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왔다

눈 오는 날, 글을 쓰면서 생각하는 일들

by 이숙자

어젯밤 찬 바람이 불고 날은 추웠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니 하얀 눈이 와 있었다. 그다지 많은 눈은 아니 었지만 군산에 첫눈이 온 것이다. 눈이 오려고 밤사이 그렇게 바람이 불고 추웠나 보다. 예년보다 한 달이나 늦게야 첫눈이 내렸다. 지난해 만났던 눈은 손님처럼 밤사이 몰래 찾아왔다. 눈이 오는 날은 마음이 들뜨고 설렌다. 내가 마치 소설 속 주인공이나 된 것처럼 마음이 감성에 젖어 센티해진다.


나는 유난히 눈 내리는 날을 좋아한다. 하얀 눈이 내리면 아무 생각 없이 따끈한 차 한잔을 마시며 하염없이 '이숙의 눈이 내리네' 노래를 들으며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 참 행복하다. 그 노래를 듣고 있으면 어떻게 할 줄 모르는 감성에 젖곤 한다. 이 나이가 되도록 무슨 철없는 모습일까 하고 생각하지만 사람이 느끼는 감성은 나이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내가 가지는 감정은 나만 알고 있는 나의 내면세계의 비밀이다.


그래서 나는 글 쓰는 이 순간이 좋은 가 보다. 글 쓰고 있는 지금은 가장 진솔한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다. 누구에게 이토록 마음에서 일어나는 절절한 감동을 나눌 것인가. 내 기분의 감성은 누구와도 나눌 수 없음을 나는 잘 안다. 예전에는 그 감정을 누구와 나눌 수가 없어 외롭고 허전한 마음에 홀로 눈물짓기도 했었다. 이제는 그런 슬픔은 멈추었다. 세상을 살 만큼 살고 난 후에야 그 외로움의 근원을 알게 되었다.


내 마음 안에 꽃이 있어야 꽃이 꽃으로 보인다는 말이 있다. 계절의 변화를 바라보는 눈은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라 말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아직 마음이 건강한 사람일까? 혼자 묻고 혼자 대답한다.


글을 쓴다는 것이 이처럼 나하고 말하고 내 감정을 이해한다는 걸 알게 되면서 내가 더 단단한 사람이 되었다. 지금은 내 감정을 조율할 줄 알게 되면서 오랜 시간 방황하고 힘든 순간들을 지나고서야 내가 이 토록 소중한 존재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는 누구도 아닌 나만의 유일한 존재다.


사람은 누구도 알지 못하는 고독이 있다는 말을 어느 시인은 말한다. 정말 적절한 표현이다. 사람은 누구도 알지 못하는 자기 안의 고독이 내면에 자리하고 있다. 누구와도 해소되지 않는 나 자신만의 고독이다. 그 고독이라는 것도 사실은 나만이 알고 있기에 내가 나를 위로해 주어야 한다.


내가 무얼 좋아하고 어떤 말을 들을 때 위로가 되는가는 나 자신만 알고 있는 것이다. 눈이 오는 걸 보면서 여러 감성을 느끼는 것도 내가 가지는 특별한 내 안의 사색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나는 기쁘다. 오랜 세월의 강을 건너오고서야 나는 나를 정확히 알게 되었다.


글쓰기는 나와 나 자신의 내면과 연결 고리와 같은 것이다. 눈이 오는 날은 모든 사물과 세상이 하얀 설원으로 변한다. 나는 순백의 설원을 좋아한다. 소설 속에서는 사랑하는 연인들은 첫눈 올 때 만나자는 약속을 했다. 첫눈이 올 때는 정호승 시인의 첫눈 오는 날 만나자는 시를 읋어본다.


정호승 시인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중에서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12월을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