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을 보내며

시 낭송 수업을 마치며 생각하는 일들

by 이숙자

달력이 한 장 남은 12월, 괜스레 마음이 바쁘다. 무엇을 하면서 일 년을 보내왔는가? 자꾸만 등 뒤를 바라보게 된다. 나무들도 나목으로 소리 없이 쉼을 하고 있다. 겨울이 오면 날씨마저 스산하고 추워지는 만큼 마음도 따라서 추워진다. 밖에 외출이 줄어들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부부만 살고 있는 집안은 말소리는 줄어들고 티브이 소리만 고요를 깨운다.


겨울이 오면 사람인 우리도 동면을 하는 것 같다. 나이 든 남편은 추워지기 시작하면 외출도 멈추고 삶의 활력이 떨어진다. 너무 예민한 성격을 가진 남편은 심혈관 환자라서 그렇기도 하고 미세먼지도 조심을 하신다. 사람 기분은 계절과 환경이 좌우한다. 바쁘게 살다가 잠깐 쉬는 시간이 나는 편하기도 하지만 때때로 마음 안에 쓸쓸함을 감출 수 없다.


다행인 건 일상 중에 시를 외우려 주머니에 적어 놓은 시를 꺼냈다 다시 넣어다 하며 시를 외운다. 마음의 쓸쓸함을 지우기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잠시라도 머리를 쉬지 않고 에너지를 넣어 주어 치매를 예방하는 일환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사람이 행복해지려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많이 하라는 말들을 한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무엇이라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마음의 굴곡진 생각들이 가슴에 차 오를 때가 있다.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이며, 꿈을 이룬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일인가? 날마다 살아가는 시간들 속에서 나의 존재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각가지 상념 속에 나는 침묵하면서 오늘을 보내고 있다.


12월은 시작했던 일을 마무리하는 달이 기도하다. 일이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게 되어있다. 올해 마무리하는 일 중에 동네 문화 카페 시 낭송 수업이 어제로 끝났다. 시 낭송 수업을 받는 동안 많은 시인들의 시를 낭송하는 기쁨을 누렸다. 늘 마음 안에 그리움의 시 세계를 접 할 수 있어 좋았다. 시 낭송 공부를 하면서 행복도 함께했다.


"시는 글이요. 시낭송을 말입니다. 시에는 말로 다 표현하는

비밀이 있습니다. 시 낭송은 그 비밀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시 낭송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다. 많지 않은 다섯 사람, 적은 사람이 수업을 받았기 때문에 친밀함이 더 했다. 시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삶의 각가지 형태를 농축된 글로 표현해 놓아 시를 읽고 있으면 때때로 감동이 되어 가슴이 울컥울컥 해 온다. 어쩌면 그리도 사람의 마음을 잘 표현을 해 놓았는지 시를 읽을 때마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시는 사람들 마음속으로 들어 가 울게도 하고 웃게도 하는 마법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 글로 표현한 시는 낭송가의 목소리로 다시 태어난다. 누가 얼마나 감정을 실어 시를 낭송해서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지는 낭송가의 몫이다. 우리 수업을 해 주시는 선생님은 특별한 목소리를 가지고 계신다. 온 마음을 다해 시 낭송을 잘하기 위한 노력을 끓임 없이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배운다.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은 쉽게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혼신의 노력을 하면서 그 일에 집중을 한다. 선생님이 시를 낭송할 때면 감정을 실어 완급 조절을 해서 낭송을 해 주는 시를 듣고 있으면 가슴이 따뜻해지며 행복하다. 행복이란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모두 각기 다르다. 나는 글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다. 글을 읽고 쓰고 낭송하는 시를 듣고 행복하다.


예전 아주 젊어 소녀적에는 눈에 보이는 글과 시만 읽어도 마음이 몽글몽글 해 졌는데 지금은 낭송하는 시가 더 사람 마음을 촉촉이 적셔 주며 더 큰 감동을 느낀다. 참 글이란, 시란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글쓰기와 시 낭송에 늦깎이 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고 시를 낭송하고 더 바랄 것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금은 그렇다.


언제 어느 때 무엇이 나를 매료시킬까? 생각을 하면서 올해 12월을 보내고 시낭송 수업을 마친 소감을 글로 옮겨 본다. 올해 12월은 가지만 새로운 해 내년이 오면 또 무슨 일이 내 인생을 흔들어 놓을까? 기대를 해 본다. 사람은 언제나 꿈을 꾸고 희망을 품을 때 가슴 안에 설렘으로 행복을 준비한다.


수업을 마치며 내가 낭송하고 싶은 시를 옮겨 놓아 봅니다.


사평 역에서 /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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