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는 아직도 가을이 가지 않고 있다는 말을 늘 해 왔다. 어제 12월이 첫날이 오면서 매몰찬 한파가 인사를 한다. 이제는 겨울이라고, 겨울 맛을 한 번 견뎌 보라는 듯이.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는 말을 해 왔지만 갑자기 계절이 건너 뛰어온 느낌이다. 날이 추워지니 밖에 외출조차 삼가고 집에만 앉아 요것 저것 꼼지락 거리며 놀고 있다.
마음을 한가로이 하고 햇살이 찾아드는 창가. 오래전부터 거기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아 있는 그 시간이 참 편안하다. 따뜻한 햇살은 창을 넘어와 거실안은 그윽하다. 거실 안 의자에 앉아 조그만 천에 수를 놓아 브로치를 만들거나 아니면 겨울에 목을 따뜻하게 해 주는 수면 머플러를 뜨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있으면 그 이상 편안할 수가 없다. 밖어서 일어나는 세상은 나와는 다른 세상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나이가 들어가며 말을 줄이고 혼자서 생각을 많이 하는 시간은 어쩌면 나 자신과 놀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한가한 마음에 브런치에 글도 쓰고 다른 작가님들 글을 읽는 것도 여유롭고 좋다. 브런치라는 공간은 정말 매력 있는 공간이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살짝 엿보며 많은 사람들 삶을 공유하는 것은 또 다른 세상과 소통하는 시간이다.
내가 지금 글을 쓰지 않았으면 어떻게 이 많은 시간을 마음을 가득 채우며 살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감사한 일이다. 무엇을 좋아하는 마음은 온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리게 하는 안전성이 있다. 좋아한다는 마음이 얼마나 우리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지 나는 잘 알고 있다.
젊은 날 태풍이 몰아치는 날들을 잘 살아내고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평화로운 지금, 내가 가진 것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다. 행복은 욕망을 내려 놓을 때 채워지는 거라 생각한다.
날이 추워지고 해야 할 일을 다 마친 여유로움이 더 편안한 상태가 되는 것 같다. 엊그제 김장을 하고 난 후 이런저런 생각을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 글을 올리면서도 이런 글도 올리나 하는 망설임도 있었지만 나는 항상 내 삶의 소소한 이야기를 일기 쓰듯 글을 쓴다. 너무 흔한 일상의 감정들을 글로 쓴다는 것은 나와의 시간을 공유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나는 글을 쓰고 가끔씩 브런치에 발행한 글을 확인한다. 왜냐하면 이웃 작가님들의 정성 스런 댓글에 답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내 방에 오신 작가님들이 고마워 그분들 방을 방문도 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며칠 전 발행한 '김장을 마치며 생각하는 단상들' 이란 글에 조회수가 천부터 올라 오더니 오늘 아침에는 만 조회가 나왔다. 지금까지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몇번 이런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럴 때면 난 정말 놀라서 그 감정을 표현하기가 어렵다. 내가 올린 글 조회수가 만회가 나올 때 보면 특별한 글이 아니다. 문장에 줄을 그을 만한 대목도 없다. 어쩌면 사람을 놀라게 하는 감동이 되는 글도 아니다. 그냥 소소한 삶의 한 단면을 생각나는 대로 쓴 글을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읽어 준다는 사실에 나는 놀란다. 왜 그렇까? 나는 그게 의아하다.
무슨 말로 표현을 할까? 그냥 감동이 되어 울컥해진다. 감동이란 아주 미세한 감정들이 모여 진실을 말해 주는 것이 아닐까. 혼자서 생각해 본다. 세월을 이 만큼 살아내고 뒤늦게 글을 쓰면서 '적적히 비어 있는 내 인생을 가득히 채워 가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얼마나 인생다운 일인가.' 어느 시에서 읽은 문장에 공감을 한다.
내게 기운을 보내주고 공감해 주는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고 감사한 마음뿐이다. 사람은 세상을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므로 나는 오늘도 많은 분들로부터 사랑의 기운을 받고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