 특히 군산에서 자랑하고 싶은 곳, 군산 시민이 들이 즐기는 월명공원과 은파호수는 사계절 아름다운 자연을 우리에게 선물하는 곳이다. 건강을 위해 많은 시민이 날마다 산책을 하며 즐긴다.
남편과 나는 매일 월명 공원과 은파 호수를 바꾸어 가면서 산책을 하고 아름다운 계절의 변화를 글로 써서 언론에 보내기도 하고 브런 공간에도 글을 올린다. 글을 올릴 때마다 많은 분들이 군산의 홍보대사 같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내 글을 보고 군산에 여행 오고 싶다는 말을 들으면 내가 군산 사람이 다 되었구나 싶어 긍지를 느낀다.
군산은 몇십 년을 뒤 과거로 돌아가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도시다. 과거로의 여행은 나를 내려놓고 나를 돌아보고 새로운 삶의 기운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또한 여행은 추억을 만들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소박한 항구 도시의 잔잔한 사람 사는 이야기에 물들어 추억도 쌓고 휠링을 하는 곳이다.
군산은 항구 도시의 특별한 풍경을 만날 수가 있다. 노을이 지면 항구로 돌아오는 뱃고동 소리를 들으며 나그네의 낭만도 즐길 수 있는 도시다. 몇 년 전 새로 놓인 동백 대교의 노을은 군산 여행의 백미 중 한 곳이 되었다.
바닷가에 새로운 수제 맥주의 탄생은 여행자의 발길을 붙들고 각종 맥주를 음미해 보는 또 다른 색다른 곳이다.
군산이란 도시 이름은 무리 군자에 뫼 산다. 섬이 무리 지어 있어 모인 도시라는 의미다. 그만큼 군산은 섬이 많은 고장이다. 얼마 전부터 섬과 다리가 연결되고 섬 여행은 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섬 투어만 하려 해도 군산은 몇 박을 해야 하는 여행지다. 하룻밤 섬에서 잠을 자면서 저녁노을과 파도 소리를 듣는 여행도 멋진 여행의 추억을 쌓을 수 있다.
내가 브런치에 군산 이곳저곳을 글을 써서 올리면 군산에 여행 오시고 싶다는 분들이 계신다. 군산에 오시면 군산의 문화 아지트 한길 문고에서 차 대접을 하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고 한다. 나는 70대 후반인 나이지만 노인정 대신 한길 문고 서점에 가서 책을 읽고 시간을 즐긴다. 책을 읽고 군산의 여러 곳을 여행하듯 다니면서 글을 쓰고 군산의 흥보대사처럼 군산 자랑을 한다.
외지에 나갔다가 군산 초입, 월명 체육관만 보여도 편안하고 아늑한 고향 같은 느낌이다. 내가 살아온 세월만큼 이제는 군산의 빛과 냄새를 느낄 수 있어 좋다. 어느 곳을 가도 내가 살고 있는 내 자리가 꽃자리다. 오래된 것은 익숙하다. 내가 살아왔던 숨결과 내 삶의 향기가 담겨있는 곳 군산.
남편과 영원히 잠들 수 있는 곳, 발걸음이 자유로울 때 군산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듯 다니며 글을 써 보려 한다. 군산은 우리 가족 삶이 다 담겨있는 곳이다. 나는 군산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