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을 여행하듯 보낸 하루

군산 3.1 운동 100주년 기념관을 가다

by 이숙자

주말에 둘째 딸이 출장차 전주에 왔다가 군산 집으로 왔다. 딸은 항상 우리 부부를 자주 만나지 못하는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금요일 밤에 도착한 딸은 "토요일 우리 뭐하고 놀까요?" 하면서 들뜬 기분으로 우리 마음을 즐겁게 해 준다. 서울에서 멀리 살고 있는 딸들은 아빠 엄마를 만나면 무얼 할까? 무엇을 먹을까? 그 생각부터 한다. 자주 만나지 못하는 부모님을 위해 마음 써주는 딸들이 생각하면 고맙다.


나는 내일 사실 말랭이 마을 출판기념회에 가야 하는데 어떻게 할까? 살짝 고민이 된다. 내일 자고 나서 마음 가는 데로 하자 생각하고 잠자리에 든다. 어릴 적 자랄 때 가장 몸이 약해 나를 힘들게 했던 둘째 딸은 지금은 가장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딸이다. 남편과 둘이서 만 사는 집에 사람 하나 더 들어오니 금방 활기가 넘쳐 좋다.


다음 날 아침을 간단히 먹고 딸에게 양해를 구했다. 엄마 후배들이 말랭이 마을 봄날의 산책에서 출판회를 하는데 잠깐 참석하고 그다음에 우리가 가고 싶은 곳에 가자는 제안을 했다. 출판회는 가족행사 같은 소박하고 따뜻한 분위기였다. 사람 사는 일은 혼자만 살 수 없는 세상이다. 나 출간할 때 찾아와 책도 구매해 주고 축하해준 빚을 갚아야 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행사는 곧 끝났다. 어렵게 글을 쓰고 뒤늦게 출간을 한 분들의 책을 사서 사인을 받은 후 그곳에서 나왔다. 해야 할 일을 한 듯 마음이 홀가분하다.


우리는 점심을 먹으려 식당엘 갔다. 그 식당은 남편이 젊어서부터 즐겨 다니던 50년이 넘는 생선 음식점이다. 딸은 우리를 만나면 아빠 좋아하는 음식을 사 주려는 마음 또한 고맙다. 사람이 행복한 순간은 좋은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아하는 곳을 함께 바라볼 때 행복하다. 참 행복이란 아주 단순하다.


나는 군산에 살게 된 지 무려 54년이나 된다. 그렇게 많은 세월이 흘렸어도 아직도 군산의 곳곳을 다 알지 못한다. 내가 글을 쓰면서 군산의 역사와 군산지역 가까이 있는 관광지의 내력에 대해 관심을 같기 시작했다. 오히려 멀리 있는 사람들이 군산을 관광 오면서 군산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이 어느 때는 부끄럽다.


그래서 오늘은 군산시내에 있는 호남에서 최초의 3.1 운동 발생지인 3.1 운동 기념관을 가보자고 제안을 했다. 남편은 군산이 고향인데도 여태껏 한 번도 그곳에 가보지 않았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관심이 없으면 애정도 없나 보다. 우리는 알고 있는 것은 구암동 영명학교와 구암교회에서 처음으로 만세 운동이 일어난 것 정도만 알고 있었다.


3.1 운동 기념관 만세 운동을 했던 장면 조형물


우리가 찾아간 군산 3.1 운동 100주년 기념관은 현대식 건물로 아주 아름다운 건축물이었다. 시설도 깨끗하고 해설사도 상주하고 있는 곳이다. 우리는 깜짝 놀랐다. 이 토록 잘 조성된 역사 기념관이 조성되어 있는 줄을 몰랐다. 이곳 기념관은 1919년 한강 이남의 첫 3.1 만세 운동과 3만 7천 명이 참가해 28차례 만세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해 놓은 곳이다. 예전에 초라했던 곳을 다시 건립한 시기는 얼마 되지 않는다.



기념관은 영명 학교 학생과 교사들이 주도적으로 3.5 만세 운동을 이끈 영명학교를 재현해 총 3층으로 조성해 놓았다. 1층은 추모 기록실이고 2층은 역사 재현실로 관광객이 그날의 함성과 나라사랑을 느끼도록 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3층에서는 그때그때 알맞은 체험을 하도록 때론 태극기 만들기도 하고 우리가 간 날은 크리스마스가 돌아오는 걸 기념하기 위해 분위기 있는 산타 꼬마전등을 체험하는 날이었다.



딸과 나는 손자 주려고 열심히 색칠을 해서 꼬마전등을 만들어 가지고 나왔다. 이곳 3.1 운동 백주년 기념관은 아이들 손을 잡고 둘러보며 우리 조상들이 나라 위해 얼마나 힘든 여정을 거치고 싸워 지켜낸 나라인가 새삼 나라의 소중함을 알 도록 교육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걸 알게 되고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주변 경관도 지금은 겨울이라서 아름다운 자연을 느낄 수 없지만 건물 주변 소나무 길을 걸으면 바다가 보이는 아주 경치가 뛰어나 산책하기도 좋은 곳이다. 특히 은행나무가 많아 가을에 오면 노란 은행잎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가까운 곳에 이렇게 의미 있고 좋은 공간이 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다니 참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이제라도 알게 되었으니 선조들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느끼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주 찾아와야겠다. 아직 손자들을 보여 주지 않아 더 자주 올 것 같은 예감을 해 본다. 남편은 오늘은 딸과 함께 많은 이야기도 하면서 활기가 느껴진다. 나이 들어 외로움을 덜어내는 일은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인 것 같다.


지금부터 라도 그동안 몰랐던 군산에 대해 더 깊이 공부를 하고 군산을 여행하듯 살아보고 싶다.

오늘은 꼭 군산을 여행 온 관광객 같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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