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책을 출간 후 내게 찾아온 변화들이 있다. 어쩌다 글 쓰기를 배우고 책을 출간하고 어느 날부터 나에게 불려지는 이름이 작가라고 한다. 나는 도무지 그 말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출간 후 많은 독자가 생긴 것도 아니고 내 글을 읽고 나를 알아보는 사람도 아직은 적은 수에 불과하다.
어쩌다 가끔 듣게 되는 이름, 작가란 말은 내 이름이 아닌 듯 낯설다. 적어도 책을 내고 많은 부수의 책이 팔려야 작가란 말이 실감이 나지 않을까, 요즈음은 글 쓰는 사람이 너무 많아 작가라는 이름이 많이 불려지는 세상이다. 나도 그중에 한 사람 초보 작가 일 것이다. 오래전부터 꿈꾸어 오던 글을 쓰고 작가라는 말은 듣기까지는 오랜 세월의 강을 건너왔다.
사람이 무엇을 하던 그 일에 익숙하고 노련 해지려면 많은 세월을 보내고 노력해야 얻어지는 결과다. 세상에 그냥 얻어지는 일은 하나도 없다. 중요한 건 내가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인고의 세월이 지난 후에야 내 것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세상을 살아오면서 경험으로 알게되었다. 나는 워낙 배우는 걸 좋아해서 많은 걸 도전하며 살아왔다.
그중에 다도 공부를 했고 야생화 자수를 놓았고 그림을 그렸다. 어느 것 하나 쉽게 이루어지는 일은 없었다. 세월과 함께 온 마음을 다해 노력을 한 후에야 내 것이 되었다. 무슨 일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순리다. 나는 초보라는 생각을 거의 해 본적이 없이 살았다. 오랫동안 그 분야에서 몸 담아왔기 때문이다.
그 익숙함에서 벗어나 낯선 세계로의 진입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사람들과 관계로부터 모든 일이 새로 시작이 되며 새로운 일에 익숙하기까지는 어려움이 많다. 그렇다고 익숙하고 안정된 곳에서 머무르면 자기 삶의 확장이 줄어든다. 새로운 세계의 도전은 용기와 열정과 인내가 필요하다.
보통 사람은 낯선 곳을 두려워하는 본능이 있다. 더욱 나이가 들면 더 그렇다.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곳에 적응 하려면 내가 무슨 일을 했던 어쩐 위치에 있었던 새로 만난 사람들은 아무도 관심이 없다. 예전의 나는 잊어야 한다. 예전의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금의 나만 보는 것이다. 옛것을 버려야 새로운 것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젊은 은 나이와는 다른 세월을 많이 살아온 나는 새로운 곳에 발걸음은 많은 망설임이 있었다.
나는 예전부터 시를 좋아하는 문학소녀였고 시를 통하여 힘든 삶을 위로받았었다. 어느 날 우연이 시 낭송 수업을 받고 시 낭송 선생님의 권유로 시 낭송회에 가입하고 나는 초보자가 되었다. 아직은 모든 것이 낯설고 익숙하지가 않다. 그러나 새로운 것은 받아들이고 도전은 또 다른 세상을 만나기에 나는 묵묵히 적응하려 노력하는 중이다.
삶은 도전이다. 언제나 익숙함에서 안주하면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없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나는 오늘 한 구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말을 좋아한다.
낭송회 모임에 가면 회원들은 거의 젊은 사람들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자기가 좋아하는 애송시를 낭송하는 연습을 한다. 초보인 내가 보기에는 모두가 노련하게 시낭송을 한다. 그 속에서 나야말로 초보자라는 말이 알맞은 이름이다. 그래서 내가 연습하는 시 낭송도 신달자 시인의 '나는 내 나이를 사랑한다' 시를 연습 중이다. 신달자 시인은 팔십이 넘은 나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을 시로 옮겨 놓은 듯하다.
'나는 아직도 모든 일에 초보자이고 그래서 나는 모든 일을 익히며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을 생각해 본다. 초보자란 말없이 내가 몸담은 곳의 질서에 따라가야 한다. 내 목소리는 되도록 내지 안고 그 분위기의 흐름대로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 한다. 도전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그 경계를 넘지 못하고 어려워하는 일들은 종종 보아왔다.
그래, 나는 초보자다. 새로 시작하는 일에는 누구나 초보자가 된다. 그걸 인정해야 한다. 오랫동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전문가라는 자부심에 마음을 느긋하게 가지고 살아왔었다. 그러나 새로운 세계로 들어오는 순간 나는 초보자가 되었다. 조금은 낯설지만 다행히 예전에 딸 학교 다닐 때 알았던 선생님은 만나 반갑고 의지가 된다.
초보자면 어떻고 전문 가면 어떠랴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묵묵히 살아 낼 것이다. 나는 내 삶의 길이가 길지 않다는 걸 알면서 모든 일에 마음을 내려놓게 되었다.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이제는 자극을 받지 않는다. 삶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즐길 때 행복지수가 높아진다.
누가 뭐라 해도 내 인생은 내가 주인이다. 내 삶은 내가 원하는 데로 살아갈 것이다. 나는 이제 모든 것에 초연해질 수 있는 나이, 내가 좋아하는 일을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