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군산에는 밤에도 낮에도 눈은 끓임 없이 내렸다. 뉴스에서는 십칠 년 만의 폭설이라고 말을 한다. 눈으로 바라보는 풍경은 아름답지만 외출 시 혹여 눈밭에 넘어질까 외출을 못하고 집 안에만 머물고 있다. 젊어서는 그저 눈 오는 날이 좋아 밖에 나가 썰매도 타고 눈사람도 만들고 눈과 노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는데, 나이 듦이란 참아야 하는 일이 많아 마음 한편이 시려온다.
눈은 하염없이 내리고 있고 창밖을 바라보며 이제 눈이 그만 내렸으면 하고 기도 하고 싶다. 눈이 내리면 아름다운 풍경과는 달리 사람들 생활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산에 살고 있는 짐승들 까지도 걱정이 된다. 이 눈 속에 무얼 먹고 살아갈까? 그래도 다음 해가 되면 살아있는 짐승들을 보면서 놀란다.
눈이 많이 와서 외출할 수 없으니 자연히 집안에서 일거리를 찾는다. 한 동안 손을 놓았던 천 조각들을 꺼내여 바느질 놀이를 하고 있다. 시 낭송 회장님이 선물해 주신 컵 주머니를 만들어 몇 사람에게 나누어 주기 위해서다. 누구에게 손바느질한 소품을 선물한다는 것은 내 시간을 선물하는 것이다. 보통 마음을 가지고는 손 바느질 선물은 못한다. 그만큼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컵 넣는 주머니
밖은 눈이 오고 내 방 책상에는 천을 늘어놓고 손 바느질을 하면서 유튜브를 켠다. 시 낭송을 하기 시작하면서 틈이 나면 유튜브에서 시 낭송을 듣는 것도 유일한 기쁨이다. 바느질 놀이를 하면서 시 낭송을 듣고 있으니 마음이 포근해지며 참 행복하다.
나는 혼자 놀기 달인이다. 혼자서 노는 것은 내 마음을 산책할 수 있는 여백 있어 좋다.
지난번 시 낭송 회원이 낭송했던 시가 좋아 유티브에서 찾아보았다. '봄날 피고 진 꽃에 대한 기억'이란 시를 듣는다. 신동호 시인이 쓴 시다. 그 시를 듣고 있으려니 갑자기 엄마생각이 나면서 옛날 엄마모습을 생각해 본다. 나는 이 나이가 되어서야 엄마의 인생에 대한 애절한 마음으로 엄마생각을 하는지 정말 알 수가 없다.
엄마는 그냥 엄마로 그렇게 사는 걸로 알았다. 엄마의 인생에 대해서는 별 다르게 생각을 하지를 못했다. 엄마는 당연히 자식들을 위해서 끊임없이 일하고 밥하고 집안 살림하고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일곱이나 되는 자식들을 어떻게 하면 배고프지 않게 하려고 갖은 애를 썼던 엄마였다. 왜 이제야 엄마의 수고를 생각을 하는지, 엄마 생각에 목이 멘다.
우리 집이 잠깐 몇 년 시골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다. 내 눈으로 보지는 않았지만 엄마도 분명히 봄날 나물을 뜯어다 마당에서 다듬으시며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 우리 엄마도 그리운 어머니가 계셨을 것이고 엄마도 엄마만이 살고 싶은 세상이 있었을 것이다. 일곱이나 되는 자식들을 거두느라 당신의 삶을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살다 가신 엄마.
왜 살아 계실 때는 그런 생각을 못 했을까? 연세가 많이 드시고 약간의 치매가 있어 어쩌면 마음을 열고 대화를 못한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 생각하니 후회만 남고 엄마가 그리운 것은 무슨 까닭인지 참 알 수가 없다. 아마도 나이 탓일까? 내 나이 팔순이 다 되어서야 어머니 인생을 이해하고 아프고 그립다. 이제야 내가 철이 들었는지, 참 죄송하다. 시 낭송을 하면서 더 감성이 풍부해지고 내 삶이 자유로운 이유일 거라 생각해 본다.